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BA와 농구월드컵, 가깝고도 먼 사이

김윤호 기자 / 기사승인 : 2019-08-31 0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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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윤호 칼럼니스트] 지난 2014년부터 세계농구선수권이 농구월드컵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월드컵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구가하는 축구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조치였다. 뿐만 아니라, 축구와의 일정 중복을 피하고 농구에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개최 연도를 일부러 1년 미뤘다. 그리고 2019년 농구월드컵 개최지는 중국이다. 이제 최고의 스타들만 오면 모든 그림이 완성된다. 하지만 정작 스타들이 무대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NBA 스타들이 보이지 않는다.

여전한 전력 격차

올 시즌 KBL에서 서울 SK 유니폼을 입게 될 자밀 워니의 가장 눈여겨볼 경력 중 하나는 바로 지난 2017년에 있었던 FIBA 아메리컵 우승이다. 당시에 미국은 12명의 출전 라인업 전원을 G리그 소속팀, 해외 리그 소속 선수로만 채웠는데, 그 중의 한 명이 바로 워니다. 참고로 워니는 아메리컵 결승전에서 강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16점을 올리며 우승의 주역이 되었다. 심지어 당시의 아르헨티나는 니콜라스 브루시노, 파쿤도 캄파조 등 대표팀 핵심 멤버 대부분이 포함된 강팀이었다.

워니 얘기를 꺼낸 이유는 현재의 미국 대표팀 때문이다.

당초 참가가 확정적이었던 제임스 하든, 앤써니 데이비스 등이 불참을 선언하더니 예비 명단에 있었던 데미안 릴라드, 카일 라우리, 브래들리 빌 등이 차례로 중도하차했다. 올스타급 선수들이 연이어 불참을 선언하면서, 대회 성적을 제대로 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참고로 지금의 대표팀에 올스타 경력자는 5명도 채 되지 않는다.

만약 2017년에 자밀 워니, 켄달 마샬 등으로 이뤄진 대표팀이 아메리컵 우승에 실패했다면, 필자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현직 NBA 선수 한 명 없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확신했다. 미국은 지금 정도의 선수 수준으로도 농구월드컵 우승이 충분히 가능한 전력을 갖췄다. 그래서 미국이 최강의 전력을 구축할 명분이 없다. 더구나 이번 월드컵에 참여하는 팀 중에 최상 전력으로 참여하는 팀은 거의 없으며, 특히 유럽의 강팀들이 주요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한 전열 이탈이 늘어나며 전력 약화를 겪고 있다.

프랑스는 주전 포인트가드 토마스 후에르텔이 왼쪽 무릎 부상으로 월드컵 참가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주전 포워드인 아드리앙 모어만마저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어 대회 참가를 할 수 없게 됐다. 주전 5명 중 2명이 이탈하면서,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다. 세르비아 역시 붙박이 주전인 밀로스 테오도시치가 발 부상이 재발하여 월드컵 출전을 포기한 데 이어, 백업 스윙맨 드라간 밀로사비예비치가 무릎 부상으로 월드컵에 나올 수 없다. NBA에서 뛰는 선수가 로스터에 다수 포함된 호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벤 시몬스는 일찌감치 월드컵 출전을 고사했고, 조나 볼든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호주 대표팀에서 자진 하차했다. 캐나다에서는 자말 머레이, 켈리 올리닉이 부상 치료 차원에서 하차했다.

미국의 전력이 이전에 비해 약해졌지만, 그만큼 타 팀들의 전력 역시 약해졌다. 이는 미국과 미국 외 국가들 간의 전력 격차가 계속 유지된다는 의미다. 기본적인 힘의 격차가 여전한 만큼, 미국의 우승 가능성은 여전히 제일 높다. 그러니 스타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하려고 하지 않는다. 굳이 자신이 참가하지 않더라도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NBA 스타들의 월드컵 기피가 설명되지 않는다.



이뤄질 수 없는 인연?

처음부터 어긋난 관계일 수도 있겠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NBA와 농구월드컵은 도저히 이뤄질 수 없는 인연일 수도 있다. 1994년부터 NBA 스타들이 월드컵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도 한창 주가가 높은 선수들이 총 출동한 적은 없었다. 미국은 단 한 번도 농구월드컵에서 최상의 전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단 NBA의 상징과도 같은 마이클 조던이 단 한 번도 농구월드컵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조던은 NBA 데뷔 이후는 물론, NBA 데뷔 전에도 농구월드컵에 참가한 적이 없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농구월드컵에 참가할 수가 없었다. NBA 선수 신분으로 월드컵에 나설 수 있었던 해가 1994년과 1998년인데, 그 때는 이미 조던이 은퇴한 이후였다. 심지어 1998년 여름에는 사상 초유의 NBA 직장 폐쇄가 일어나면서, NBA 선수들이 아예 농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월드컵이라는 대회에서는 최고의 선수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마련이다. 축구의 역사에서 월드컵은 최고의 선수들의 등장을 알린 이벤트였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축구황제 펠레가 탄생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지네딘 지단이라는 이름이 전세계 축구 팬들에게 각인됐다. 하지만 농구월드컵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스타들의 입장에서 볼 때, NBA에서 이미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알렸기 때문에 굳이 A매치에 출전해서 이름값을 증명할 필요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농구월드컵은 아직까지는 대중들의 관심이 높지 않기 때문에, 출전을 통한 광고 효과도 크지 않다. 스타들이 올림픽 출전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광고 효과 영향도 굉장히 크다. 월드컵에 나갈 의지를 제외하면, 출전 동기 부여가 크지 않은 점도 부인하기 힘들다.

