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최창환 기자]‘우승을 피해간 남자’라면 너무 잔인한 표현일까. 애석하게도 원주 동부 가드 박지현(36, 183cm)은 챔프전에 4번이나 경험했지만, 번번이 아쉬움을 삼켰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리즈는 통합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2011-2012시즌 챔프전이다.
※ 본 기사는 월간 점프볼 2015년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2011-2012시즌 동부의 기세는 거침없었다. 개막 8연승을 비롯해 16연승, 정규리그 44승, 평균 67.9실점 등 각종 신기록을 수립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 동부는 기세를 이어 챔프전까지 진출, V4를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상대는 안양 KGC인삼공사. 박지현은 “이전 시즌 준우승에 그쳤지만, 구성원에 변화가 없어 수비 조직력이 더욱 좋아졌다. 쉽게 이긴 경기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정규리그 전적(5승 1패)에서 크게 앞서 어느 때보다 자신 있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전문가들도 동부의 일방적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KGC인삼공사의 기세는 견제했던 것 이상으로 강했다. 더욱 강도 높은 풀 코트 프레스로 동부를 압박한 것. “KGC인삼공사는 젊은 선수가 대부분인 반면, 우리 팀은 노장이 많았다. 이틀 연속 경기도 2차례나 있어 체력 부담이 상당했다.” 박지현의 말이다. 3차전까지 2승 1패로 앞서던 동부는 4~5차전을 내리 패, 2승 3패로 몰린 채 원주치악체육관으로 돌아왔다. 수세에 몰렸지만, 여전히 자신은 있었다. 정규리그 홈경기(22승 5패)에서 강했던 만큼, 시리즈를 7차전까지 끌고 간다면 유리한 쪽은 동부였다. 실제 동부는 3쿼터 한때 17점차까지 앞서나가며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동부의 수비는 4쿼터 들어 균열 조짐을 보였고, 조금씩 격차가 좁혀졌다. 전주 KCC와 맞붙은 1년 전 챔프전에서의 부진을 딛고 활약하던 박지현도 경기종료 5분을 남기고 5반칙 퇴장 당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봐야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우리 선수들을 믿었지만, 그래도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를 못 뛰는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9점차로 앞서있던 동부는 박지현이 퇴장당한 후 5분간 단 2득점에 그쳤다. KGC인삼공사는 그 사이 놀라운 뒷심을 발휘했고, 급기야 경기종료 9초전 양희종의 중거리슛에 힘입어 전세를 뒤집었다. 동부는 이후 로드 벤슨이 포스트업에 이어 연장전을 노린 슛을 시도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창단 첫 챔프전 우승을 만끽하는 KGC인삼공사 선수들을 보며 박지현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정규리그에서 우리 팀이 이뤘던 업적, 기록들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돼 허무했다. 여태껏 노력해왔던 게 모두 무너지는 느낌이랄까?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보는 게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무관의 제왕’ 이제는 벗어나고파
박지현은 신인 시절 포함 4차례 챔프전에 올랐고, 총 21경기나 소화했다. 현주엽, 양희승 등 챔프전 문턱도 못 밟은 은퇴선수들은 부러워할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겐 결코 ‘좋은 기억’이 아니다. 4번 모두 패자로 챔프전을 마쳤기 때문이다. 울산 모비스에 스윕을 당한 2014-2015시즌만 일방적으로 밀렸을 뿐, 이외의 챔프전은 모두 우승을 노릴만한 전력이었다. 대구 동양(현 고양 오리온스) 시절이던 2002-2003시즌에는 악명 높은 ‘사라진 15초’와 데이비드 잭슨의 화력에 울었고, KCC에 맞선 2010-2011시즌에는 벤슨이 발목부상을 입은 후 분위기를 넘겨줬다.
박지현은 “간절함만으로 우승하는 건 아니다. 나는 항상 간절했고,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물론 사무국까지 다 함께 힘을 모았다. 하지만 결국 우승은 하늘의 뜻이다. 운도 따라야 한다”라고 씁쓸한 경험 속의 깨달음을 전했다. 또한 모비스에 일방적으로 패했지만, 박지현은 2014-2015시즌 챔프전 역시 아쉬움이 크다고 한다.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임했던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2015-2016시즌을 끝으로 팀과의 계약이 만료되고, (김)주성이도 적지 않은 나이다. (윤)호영이는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고, 외국선수도 후순위로 선발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임한 챔프전이었다. 하지만 정규리그 막판 다친 발목이 다 낫지 않아 컨디션이 안 좋았고, 팀에 별다른 도움을 못 줬다.”
그렇게 박지현은 4번째 챔프전까지 패자에 머물렀다. 그는 언제 또 챔프전에 오를 기회가 올지 기약할 수 없다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얼마 안 남은 선수생활을 냉정하게 내다본 것이다. 하지만 박지현 스스로도 말했다. “우승은 운도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후순위로 뛰어난 외국선수를 선발할지, 시즌 도중 트레이드 또는 부상으로 리그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늘이 점지해준다는 우승. 박지현이 얼마 남지 않은 선수생활 동안 그 한을 풀 수 있을까.
BONUS ONE SHOT 박지현의 챔프전 우승 도전기
시즌 소속팀 정규리그 순위 상대팀 챔프전 결과
2002-2003 동양 1 TG 2승 4패
2010-2011 동부 4 KCC 2승 4패
2011-2012 동부 1 KGC인삼공사 2승 4패
2014-2015 동부 2 모비스 4패
사진_문복주 기자,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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