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재범 기자] 2000년대 들어 대학농구는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하게 나왔다. 그리고 긴 논의 끝에 2010년, 대학농구리그가 출범했다. 대학 선수들은 본교나 상대 학교에 가서 경기를 가지며 미리 프로와 같은 방식의 리그 운영을 경험했다. 홈 경기에서는 재학생들의 응원을 받으며 힘을 얻었다. 그렇게 대학농구리그 초창기 코트를 누볐던 선수들이 어느덧 프로농구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오래 전 기억으로 남은 이들의 대학 시절을 소환한다.
※ 본 글은 점프볼 3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대학농구리그 초대 득점왕 차바위
한양대 하면 ‘육상농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재도(KGC인삼공사)가 중심을 잡은 뒤 한상혁(LG)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한양대의 빠른 공격을 이끌었다. 육상농구의 핵심은 빠른 공수 전환이며, 여기에 화끈한 외곽포가 그 뒤를 받친다. 초창기 한양대의 외곽포를 책임진 선수는 차바위(전자랜드)와 오창환(한양대 코치)이었다. 특히, 차바위는 2010 대학농구리그에서 523점(평균 23.8점)을 기록하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차바위는 “대학농구리그를 처음 시작할 때 득점왕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고학년 형들이 적어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를 했다. 슛 시도가 많다보니 어느샌가 득점 순위권에 올라가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신경을 썼다”며 “감독님, 코치님께서도 제가 그 정도로 득점을 많이 할 줄 몰랐을 거다. 저는 운이 좋았다. 형들도, 동기들도 잘 밀어줬다. 대만 전지훈련 잘 다녀온 뒤 자신감을 얻어서 득점도 많이 할 수 있었다”고 득점왕에 오른 비결을 전했다.
차바위는 단국대와 첫 경기에서 31점을 올리며 첫 단추를 잘 꿰었다. 개막 후 5경기에서 평균 22.8점, 3점슛 성공률 35.9%(14/39)를 기록했다. 잠시 주춤하던 시기도 있었다. 특히 3점슛 성공률이 이후 5경기에서 10.5%(4/38)로 뚝 떨어졌다. 그러다 2학기 들어 3점슛 감각을 되찾았다. 특히 시즌 막판 7경기에서 3점슛 성공률 40.3%(27/67)로 끌어올려 평균 28.0점을 기록하며 득점왕 자리를 굳혔다.
득점왕만큼 눈에 띄는 건 평균 10.5리바운드를 잡은 것이다. 차바위는 대학농구리그에서 처음으로 평균 20-10을 기록한 선수다. 이 기록은 10년 동안 총 7번 나왔으며, 이들 중 차바위 신장이 192cm로 가장 작다. 차바위는 “4번(파워포워드)으로 뛰어서 골밑에 있으니까 리바운드를 많이 잡았다. 점프력이 높지 않은데 제 앞에 잘 떨어졌다. 운이 좋았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차바위가 대학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자부심을 갖는 것 역시 리바운드였다. 차바위는 “득점도 득점이지만, 리바운드를 잘 잡았다. 17개를 잡는 등, 리바운드를 엄청 많이 잡은 기억이 난다. 192cm의 신장으로 2m 장신인 친구들과 경쟁에서 리바운드 많이 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김승원, 최부경(이상 SK) 등 장신 선수들이 있었다. 그래서 어디에 떨어질지 빠르게 파악해서 리바운드를 잡았다. 점프력이 안 좋아도 타이밍이 좋았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네”라며 스스로를 기특해했다. 차바위는 김종규(DB)가 버티던 경희대, 김민욱(KT)과 김승원이 골밑을 지킨 연세대와 경기에서 각각 17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한 바 있다.

리바운드 왕 김현민
단국대는 2015년부터 5년 연속 대학농구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올해는 고려대와 연세대를 위협할 수 있는 상위권 후보로 꼽힌다. 그렇지만, 대학농구리그 출범 초기에는 5년 연속 플레이오프와 인연이 없었다. 대신 다수의 기록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 출발선에 있는 선수가 김현민이다. 김현민은 2010년 대학농구리그에서 318개의 리바운드(평균 14.5개)를 잡아내며 리바운드 1위에 올랐다. 22경기 시스템이었기에 총 리바운드에선 역대 최다 기록으로 남아 있으며, 평균 14.5개도 4위에 해당한다.
