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닉스! 또 다시 실패!
필 잭슨은 무엇을 착각했던 것일까?
17승 65패. 동부 컨퍼런스 최하위. “영광을 되찾겠다”며 큰 소리치면서 시즌을 시작한 뉴욕 닉스의 현실이다.
‘대놓고’ 시즌을 버리면서 드래프트 지명권을 모으는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보다도 승률이 낮다. 올 시즌 팀 연봉 지출 부문 4위(8,123만 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여전히 쓰는 돈이 많은 닉스이지만, 지갑에서 나가는 돈에 비해 팀 성적은 기대치를 한참 밑돌고 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서는 뉴욕 닉스의 사장 필 잭슨도 책임을 피해가기는 힘들다. NBA에서만 무려 11개의 우승 반지를 손에 넣은 필 잭슨의 노하우도 소용없었다. 오히려 필 잭슨의 착각으로 인해 뉴욕 닉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알던 ‘반지의 제왕’ 필 잭슨의 착각, 혹은 고집은 팀을 나락으로 빠뜨렸다.
# 점프볼 2015년 4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사진_NBA 미디어센트럴 제공
1. 트라이앵글 오펜스는 만병통치약?
필 잭슨이 부임하자마자 생긴 첫 번째 변화는 감독 교체였다. 그런데 그 감독은 놀랍게도 데릭 피셔였다.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코치 경험이 전혀 없는 피셔를 신임 감독으로 임명한 것이다. 잭슨이 피셔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한 가지, 트라이앵글 오펜스 때문이었다. 필 잭슨이 LA 레이커스의 감독으로 활동하는 동안, 그의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가장 잘 이해하고 소화했던 선수가 피셔였고 그러한 피셔에 대한 믿음이 잭슨의 결정을 이끌어낸 것이다. 코칭 경험이 없었지만, 트라이앵글 오펜스 전술을 뉴욕 닉스에 이식하기만 해도 피셔의 역할이 충분하다고 믿은 셈이다.
그러나 그 믿음은 완벽한 착각이었다. 뉴욕 닉스는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제대로 펼칠 수 있는 팀이 아니었다.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선결 조건은 패스 능력이 좋은 포스트맨의 존재이다. 시야가 넓고 패스 능력이 좋은 빅맨이 로우 포스트, 혹은 하이 포스트에서 패스를 통해 경기를 조율해야 한다. 시카고 불스에서는 룩 롱리가, LA 레이커스에서는 샤킬 오닐과 파우 가솔이 그 역할을 해냈기에 트라이앵글 오펜스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었다.
하지만 뉴욕에 그런 빅맨은 존재하지 않는다. 안드레아 바르냐니는 패싱 게임과 거리가 먼 선수이고, 콜 알드리치는 수비형 빅맨에 가깝다. 팀의 핵심인 카멜로 앤써니는 골밑에서 패스를 다양하게 돌릴 수 있는 빅맨이 아닌, 득점을 담당하는 스윙맨이다. 골밑 근처에서 공격을 전개해 줄 핵심 빅맨이 없으니 트라이앵글 오펜스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뿐만이 아니다. 트라이앵글 오펜스는 전술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농구지능(BQ)이 좋아야 하고, 선수들끼리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야 하는 전술이다. 그러나 뉴욕은 선수 라인업의 변동이 심해서 선수들이 시간을 두고 손발을 맞춰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는 주전 선수는 앤써니 밖에 없다. 그런데 앤써니도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전술이 아무리 좋아도 그에 맞는 조건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빛을 볼 수 없다. 좋은 토양과 햇볕 없이 식물이 잘 자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트라이앵글 오펜스는 조건을 가리지 않고 팀을 구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트라이앵글 오펜스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려면 이전과 유사한 팀 환경이 구축되는 것이 우선인데, 필 잭슨은 그 점을 간과했다.
2. 포인트가드와 3점슛을 믿지 않는다?
