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레이드는 도박, 책임질 각오로 했다”
빅딜 당사자들이 말하는 트레이드의 추억
트레이드는 결국 감독의 의사가 중요하다. 일방적인 트레이드라는 건 없는 만큼, 감독들은 ‘이게 맞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단을 내린다. 물론 모두가 원하는 바를 얻는 건 아니다. 예상치 못한 불운에 고개 숙일 때도 있는 게 ‘빅딜’을 단행한 감독의 숙명이다.
김태환 “구단의 신뢰가 중요”
김태환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창원 LG, 서울 SK 감독 시절 굵직한 트레이드를 즐겨한 ‘트레이더’였다. 조성원과 조우현을 영입하며 수비 지향적이던 LG를 단숨에 공격 농구의 대명사로 만들었고, 코리아텐더와는 양 팀 외국선수가 모두 포함된 4대4 트레이드를 단행하기도 했다. 덕분에 사상 최초로 4시즌 연속 4강을 밟은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구단이 감독을 신뢰해줘야 한다”라는 게 김태환 해설위원의 지론이다. 김태환 해설위원은 “구단이 감독을 선택했다면,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농구를 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 트레이드는 내가 원하는 농구를 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고, 구단은 이를 지원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이라고 전했다.
김태환 해설위원은 이와 같은 측면에서 LG와의 궁합은 좋은 편이었다고 회상한다. “LG에서는 김인양 당시 단장과 내가 얘기가 잘 통했다. 그래서 자신감을 갖고 앞장서서 트레이드를 많이 했고, 무산되거나 실패한 트레이드도 없었다.” 김태환 해설위원의 말이다.
하지만 SK 시절에는 구단과 뜻이 안 맞아 무산된 트레이드가 있었다고 회상한다. 김태환 해설위원은 “결국 트레이드는 도박이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각오도 져야 한다. 하지만 주전가드를 트레이드하는데 있어 SK에서는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SK에서 하고자 하는 농구를 못했던 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물론 2005-2006시즌에는 대형 트레이드를 연달아 단행,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SK는 당시 방성윤을 영입하기 위해 조상현, 황진원 등 주전급 2명과 군 복무 중인 이한권을 부산 KTF(현 케이티)에 넘겨줬다. SK가 얻은 카드는 방성윤과 정락영, 김기만. “방성윤은 2명 몫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트레이드에 나섰다”라는 게 김태환 해설위원의 설명이다.
SK는 이어 방성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김일두, 임효성 등 유망주들을 내주며 인천 전자랜드의 간판슈터 문경은까지 손에 넣었다. 하지만 방성윤은 순위경쟁이 한창이던 2005-2006시즌 막판 대흉근이 파열돼 공백기를 가졌고, SK는 플레이오프에 못 올랐다. 방성윤은 이어 2006-2007시즌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손가락과 눈을 다쳐 시즌 초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SK는 2006-2007시즌 1라운드 3승의 부진에 그치자 김태환 감독을 경질했다. 김태환 해설위원은 “방성윤이 신인상을 수상했지만, 팀 성적은 좋지 않았다. 부상도 잦았다.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던 트레이드”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잃는 만큼 얻는 것도 있다” 추일승의 승부수
조건 없이 선수를 넘겨주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의 트레이드는 ‘Give & Take’다.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선 출혈도 있어야 한다. 김태환 해설위원만큼이나 대형 트레이드를 자주 시도한 추일승 고양 오리온스 감독은 “트레이드는 위험부담도 따르지만, 분위기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잃는 게 있더라도 얻는 게 그보다 많은지 고려하고 트레이드를 단행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고심 끝에 내놓은 카드인 만큼, 추일승 감독은 추진에 나선 트레이드는 모두 실천에 옮겼다고.
