
[점프볼=곽현 기자] 2015-2016 KCC 프로농구는 단신 외국선수들의 등장으로 기술농구의 묘미를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단연 전주 KCC의 안드레 에밋(33, 191cm)이다. 단신선수로는 유일하게 1라운드에 지명된 그는 개막과 동시에 '급'이 다른 플레이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자신의 급(?)에 맞게 가장 좋아하는 선수 역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었다. 농구팬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조던에 대해 그는 어떤 기억을 갖고 있을까? 그리고 NBA에서 2시즌을 보낸 그의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안드레 에밋 Andre Emmett
1982년 8월 27일, 191.0cm/104kg, 텍사스 공대, 2015년 외국선수 드래프트 5순위
잊을 수 없는 코비의 플레이
에밋은 NBA 출신이다. 2004-2005시즌 멤피스, 2011-2012시즌 뉴저지(현 브루클린)에서 2시즌을 뛴 바 있다. 대학시절부터 그는 뛰어난 득점력을 자랑했다. 텍사스공대를 졸업한 에밋은 대학 4년 동안 통산 2,256점을 넣어 학교 통산 득점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04년 NBA드래프트에 지원한 에밋은 2라운드 전체 35순위로 시애틀(현 오클라호마시티)에 지명됐다. 지명 후 에밋은 곧바로 멤피스로 트레이드 됐고, 고대하던 NBA 무대를 밟게 됐다.
“굉장히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가족들, 친구들과 기쁨을 나눴어요.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에밋은 NBA 지명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하지만 NBA의 벽은 높았다. 신인이었던 그가 나선 정규경기는 겨우 8경기뿐이었다. 시즌 후 재계약에 실패한 에밋은 NBA D-리그, 리투아니아, 벨기에, 프랑스, 중국, 푸에르토리코 리그 등에서 뛰었고, 가장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꾸준히 NBA 무대에 재도전을 노린 그는 2011-2012시즌 뉴저지 네츠와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단 6경기 출전에 그치는 등 NBA에서는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 했다. 하지만 NBA에서 보낸 시간은 그의 농구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NBA는 세계 최고의 리그에요.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플레이한 기억들이 남아 있죠. NBA에서 뛰는 기분이요? 정말 대단하고 특별하죠. 선택된 선수만 뛸 수 있는 곳이니까요. 물론 굉장히 힘들어요. 여러 스트레스를 다 이겨내야 하니까요.”
NBA에서 뛰면서 여러 스타들의 플레이를 보며 배울 점도 많았다고 한다. “샤킬 오닐, 드웨인 웨이드와 이야기도 나눴어요. 그런 선수들과 얘기하면서 인생관이나 운동하는 방법 등에 배울 수 있었죠. 저에겐 매우 좋은 경험이었어요. 사실 올 해도 NBA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하지만 어떤 게 더 좋은 선택인지 고민을 많이 했고, 한국에서 뛰는 게 제게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에밋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신앙심이 깊다. 그래서일까. “NBA 경력이 오래 가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을 남겼다. “큰 불만은 없어요. 아직까지 건강하게 농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하느님께서 어떤 방향으로든 제가 갈 곳을 안내해주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그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선수는 누구일까? 에밋은 NBA 슈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를 언급했다. “최고의 선수에요. 마이클 조던 다음으로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매 경기 자신의 몸 관리와 플레이에 대해 고민하는 선수에요. 그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는 경기를 보면 알 수 있죠. 그는 킬러에요.”
직접적으로 에밋에게 많은 조언을 해준 선수는 멤피스에서 함께 뛰었던 제임스 포지라고 한다. “제임스 포지는 굉장히 좋은 선수에요. 제가 처음 NBA에 들어갔을 때 운동선수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준 분이죠.”
조던과 1대1을 한다면?
에밋이 가장 좋아하는 현역 선수는 케빈 듀란트다. 하지만 은퇴선수까지 포함한다면 단연 마이클 조던이다. 조던을 보며 농구선수의 꿈을 키웠기 때문이다. “조던이 뛰는 걸 보면서 자라왔으니까요. 우리 시대 최고의 선수였잖아요. 경기를 거의 지배하다시피 했죠.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어릴 때는 조던의 플레이만 봤는데, 자라면서 조던의 인터뷰를 보고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농구를 했는지 배우게 됐어요. 조던은 개인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개인운동을 하면서 많은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결국 많은 연습 끝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고 봐요.” 마이클 조던은 설명이 필요 없는 슈퍼스타다. NBA 통산 6차례의 우승을 거머쥐었고, 정규리그 MVP 5회, 득점왕 10회 등의 업적을 쌓았으며,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도 거머쥐었다.
