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웰이 사랑한 남자, 전자랜드 변영재 통역

곽현 / 기사승인 : 2015-06-15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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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정지욱 스포츠동아 기자] 2014-2015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최고의 히트상품은 전자랜드다. 주장 리카르도 포웰이 중심으로 외국선수, 국내선수들이 조화를 이룬 ‘언더독’ 전자랜드의 반란은 농구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 가운데에 외국선수들과 국내선수들의 의사소통에 있어서 변영재 통역의 몫도 무시 할 수 없다. 전자랜드의 작전타임 때 유도훈 감독의 말을 선수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열변을 토하는 그의 모습에서 팬들은 전자랜드 팀 내의 또 다른 열정을 느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 5월호에 실린 기사임을 알립니다.



Q_전자랜드에 처음 합류했을 때가 언제인가?
2012-2013시즌 1라운드 끝나고 스카우트 되어 팀에 합류했다. 그 때 팀에는 포웰과 (디앤젤로) 카스토가 있었다.


Q_시즌 중간에 합류해서 서로를 알아가는 데에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다.
선수들하고 무작정 친해지려고 하기 이전에 상대를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의 문제였던 것 같다. 카스토의 경우에는 신인이었기 때문에 내가 멘토가 되어줘야 했다. 반대로 포웰은 한국을 잘 알고, 감독님 성향까지 잘 아는 선수였다. “내가 너(포웰)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내가 포웰에게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라는 식으로 접근했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내 대화법이 마음에 들었는지 빨리 가까워졌다.


Q_LG에서도 통역으로 있었는데, 그 때는 어떤 선수와 생활했는가?
크리스 알렉산더가 있었고, 1년 자유계약 때 애런 헤인즈와 있었다.


Q_포웰과 헤인즈 모두 생활해본 흔치 않은 경험을 했는데, 둘은 어떤 선수인가?
포웰과 헤인즈 모두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들이다. 본인에게 특화된 부분에 있어서는 우수한 기량을 갖고 있다. 코트 밖에서도 통역으로서 함께하기 편하다. 포웰은 이거해라, 저거해라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알아서 판단하고, 운동에 있어서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찾아서 한다. 감독님의 스타일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어슬렁거리면서 훈련했다가는 감독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는 것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훈련했다. 헤인즈는 LG에 있을 때는 이것저것 다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감독님이 지시한 역할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했다. 자기관리도 철저했다. 술도 시즌 중에는 아예 입에 안댔다. 헤인즈와 포웰은 내가 겪은 선수 가운데 국내선수들과의 융화력, 생활 적응면에서 최고였다. 둘이 차이점이 있다면 포웰에 비해 헤인즈는 입이 짧았다. 가리는 음식이 많았다. 반면 포웰은 한국음식도 곧잘 먹었다. 포웰은 운동을 안 하면 살이 찌는 타입인데, 그래서인지 칼로리가 높은 아웃백 음식보다 한국음식을 더 즐겼다. 아,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Q_무엇인가?
와이프를 잘 뒀다. 둘 다 와이프들이 내조를 잘한다. 포웰의 와이프인 티아라라는 친구는 예의도 바르고, 포웰의 이야기를 잘 들어줬다. 농구적인 부분에서도 기록까지 챙기는 등 내조를 잘했다. 헤인즈도 마찬가지다. 와이프인 카라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들었다. 들은 바로는 카라가 시즌 도중 돌아갈 때 헤인즈에게 ‘초심을 잃지말라’는 조언을 하고 떠났다고 한다. 어떤 와이프나 여자친구를 두느냐는 선수에게 정말 중요하다. 몇몇 선수들은 옆에 둔 여자 때문에 망가지는 경우도 있었다. 두 선수가 성공한 데에는 와이프의 역할도 적잖았다고 본다.


