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에 강한 양희종, 변수 아닌 상수

김종수 / 기사승인 : 2022-04-11 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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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와 6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를 진행중인 디펜딩 챔피언 KGC는 우승전선을 뒤흔들 최대 복병으로 꼽힌다. 포지션별 밸런스, 경험과 패기의 조화 등 여러 변수를 가지고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성적만 놓고 봤을 때는 4강 직행팀인 SK, KT의 우승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겠지만 많은 팬과 전문가들은 큰 경기에 강한 KGC의 저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KGC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전승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여기에는 전력의 업그레이드와 더불어 어느 정도 운까지 함께 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KGC는 리그 최고의 선수층을 가지고있다는 극찬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 3위에 머물렀다. 반면 KCC는 플레이오프 진출도 쉽지 않을 것이다는 혹평을 깨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이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워낙 분위기가 좋았던지라 플레이오프에서도 KCC 우승가능성을 높게치는 분위기였다.


그런가운데 큰 변수가 발생했다. KCC가 예상 밖 성적을 거둔 데에는 새 외국인선수 타일러 데이비스(25·208㎝)와 전창진 감독 특유의 용병술 덕이 컸다. 특히 데이비스같은 경우 정통 센터로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며 골밑이 약한 KCC에서 기둥 역할을 해냈다. 거기에 송교창(26·201cm)의 기량이 만개하자 원투펀치로서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양팀의 명암이 완전히 엇갈렸다. KCC는 데이비스가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더 이상 뛸 수 없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송교창마저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라건아가 분투했다고는 하지만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두선수의 이탈 및 부상은 상승세를 타던 KCC의 날개를 완전히 꺾어버리고 말았다. 반면 KGC는 대체외인 자레드 설린저(29·206cm)가 아예 차원이 다른 수준의 기량을 선보이며 팀을 압도적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렇듯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엄청난 대운을 휘감았던 KGC지만 올시즌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오마리 스펠맨(25·203㎝)은 설린저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1옵션 외국인선수로서 타팀과 비교해 크게 꿇리지않는 기량을 가지고 있다. 내외곽을 오가며 파워풀하게 득점을 올리고 블록슛을 성공시킬 수 있는 선수다. 특유의 노련미를 바탕으로한 팀플레이가 돋보이는 대릴 먼로(36‧196.6cm)가 뒤를 받쳐주고있는지라 외국인선수의 조합자체는 지난시즌보다 나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악재가 터졌다. 스펠맨의 부상이다. 그는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1차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KBL 지정병원에서 주치의 소견으로 4주 진단이 나온 상태인지라 KGC는 부랴부랴 대체 외국인선수 물색에 들어갔다. 지난 시즌 설린저처럼 대박 대체 외인이 들어오지 말란 법도 없지만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럴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다행히 먼로가 빈자리를 잘메워주며 1차전에서 승리를 거뒀으나 당분간은 매경기 어려운 승부를 펼칠 공산이 크다. 활동량을 많이 가져가는 팀 컬러를 고려했을 때 체력적인 부담을 간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시즌 외국인선수 때문에 웃었던 KGC가 이번에는 외국인선수 때문에 울고 있는 상황이다.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주전 가드 변준형이 1차전 당시 오른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했다. 일단 6강 플레이오프 출전은 어려워보이고 이후에도 회복여부에 따라 상황을 지켜봐야되는 입장이다. 사실상 변준형은 없는 전력으로 생각하고 6강 플레이오프를 헤쳐나가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GC는 여전히 타팀들에게 녹록치않은 상대다. 분명 뼈아픈 전력 누수를 당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선수층은 넓은 편이고 거기에 더해 리그 최고의 3점슈터 전성현(30·189㎝) 등 큰 경기에 강한 승부사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구 수비장군 양희종(38‧191.3cm)과 문성곤(29‧196cm)은 KGC의 가장 믿는 구석이다.


3년연속 최우수 수비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성곤은 KGC 포워드 라인의 중심이자 리그 최고의 수비형 3번이다. 공격력만 따진다면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겠지만 평균 8.96득점, 2.33어시스트, 5.54리바운드, 1.76스틸의 성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루두루 전부분에 걸쳐 활약하며 엄청난 공헌도를 자랑한다. ‘수비와 허슬로 경기 분위기를 지배할 수 있는 선수다’는 표현이 문성곤의 가치를 잘 말해주고 있다.

 


팀 선배 양희종은 문성곤 이전에 수비와 허슬로 성공한 3번이며 팀은 물론 국가대표로서도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한 선수다. 문경은, 김영만, 추승균, 우지원, 양경민, 방성윤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쟁쟁한 3번들은 모두 뛰어난 슈팅력을 지녔다. 공수를 겸비한 케이스도 있었고, 화력에 좀 더 집중하는 스타일도 있었지만 하나같이 외곽 슛이 좋았다.


반면 양희종은 슈팅력이 약점으로 꼽힌다. 통산 외곽 슛 성공률이 30.56%, 자유투 성공률이 65.54%밖에 되지않는다. 본인도 이를 의식한 듯 슛을 아끼고 있지만 성공률은 제자리걸음이다. 그럼에도 그는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있으며 현시대를 넘어 역대 최고의 스몰포워드중 한명으로 꼽힌다. 3번으로서 슛이 약하다는 치명적인 결점에도 불구하고 ‘양희종은 농구를 잘하는 선수다’라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이처럼 양희종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높은 팀 공헌도 때문이다. 그는 슛을 제외하고 모든 부문에서 우수하다. 장기인 수비는 물론이거니와 팀 전술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워낙 센스가 넘치는지라 부드럽게 팀에 섞이며 동료들을 잘 살려준다. 양희종이라는 선수가 경기에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팀 내 볼 흐름이 달라질 정도다. 여기에 더해 중요한 순간에 엄청난 집중력으로 클러치 득점 혹은 클러치 플레이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큰경기에 강한 선수다’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올시즌 양희종은 부상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며 29경기에 출전해 평균 3.66득점, 0.76어시스트, 1.83리바운드에 그쳤다. 많은 나이를 감안했을 때 뚜렷한 노쇠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양희종을 아는 이들은 ‘정규리그 성적은 양희종에게 필요없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정규리그 성적과는 무관하게 큰 경기에서 펄펄 날아다닌 적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같은 양희종의 가치는 이번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차전 당시 그는 1옵션 외국인선수 스펠맨이 빠진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20분 45초를 뛰며 15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 1블록슛으로 전방위 활약을 펼쳤다. 장기인 수비는 물론이거니와 공격에서도 제몫 이상을 해냈다. 중요한 순간 바스켓카운트를 얻어내는 등 득점의 질도 높다. ‘큰 경기에서의 양희종은 다른 존재다’는 평가를 다시 한번 증명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양희종이 터져버리니 상대팀 한국가스공사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6강 플레이오프에서 양희종의 활약 여부는 ‘변수’로 불렸다. 하지만 불혹을 앞둔 양희종은 자신의 활약은 여전히 ‘변수가 아닌 상수다’는 사실을 또다시 입증했다. 후계자 문성곤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원조 양희종까지 플레이오프 모드로 돌아간 이상 어떤 팀도 KGC를 가볍게 볼 수 없게 됐다.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KGC가 우승에 대한 꿈을 버리지않고 있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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