필 잭슨은 농구를 대단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본다. 그래서 현재의 농구 트렌드를 싫어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예전부터 포인트가드에게는 제한적인 역할만 부여했던 잭슨이었기에 포인트가드가 주도하는 NBA의 트렌드에 더욱 거부감을 느낀다. 모든 팀들이 좋은 포인트가드를 찾아나서는 순간에도 잭슨은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고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재 뉴욕은 NBA에서 미드레인지 시도가 가장 많은 팀 중 하나이다. 골대에서 10-19피트 떨어진 지점에서의 슈팅 시도가 경기 당 25회로 LA 레이커스(26.5회), 샬럿 호네츠(26회), 워싱턴 위저즈(25.5회)에 이어 리그 4위이다. 반면 3점슛 시도는 경기 당 19.9회로 리그 21위에 불과하다. 전체 야투 시도 중 3점슛이 차지하는 비율은 23.2%인데, 이를 보면 닉스의 경기 운영은 현대농구의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보란 듯이 리그의 트렌드를 거부하는 필 잭슨의 뚝심은 아집에 불과했다. 3점슛과 포인트가드를 제외하고 현대농구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랜트랜드(Grantland)」의 칼럼니스트 커크 골즈베리에 의하면 2013-2014시즌 NBA에서 3점슛 시도가 전체 야투 시도의 25.9%를 차지했다. 전체 야투 시도의 4분의 1이 3점슛이라는 이야기인데, 이는 3점슛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그만큼 많은 팀들이 3점슛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NBA에 3점슛 라인이 처음으로 도입된 1979-1980시즌 당시 3점슛 시도의 비중이 3.1%에 불과했음을 감안할 때, 3점슛의 비중은 시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포인트가드로 초점을 옮기면 필 잭슨의 오판은 더욱 명백해진다. 포인트가드의 기량과 퍼포먼스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되는 시대이다. PER이 20을 넘는 포인트가드가 9명이나 되고, WAR 상위 20명 중 8명이 포인트가드일 정도다. 팀내 포인트가드의 역량과 팀 성적은 비례 관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리그에서 하위권에 처져 있는 팀들의 주요 문제 중 하나가 포인트가드의 기량 수준인데, 뉴욕도 예외는 아니다. 올 시즌 포인트가드를 맡고 있는 호세 칼데론, 랭스턴 갤러웨이의 PER은 각각 11.46, 12.92로 평균 아래이다.
3.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필 잭슨은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통해 선수들이 되도록 많은 터치를 가져가도록 한다. 실제로 올 시즌 뉴욕은 경기당 패스수에서 리그 2위(360.9회), 경기당 볼 터치 횟수 리그 2위(480.8회)를 기록할 정도로 공을 많이 돌리는 팀이다. 또한 팀의 경기당 활동량에서도 리그 8위를 기록했다. (경기 당 16.8마일) 필 잭슨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트라이앵글 오펜스가 완성되고, 선수들이 성장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좋은 결과가 없는 과정은 무의미하다. 실제로 리그에서 볼 터치가 많은 팀 상위 5팀은 뉴욕을 포함해 유타, 샌안토니오, 댈러스, 필라델피아이다. 이 중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정도의 전력을 갖춘 팀은 샌안토니오와 댈러스밖에 없다. 참고로 리그 전체 1위인 골든스테이트의 경기 당 볼 터치 횟수는 437.4회로 리그 13위밖에 되지 않는다. 팀원들이 공을 많이 만진다고 해서 많은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공을 많이 돌리는 팀들의 목표는 쉬운 찬스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 쉬운 찬스가 만들어지지 않을 때에는 돌파를 통해 상대의 파울을 얻어내면서 수비를 무너뜨리는 것도 중요하다. 뉴욕의 경우 공만 돌릴 줄 알지, 정작 돌파로 상대의 수비를 공략하는 데에는 소극적이다. 실제로 올 시즌 뉴욕은 경기 당 돌파 횟수가 15.5회로 리그 최하위이다. 이는 뉴욕이 시도하는 패스의 상당수가 소위 말하는 '죽은 패스'라고 해석 가능한 부분이다.
변화 없는 고집은 아집이다 지난 2011년에 LA 레이커스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후 3년 만에 농구계로 돌아온 잭슨은 아무런 변화 없이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해왔다. 그러나 변화 없이 자기 원칙만 고집하는 것은 ‘반응 없는 아집’일 뿐이다. 잭슨은 반면교사를 멀리서 찾을 것 없다.
자신의 제자 중 한 명인 브라이언 쇼가 덴버에서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고집하다 팀을 위기에 빠뜨리고 감독 자리에서 경질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본인의 농구 인생을 위해서라도 잭슨은 이제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잭슨의 농구 철학은 설득력 없는 죽은 철학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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