Q_포웰이 2013-2014시즌 도중 주장으로 임명됐다. 이는 곧 통역의 일이 늘어난다는 의미 아닌가. 부담도 됐을 것 같다.
아니다. 나는 자신 있었다. 포웰이 주장이 되면 팀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통역을 하기 전에 외국에 오래있었고 일반 회사에서 무역업을 하면서 많은 비즈니스 미팅을 경험했다. 그 때 미국인들은 완장을 차면 책임감이 높아진다는 것을 느꼈다. 포웰도 마찬가지였다. 주장이 되면 책임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포웰을 주장으로 임명하는 일을 두고 감독님과 상의할 때도 이런 이야기를 드렸다. 다행이 곧바로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 포웰이 주장이 된 후 6연승을 기록했던 걸로 기억한다.





Q_포웰과 선수 사이에 의사소통이 굉장히 중요 했을텐데?
포웰은 주장이 되면서 자신의 발언권이 커졌다고 생각했다. 이와 함께 젊은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해 지적을 하는 일이 늘어났는데, 이 부분을 국내선수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때로는 포웰이 과격한 표현을 하기도 할 텐데,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포웰과 국내선수들 사이에서 중간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시키는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Q_선수들이 잘 받아들인 모양이다.
그렇다. 국내선수들에게 ‘너희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포웰과 부딪쳐라’고 이야기했다. 포웰의 이야기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선수들의 이야기를 포웰에게 전달하는 것도 내 몫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경기 중에도 선수들끼리 부딪치는 모습이 많았다. 부딪치는 만큼 선수들끼리 의견을 나누는 횟수도 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 훈련 때에도 국내선수들에게 포웰의 말을 그대로 통역하기보다는 영어로 천천히 다시 말해주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때만 그 뜻을 설명해줬다. 그랬더니 나중에는 선수들이 나를 찾지 않고도 훈련에 있어서는 대화를 나눌 정도가 됐다. 국내선수들이 잘 따라주면서 의사소통이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잘 이뤄졌다.


Q_그렇다면 포웰이 가장 지적을 많이 했던 선수는 누구인가?
차바위다. 바위가 신인 때 포웰이 충고를 엄청 많이 했다. 처음에는 바위도 힘들어했다. 신인 때 가뜩이나 긴장도 하고 플레이가 잘 안되고 실수도 하는데, 포웰이 자꾸 뭐라고 하니깐 ‘나한테 왜 그러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포웰과 미팅도 많이 했고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지금은 포웰이 가장 아끼는 선수가 됐다. 올해에는 정효근에게 포웰이 신경을 많이 썼다. 효근이도 처음에는 바위와 같은 반응이었는데, 이를 한 번 겪은 바위가 중간 역할을 정말 잘했다. 그래서 효근이가 금방 포웰을 따랐고 그만큼 성장 폭도 컸다.


Q_결과적으로 보면 포웰이 선수 보는 눈이 있는 모양이다.
하하. 감독님이 포웰에게 주문을 하신 부분도 있다.


Q_유도훈 감독이 ‘전자랜드에 제일 열정 넘치는 사람은 통역이다’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실제로 팬들 사이에서 작전타임 때 열변을 토하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우스갯소리를 섞는다면 내가 귀가 안 좋다(웃음). 전화할 때 상대방 소리가 안 들리면 나도 목소리가 커지지 않는가. 그런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경기장 주변이 시끄러우니 감독님 얘기를 놓치지 않고 집중하기 위해 소리를 크게 낸다. 또 다른 이유는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경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작전 타임 때만이 아니라 벤치에서 스크린 상황에 대해 소리를 지르거나 상대방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소리를 지른다. 이 부분은 감독님의 역할이 크다. 감독님께서 ‘넌 왜 그리 오버를 하느냐’고 지적하셨다면 내가 그렇게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감독님께서 ‘그런 토킹 좋다’며 인정을 해주셨기 때문에 지금의 의사소통 방식을 유지해갈 수 있었다.