에밋의 말처럼, 그는 단순히 조던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조던의 자세까지도 배우고자 했던 것 같다. 실제로 훈련에서도 태도가 대단히 모범적이다. KCC 정철우 통역은 “지금껏 만난 외국선수 중 훈련을 가장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훈련시간에도 가장 먼저 나오는 등 여러 면에서 남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에밋도 아직 조던을 직접 만난 적은 없다고 한다. “만약 조던과 만난다면 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그는 “조던이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1:1은 좀 힘들 것 같아요(웃음). 대신 같이 앉아서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요. 조던의 생각이 어떤지 배우고 싶고, 그의 지식을 배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기자가 “조던은 요즘에도 1:1을 잘 하더라”라고 하자 “그래도 지금은 52살에요. 지금은 제가 이길 수 있어요”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마이클 조던
생년월일 1963년 2월 17일생
출생지 뉴욕 브루클린
신장/체중 198cm/98kg(현역 기준)
수상경력
NBA 우승 6회
NBA 파이널 MVP 6회
NBA 정규리그 MVP 5회
NBA 통산 득점 4위(32,292점)
NBA 평균 득점 역대 1위(30.1점)
NBA 올스타 14회(MVP 3회)
올-NBA 퍼스트팀 10회
NBA 득점왕 10회
NBA 위대한 50인
올림픽 금메달 2회(1984, 1992년)
에밋, 기술농구의 진수 보여주다
에밋은 8월에 열린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화끈한 예고편’을 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단 한 경기뿐이었지만, 팬들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했다. 상대 블록슛을 피해 던지는 플로터, 속공 마무리 능력, 외곽슛과 돌파, 어시스트 등 올-어라운드 한 능력을 선보이며 35점을 기록했다. 데뷔 전부터 유명세를 떨친 그 실력이 진짜임을 증명한 것. 에밋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소속팀 KCC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팬들이 좋아했다는 얘기를 저도 들었습니다. 저도 이번 시즌이 굉장히 기대가 돼요. 사실 제가 몇 점을 넣었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저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죠.”
이미 해외리그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던 에밋. 그가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몇 년 동안 KBL에 대한 얘기를 들었고, 좋은 리그라고 추천을 받았습니다. KBL에서 뛰었던 맥 턱과 친한데, 그 친구가 한국을 추천해줬어요. 기회가 왔기 때문에 이번에 오게 됐죠.” 맥 턱은 2009-2010시즌 KCC에서 뛰었던 선수다. 공교롭게 에밋도 KCC에 지명됐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에밋은 화려한 개인기술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수비수 한 명 제치는 건 그에게 일도 아니었다. 순간적인 움직임이 상당하다. 그에게 자신만의 연습 노-하우가 있는지 물었다. “저는 훈련 때 일찍 나와서 가장 마지막까지 훈련을 해요. 제 통역이 늘 리바운드를 잡아주느라 지치죠(웃음). 드리블, 슈팅 연습을 하고, 중요한 건 제가 마음에 들 때까지 연습을 한다는 점입니다. 기량 향상을 위해서는 비시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시즌을 헛되이 보내선 안 되죠.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늘 열심히 훈련을 해야 발전할 수 있어요.”
에밋의 동료는 지난 시즌 전자랜드에서 뛴 리카르도 포웰이다. 포웰은 이미 한국에서 4시즌이나 뛴 베테랑이다. 포웰과 함께 뛰는 것이 에밋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웰이 경기적인 면에서 많이 도와줍니다. 어떤 방식으로 시즌에 임해야 하는지 말이죠. 포웰 덕에 쉽게 적응하고 있습니다.” 에밋과 포웰, 두 테크니션의 가세로 이번 시즌 KCC는 신나는 농구를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목표는 오직 ‘승리’ 뿐이었다. 재밌는 농구, 이기는 농구로 팬들에게 어필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각 라운드마다 최대한 많이 이기는 게 목표입니다. 물론 최종 목표는 우승이죠. 몸 컨디션도 굉장히 좋아요. 팬들에게 멋진 농구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하승진과 나는 NBA 동기
에밋과 NBA 이야기를 나누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에밋과 팀 동료 하승진이 NBA 동기라는 사실이다. 에밋이 NBA에 데뷔했던 2004년 하승진 역시 드래프트에 지명돼 한국인 최초로 NBA 무대를 밟았다. 2라운드 전체 46순위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지명된 하승진은 NBA에서 2시즌을 치른바 있다. 인상적인 활약은 아니었지만, 하승진 덕분에 ‘한국농구도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에밋은 당시 하승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포틀랜드에서 뛰었죠. 서머리그에서 뛰었던 모습이 기억나는데, 엄청 컸어요(웃음). 당시 하승진은 젊고 발전 단계에 있던 선수라는 점이 기억나네요.” 에밋은 여러모로 KCC와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 - 유용우 기자, 나이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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