게다가 최근에는 농구월드컵이 열린 해에 유독 NBA 오프시즌이 바쁘게 돌아갔다. 당장 올해에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스타들이 대거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이에 따라 시즌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로운 시즌 준비를 위한 시간을 갖다 보니, 국제 대회를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참가가 유력했던 앤써니 데이비스도 LA 레이커스 이적이 확정된 이후로 마음이 바뀌었고, 제임스 하든 역시 러셀 웨스트브룩과 같은 팀에서 뛰는 시즌을 맞이하게 되면서 월드컵과 멀어졌다.

2010년과 2014년에도 상황은 유사했다. 2010년에는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 조 존슨 등이 한꺼번에 FA 시장에 나오면서, 사람들의 이목이 FA 시장으로 쏠렸다. 자연히 농구 월드컵은 FA 시장과 별 상관이 없는 선수들이 나가는 대회가 됐다. 또, 2014년에는 르브론 제임스가 친정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로 복귀하는 등, FA 시장이 다시 한 번 크게 관심을 끌면서, 스타들의 관심은 월드컵을 벗어났다. 이처럼 농구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NBA의 여름이 바빴다. 그러니 선수들이 월드컵 출전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 제기는 가능하다. 모든 선수가 FA 시장에 나오는 것도 아닌데, 본인 의사만 있으면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실제로 켐바 워커는 올 여름에 FA 신분으로 보스턴 셀틱스로 이적했지만, 농구월드컵을 적극적으로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FIBA 위에 NBA

축구계에서 가장 큰 힘을 행사하는 조직은 다름아닌 FIFA다. 유럽 축구가 아무리 큰 인기를 끈다고 해도, 유럽축구연맹 (UEFA) 에서 FIFA를 넘어서는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다. 중동의 자본력을 등에 업은 아시아축구연맹 (AFC) 역시 FIFA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함부로 넘볼 수 없다. FIFA는 최고의 권위와 자본을 지닌 조직이다.

하지만 농구는 축구와 상황이 다르다. NBA의 영향력이 FIBA의 영향력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전임 커미셔너인 데이비드 스턴의 세계화 정책 시행 이후, NBA는 전세계의 농구 관계자들과 팬들을 끌어안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농구 유망주를 찾아 나서는 역할을 가장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조직도 NBA다. 활동 자체가 소극적인 FIBA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유튜브 구독자 수로 보면 그 격차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NBA 공식 유튜브 계정의 구독자 수는 어느덧 1,200만명 돌파가 눈앞이다. 반면 FIBA 공식 유튜브 계정 구독자 수는 80만명도 되지 않는다. NBA 영상은 누구나 찾아보게 되지만, 어지간히 농구에 관심이 높은 사람이 아니면 FIBA 영상을 찾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인지도 차이가 크면, 자연히 광고 효과의 차이도 크다. 루카 돈치치의 경우 NBA에 오기 전에 이미 유로리그 우승의 주역이었고, 슬로베니아의 2017년 FIBA 유로바스켓 우승을 이끌었던 스타였다. 하지만 FIBA에서 주관한 대회에서의 돈치치는 농구 매니아들만의 스타일뿐이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NBA에 입성하면서 비로소 돈치치의 대중적인 인지도가 올라갔고,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FIBA 농구월드컵 결승전과 NBA 파이널 중에서 팬들의 인지도가 더 높은 쪽은 당연히 후자다. 그 정도로 NBA 경기가 FIBA 경기보다 더 많은 유명세를 지닌다. 선수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NBA에 관심이 없는 선수가 아니라면, 모두가 한 번쯤은 NBA 진출을 꿈꾼다. 유럽 무대에서만 뛰었던 농구 선수들도 점점 NBA 무대 입성을 노리고 있다. 유럽 무대로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NBA 무대에 도전하고 싶어 한다.

FIBA는 공식적으로 전세계 농구를 아우르는 조직이지만, 그 이름을 꺼내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NBA에게 뒤처져 있다. NBA에서 뛰는 선수들 입장에서, FIBA 주관 A매치는 안 뛰어도 그만인 경기다. 이미 최고의 인지도를 지닌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라, A매치에 뛴다고 그들의 명성이 더 올라갈 일은 없기 때문이다. 농구월드컵이 좀처럼 권위를 제고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여전히 NBA와 농구월드컵 간의 거리는 멀다. NBA 선수들에게 농구월드컵은 영광의 무대가 아닌, 그저 보너스의 일부 수준이다. 농구월드컵의 권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FIBA 스스로 변화하여 영향력을 넓히는 것만이 살 길이다.
사진_FIBA 제공, 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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