Q_포웰이 정이 많이 들었을 텐데, 헤어질 때는 어땠나?
공항에서는 그냥 ‘잘 가’였다. 공항에서 헤어질 때보다는 아무래도 플레이오프 마지막게임(4강PO5차전) 때 서로 많이 울었다. 포웰은 패배에 대한 실망감이 매우 컸다. 경기가 끝난 뒤 우느라 샤워실에서 나오지를 못했다. 나 역시 눈물이 너무 나서 얼굴을 수건으로 감싸고 있었다. 다들 포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포웰이 추스르고 샤워실에서 나왔는데, 말을 못 이어가고 또 울더라. 포웰이 이야기를 하는데, 나 역시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 그 친구의 말을 통역했다. 마치 내가 포웰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을 만큼 온 마음을 다 전했다. 여기저기서 꺽꺽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눈물바다였다.





Q_그 모습을 직접보지는 못했지만, 정말 멋진 장면이었을 것 같다. 비록 패배한 팀의 라커룸이었지만 말이다.
아마 드라마로 찍었으면 시청률 1위 나왔을 거다. 지금까지 그렇게 끝난 시즌이 없었다. 상상도 못할 감동스러운 모습이었다.


Q_레더도 울었나?
내가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어서 보지는 못했다. 포웰을 먼저 안으면 서운해 할 것 같아서 레더와 먼저 포옹했는데, 레더는 그 날 경기 패배가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하고 있었다. 숙소로 가는 길에도 계속 “내가 더 잘했다면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자책했다.


Q_찰스 로드와 레더의 트레이드를 두고 말이 많았다. 조직력을 생각해보면 성공한 트레이드 아닌가?
레더는 경기에 나서는 태도에 있어서만큼은 가장 프로페셔널한 선수였다. 훈련 때도 절대 남 탓 안한다. 다 자기 잘못이라고 습관처럼 말했고 경기 때나 훈련 때 매번 진지하게 나섰다. 오히려 코트 안에서의 호흡은 포웰보다도 레더가 더 잘 맞았다.


Q_로드와 포웰, 레더와 포웰의 관계를 비교한다면?
로드와 포웰은 그냥 선의의 경쟁관계였다. 레더와 포웰은 달랐다. 감독님이 레더를 데려올 때도 둘의 출전시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던 이유도 둘이 친했기 때문이다. 물론 둘이 부딪칠 때도 있었지만, 곧바로 서로 이야기를 통해서 의견을 나누고는 했다. 포웰과 레더는 선의의 경쟁자라기보다는 ‘동반자’ 느낌이 강했다. 둘은 출전시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감독님의 기용 방식을 믿었다.


Q_이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가?
비시즌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 오전에는 와이프, 둘째에게 헌신하고 5시에 큰애가 어린이집에서 귀가하면 밤 9시까지 전력투구해서 놀아준다. 그러고 밤 9시가 넘어서 사무실로 출근한다. 각 구단 통역이나 국제업무하는 분들에게는 밤10시부터 새벽까지가 가장 활동이 왕성한 시간이다. 해외에 있는 에이전트와 연락이 닿기도 편하다. 요즘에는 단신(193m이하)선수 영상을 열심히 보고 있다.


Q_드래프트에서 포웰이 전자랜드에 호명되지 않으면 어색할 것 같다. 포웰이 눈에 아른거리지 않을까?
비즈니스라고 냉정하게 생각해야하지 않겠는가. 포웰과는 비시즌에도 연락을 나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드래프트 전에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어야 할 것 같다.


변영재 통역은?
1979년생. 토론토 대학교를 졸업하고 심로악기 해외마케팅 팀장으로 일했다. 2010년 LG의 통역으로 2시즌(2010-2011, 2011-2012)을 보냈으며 2012-2013시즌 도중 전자랜드 통역으로 자리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변영재 통역은 전자랜드의 작전타임 때마다 큰 목소리를 내며 열정적인 모습으로 유도훈 감독의 말을 전달해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외국선수들의 신뢰도 높다. 포웰은 “YJ(영재)는 내 최고의 친구이자 동반자”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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