김태환 해설위원이 방성윤 트레이드를 제의할 때 KTF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이가 바로 추일승 감독이었다. “어차피 우리와 계약이 안 된 선수였으니…. 다른 팀은 카드도 안 맞았고, SK만큼 적극적이지도 않았다”라고 회상한 추일승 감독은 당시 조상현으로 슈터 부재를 해결,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추일승 감독은 오리온스로 옮긴 후에도 굵직굵직한 트레이드를 수차례 단행했다. 특히 2013-2014시즌에는 케이티와 8명이 오가는 빅딜에 합의, 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추일승 감독은 케이티의 지명권을 양도받은 덕분에 영입한 신인 이호현을 활용, 2014-2015시즌에도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과 트레이드를 통해 그토록 원한 리오 라이온스를 영입한 것. 2013-2014시즌의 트레이드는 하위권에 처진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외국선수의 재계약이 불가한 가운데 라이온스를 영입하며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까지 넘겨준 건, 우승에 대한 추일승 감독의 열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즌 도중 단행한 트레이드이기에 위험부담도 따르지만, 추일승 감독은 그간 치밀하게 계산기를 두드린 끝에 결정을 내려왔다고 한다. “사실 시즌 도중 트레이드는 팀원들과의 조화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지만, 전력적인 측면에서 이 부분이 약하면 저 부분의 손실이 있어도 보강을 해야 한다. 결국 트레이드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고, 얻는 게 크다는 판단이 서면 과감히 진행해야 한다.” 추일승 감독의 말이다. 라이온스 영입에 대한 평가는 오리온스의 2014-2015시즌 최종성적, 더 나아가 오리온스로부터 넘겨받은 지명권이 삼성에 끼친 영향을 살펴본 후 내려도 늦지 않을 것이다.
유재학 “트레이드, 하고 싶었지만…”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은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은 선수 영입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금전적인 부분, 보상선수를 감안하면 내부선수를 키우는 게 낫다”라는 게 유재학 감독의 지론이다. 우승의 적기라 판단해 2012년 문태영을 영입한 게 모비스 감독 부임 후 유재학 감독이 손에 넣은 첫 번째 FA 영입 사례다. 트레이드도 적었다. 하지만 FA와 트레이드는 별개의 문제라는 게 유재학 감독의 생각이다. 유재학 감독은 “나 역시 트레이드를 하고 싶은 적이 많았다. 하지만 트레이드라는 건 서로의 카드가 맞아야 성사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 카드가 마땅치 않아서 트레이드를 못했다. 트레이드를 물어보는 거라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은데…”라며 웃었다.
물론 유재학 감독도 트레이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유재학 감독은 2007-2008시즌 중반 터프한 수비와 3점슛 능력을 겸비한 이병석, 양동근의 후계자로 점찍은 김학섭을 SK에 넘겨줬다. 전형수, 김두현으로 가드진을 보강하는 게 급선무였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김)학섭이는 여러 차례 기회를 줬지만, 한계가 보였다. (이)병석이는 활용할 만큼 활용했기 때문에 가드를 보강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재학 감독의 말이다. 특히 2012-2013시즌 막판에는 LG에 커티스 위더스와 김시래(시즌 종료 후 이적)를 넘겨주는 대신 로드 벤슨을 얻는 빅딜을 단행하기도 했다. 최초 모비스가 밝힌 +α는 ‘향후 3시즌 중 1차례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양도’였지만, 김진 LG 감독이 처음부터 못 박은 카드는 김시래였다고.
유재학 감독은 “우승이라는 건 기회가 왔을 때 해야 하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고민이 많았지만, 2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벤슨이 없었다면 절대 이루지 못한 성과였다. 결과적으로 양 팀 모두 잘 된 트레이드”라고 돌아봤다.
BONUS ONE SHOT | 김태환과 방성윤의 엇갈린 운명
김태환 해설위원이 방성윤을 눈독 들인 건 SK 시절이 처음은 아니다. 김태환 해설위원은 중앙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절 휘문고의 에이스 방성윤 영입에 사활을 걸었다. 당시 중앙대는 방성윤과 고교랭킹 1위를 다투던 마산고 김동욱(현 오리온스) 영입이 막바지 단계에 있었지만, “방성윤이면 충분하다”라는 김태환 해설위원의 말에 노선을 변경했다. 결국 김동욱은 고려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중앙대는 최종 도장 찍는 것만 남겨뒀던 방성윤을 뒤늦게 스카우트 경쟁에 나선 연세대에 뺏기고 말았다. 졸지에 방성윤, 김동욱 등 유망주를 모두 놓치는 신세가 된 것.
“방성윤은 내가 원하는 농구에 부합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연세대에 뺏겼을 때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라고 운을 뗀 김태환 해설위원은 “그래도 전화위복이 돼 방성윤 없이도 좋은 성적은 거뒀다”라며 웃었다. 김태환 해설위원은 김주성, 송영진, 임재현 등을 앞세워 중앙대에 ‘제2의 전성기’를 안긴 후 LG로 자리를 옮겼다.
사진_이청하 기자,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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