김현민은 초대 리바운드 왕이라고 하자 “1학년 때부터 꾸준하게 리바운드 상을 받았다. 김동량(LG)과 경쟁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김현민은 2008년과 2009년 전국대학농구연맹전 2차 대회에서 각각 평균 11.7개(82개)와 13.3개(53개)를 기록하며 리바운드 1위를 기록했다. 2008년 농구대잔치에선 평균 11.2개(56개)로, 2007년 전국대학농구연맹전 1차 대회에선 평균 10.8개(54개)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현민은 “공격 옵션이 없어서 3점슛을 간간이 던지고, 속공과 공격 리바운드 후 득점을 많이 올렸다. 그래서 골밑에 많이 서있었다. 팀에 5번(센터)이 없어서 5번 역할을 하며 리바운드를 많이 잡았다”며 “그때는 ‘어떻게 하면 리바운드를 잡을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하고, 움직임도 연습했다. 순발력과 점프력이 좋아서 리바운드를 하는 게 수월했다”고 리바운드 비결을 밝혔다. 이어 “기본 리바운드 10개는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나섰다. 신입생 때 단국대가 신장이 높지 않아서 리바운드를 잡으면 경기를 뛸 수 있다는 생각에 리바운드를 신경 썼다. 적성도 맞고, 팀에 도움도 되고, 사람들도 알아줘서 리바운드에 더 집중했다”며 “자부심도 있었다. 1학년부터 한 번씩 꾸준하게 상을 받았다. 대학농구리그 시작할 때부터 리바운드 1위 욕심이 있었고, 순위 경쟁 하는 선수들의 리바운드도 신경을 쓰면서 1위 자리를 안 뺏기고 졸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현민은 두 차례 30-20을 기록했다. 그 상대는 모두 상명대다. 단국대와 상명대가 천안에 위치해 양팀의 맞대결은 ‘천안 더비’로 불린다. 김현민은 “어떻게 보면 ‘기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때는 상명대가 범접을 할 수 없었는데 요즘 상명대가 잘 해서 (단국대와) 대등한 거 같더라. 대학리그 초창기에는 (상명대가) 2부 대학에서 1부 대학 막 올라와서 약했다”며 “상명대와 경기에선 박재욱(전 KT)이 저를 막았다. 기록이 좋을 수 밖에 없었다. 패스만 주면 앨리웁 덩크나 곧바로 마무리했다. 골밑에서 플레이하기 편했다”고 30-20을 작성한 상명대와 경기를 기억했다. 김현민은 “덩크슛은 누가 봐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별명도 야생마, 플라잉 덩커였다”고 3번이나 KBL 올스타전 덩크왕에 오른 선수다운 한 마디를 내뱉었다.
김종규와 점프를 비교하는 질문을 툭 던지자 김현민은 “스타일이 다르다. 김종규는 원투 덩크(제자리서 점프해 덩크하는 걸 의미)이고, 전 러닝 점프로 덩크한다”라며 살짝 빗겨가더니 “종규가 훨씬 크고, 전 훨씬 작다. 타점은 종규가 훨씬 높다. 저도 깜짝 놀라서 살벌하다고 여겼다. 키를 고려해서 비교하면 얼추 비슷할 수 있다”고 했다. 김현민을 리바운드 왕으로 이끈 건 점프력이며, 점프력의 근원은 복근이다. 대학 당시에는 대단한 복근을 가졌던 김현민은 “그때는 진짜 빨래를 빨아도 되었다. 복근 운동을 엄청 많이 했다”고 자랑했다.

다양한 골밑 공격 능력 뽐낸 최부경
최부경(SK)은 2012년 1월 열린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에서 2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고, 장재석은 2012년 10월 열린 드래프트에서 1순위에 뽑혔다. 최부경은 1순위 지명권이 현대모비스가 아닌 다른 팀에게 돌아갔다면 2순위가 아닌 1순위에 선발되었을 선수다. 비슷한 시기에 대학을 다닌 두 선수는 비교되기도 했다. 당시 스카우트 평가를 되짚어보면 장재석은 스피드, 운동능력, 순발력이 좋고, 어시스트와 3점슛까지 가능한 다재다능함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최부경은 버티는 골밑 수비와 발을 쓸 줄 아는 골밑 공격 능력에서 인정받았다. 최부경은 이런 장점을 드러내며 2011년 대학농구리그에서 평균 20.7점 12.6리바운드로 20-10을 작성했다. 최부경에게 대학시절 득점력에 대해 묻자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다”며 “이원대(LG), 한호빈(오리온)처럼 투맨 게임을 할 줄 아는 선수들이 있어서 투맨 게임을 득점 옵션 중 하나로 가져갈 수 있었다. ‘이렇게 하라’보다 공격을 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서 ‘네가 자신있게 하라’고 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이어 “저는 피지컬이 특출한 것도 아니고, 높이가 엄청 높거나, 팔 길이가 긴 것도 아니었다. 보드 장악력도 뛰어나지 않아서 상대를 속이는 플레이를 했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이상국(동아고) 코치님께서 가드, 포워드, 센터 모두 농구센스 부분에서 그렇게 트레이닝을 할 수 있게 해주셨다. 그 당시에는 몰랐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까 3대3, 4대4 미니 경기를 하며 훈련과 트레이닝을 시켜주신 효과를 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현대 농구의 기본은 2대2 플레이다. 건국대는 일찌감치 2대2 플레이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렇지만, 대학 시절 그런 능력을 프로에서 보여주지 못한다. 최부경은 건국대에서 가드들과 2대2 플레이를 할 때 호흡을 맞췄다. 최부경은 “2대2 플레이에서 공격할 때 잘 하는 선수는 조금이라도 틈이 나면 슛을 올라간다. 그렇게 슛을 던져서 자신에게 수비가 붙게 만든다. 그런 디테일이 다르다”며 “대학에선 투맨 게임을 할 때 다들 기본적인 수비를 하는데 프로는 개개인 분석을 더 정확하고, 세세하게 해서 슛이 없으면 큰일 난다”고 프로와 대학 시절 2대2 플레이를 비교했다.
최부경은 “대학 시절 마무리 능력이 부족해서 다시 리바운드를 잡은 게 많았다(웃음). 그때나 지금이나 리바운드 욕심이 있다. 리바운드를 잡아주면 공격 기회를 한 번 더 가져오고, 우리 팀 슈터들이 고마워하면서 자신있게 슛을 던지니까 더 적극적으로 임했다”며 리바운드에 강한 집념을 드러낸 뒤 “대학 시절에는 더블팀 견제가 심했다. 그럴 때 팀 동료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개인적으로 재미있고, 자신감이 많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최부경은 2011년 대학농구리그에서 평균 3.0어시스트도 곁들였다. 7차례 나온 20-10 작성자 중 평균 3.0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이윤수(DB)와 함께 최부경까지 두 명뿐이다.

고려대 전성기 이끈 이승현
대학농구리그는 ‘중앙대 전승우승’으로 시작한 뒤 ‘경희대 전성시대’에 이어 ‘고려대 천하’로 넘어갔다. 고려대는 2014년부터 5년 연속 정규리그에서 우승했고, 2013년부터 3년 연속 챔피언에 등극했다. 2010년 대학농구리그에서 11승 11패, 5할 승률로 5위에 머물렀던 고려대가 대학농구 정상에 오른 계기는 이승현(오리온)의 입학이다. 이승현 역시 “고려대 전성기를 제가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이승현은 대학시절을 꺼내자 “저학년 때 그다지 성적(1학년이었던 2011년 14승 8패, 63.6%, 5위)이 좋지 않았다. 그 와중에 (연세대와) 정기전을 이겨서 의미가 있다. 저학년 땐 솔직히 머리 박고 멋도 모르고 했다”며 “3학년으로 올라갈 때 엄청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 같은 팀에 있는 박재현(오리온) 선수부터 절친한 동생 이종현(현대모비스), 문성곤(KGC인삼공사), 이동엽(삼성), 김지후(KCC) 등이 모여 합을 이뤄서 좋은 성적이 났다”고 되돌아봤다.
이승현은 1학년이었던 2011년 대학농구리그에서 총 294개의 리바운드(평균 13.4개)를 잡아내며 1위를 차지했다. 이승현은 “1, 2학년 때 리바운드 1위를 했을 거다. 5번(센터)이 저 밖에 없었다”라며 “김종규 형은 배수용(현대모비스)과 같은 백업 선수가 있었지만, 전 저 밖에 없었다. 그래서 40분을 다 뛰었기 때문에 리바운드를 많이 잡은 거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승현은 이종현이 입학한 뒤 2학년이 아닌 3학년이었던 2013년 대학농구리그에서 181리바운드(평균 11.3개)를 기록해 한 번 더 리바운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대학 4학년 때 평균 5.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3학년까지 30분 이상 뛰었지만, 4학년 땐 평균 24분 42초만 출전했다.
이승현은 그 누구보다 성실한 선수다. 이승현은 “다른 것보다 제 포지션에선, 제가 대학 다닐 때는 지금과 다른 흐름이라서 4번(파워포워드)이 3점슛을 던지는 경우가 적었다. 대표팀에 가서 신장의 차이를 느끼고 3번(스몰포워드)을 봐야 한다고 해서 3점슛 연습을 하게 되었다”며 “솔직히 제 한계를 알고 있다. 3번을 보기에는 몸도 두껍고, 스피드도 떨어진다. 그래서 4번을 보면서 3점슛을 던지자는 생각으로 대학 3학년부터 3점슛 연습을 엄청 많이 했다. 지금도 확률이 조금 낮지만, 3점슛을 던질 수 있는 자체가 상대에게 부담을 준다. 이런 쪽으로 집중해서 노력했다”고 3점슛 능력 향상을 노력의 한 예로 들었다.
이승현은 3학년까지 대학농구리그에서 3점슛 7개를 던져 모두 실패했지만, 4학년 때 3점슛 성공률 43.8%(14/32)라는 높은 기록을 남겼다. 더불어 이승현은 4년 내내 대학농구리그에서 자유투 성공률 80%(80.9%, 80.4%, 83.3%, 80.8%)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김주성(상명대 출신 전 현대모비스)과 더불어 딱 두 명만 작성한 진귀한 기록이다.
#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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