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슬램게임] “슛 하나는 최고라는 인정, 꼭 받아내겠습니다”경희대 임성채 (005)

박효진 기자 / 기사승인 : 2026-09-09 12: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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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박효진 인터넷기자] 지금껏 농구 하나를 바라보며 달려온 시간은 이제 프로라는 다음 무대를 앞두고 있다. ‘26슬램게임’은 KBL 드래프트를 향해 저마다의 시간과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다섯 번째 주인공은 경희대 4학년 임성채(185cm, G)이다.
 


#001_Scan: 경희대 임성채

임성채가 처음부터 엘리트 코트에서 농구공을 잡았던 것은 아니다. 시작은 또래에 비해 다소 늦었고, 주변 환경조차 농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연히 따라나선 아버지의 동아리 경기가 관심에 불을 지폈고, 그 작은 호기심은 이후 직접 코트를 밟으며 분명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아버지께서 활동하시던 대학교 농구 동아리에 데려가셔서 그때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제가 있던 초등학교에는 학교에 농구 골대가 없어서 농구공도 거의 못 만져봤어요. 6학년이 되고 집 가는 길에 친구들이 길거리 농구를 하러 간다길래 가서 해봤는데, 생각보다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농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농구 골대조차 없는 환경에서 농구에 재미를 찾은 임성채는 직접 부모님을 설득해 삼선초로 전학을 결정, 농구 선수의 길에 확신에 찬 발걸음을 옮겼다.

 


삼선초를 졸업하고 삼선중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된 임성채는 남다른 성장세를 보였다. 또래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새 임성채에게는 슈터라는 호칭이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중학교 때는 본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친구들이랑 거의 녹초가 될 때까지 농구를 하고 본 운동을 시작했었어요. 그만큼 잘 맞기도 하고 1대1, 2대2, 3대3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 같이 해봤어요.”

유독 농구에 진심이었던 그 시간은 실력으로 이어졌다. 임성채는 중학교 3학년, 2019 연맹회장기에서 평균 15.2점 4.4리바운드 2.4어시스트 2.6스틸을 기록하며 팀을 준결승까지 이끌었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최다득점 혹은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이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덕에 ‘훌륭하고 멋진 기술이나 경기를 펼친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인 미기상까지 수상했다. 청소년 시절을 통틀어 유일한 개인 타이틀이지만 그 이름값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같은 해 왕중왕전에서는 우승의 문턱을 넘지는 못한 채 아쉽게 대회를 마쳤다. 그러나 호계중과의 결선 경기에서는 19득점 8리바운드 7어시스트, 3점슛 3개를 몰아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활약은 그가 팀의 주축임을 증명하기엔 충분했다.

동고동락한 동료들과 입학한 경복고에서, 임성채는 또 다른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했다. 치열한 승부욕 속에서도 지금 돌아보면 웃음이 나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입학하고 동기들이 다 잘해서 바로 3학년 형들 이겨먹으려고 좀 까불었어요. 계속 형들이랑 내기하고 어떻게든 이기겠다고 연습했어요. 질 자신이 없어서 많이 이겼어요. 삭발 내기도 했는데 그때는 지는 바람에(웃음)...”

승부욕과 열정으로 다져진 실력은 더욱 물이 올랐다. 고등학교 3학년 17경기 평균 17.3점 5.8리바운드 2.8어시스트 2.2스틸을 기록했다. 외곽슛도 경기당 3.4개를 꾸준히 성공시키며 자신의 별명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임성채의 활약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라이벌 용산고와의 맞대결이었다. 4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20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올렸고, 팀이 성공시킨 3점슛 6개 중 절반이 넘는 4개를 혼자 책임졌다.

“용산고를 제대로 처음 이긴 게 주말리그 때였어요. 사람도 엄청 많아서 유독 그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임성채의 슈팅 능력은 태극마크로도 이어졌다. 이세범 감독의 부름을 받아 고등학교 3학년 2022 FIBA U18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국제 무대까지 경험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임성채의 다음 행선지는 경희대였다.


#002_Life in University

삼선초 - 삼선중 - 경복고, 농구계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임성채의 대학교 생활은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고난을 겪으며 성장했다. 신입생 때는 같은 포지션에 이미 선배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출전 시간을 많이 부여받기 어려웠다.

“벤치에 앉아 있는 게 싫어서 남들보다 어떻게든 잘 넣으려고 슛을 쐈던 것 같아요. 게임을 정말 뛰고 싶어서 벤치에 앉아있지 않고 일어나서 몸 풀고 있고…”

출전시간에 대한 임성채의 갈망은 일상 생활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자신의 장점을 더욱 날카롭게 드러내기 위해 할 수 있는 걸 전부 시도했다. 길을 걷거나 잠깐 쉬는 시간에 심지어 밥을 먹는 와중에도 슛 동작을 연습했다. 손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습관은 결정적인 순간 결실을 맺었다.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두고 하는 1학년 마지막 경기, 임성채는 4쿼터에서만 승부를 가르는 외곽포를 포함해 연속 5점을 성공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슛 하나하나가 승부를 가르는 순간 자신의 간절함을 보란 듯 쏘아 올렸다.


그렇게 첫 시즌을 웃으며 마친 임성채였지만, 상승세가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도약을 준비하던 2학년, 그에게 농구 인생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자랑이던 3점슛이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다.

“MBC배 대회에서 너무 못했어요. 근데 그 전부터 결과가 잘 나오진 않았어서 빨리 그만둬야하나 생각도 했어요. (김)우람 코치님(前 경희대 코치)께 말씀을 드렸는데 아쉬울 것 없이 진짜 최선을 다했냐고, 후회가 없을 정도로 했냐고 질문을 주셨어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솔직하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 말이 터닝포인트가 됐습니다.”

위기는 곧 기회였다. 아쉬운 부진 덕에 농구에 대한 열망은 오히려 더 커져만 갔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은 임성채는 절치부심으로 하루에 500개의 슛이 들어갈 때까지 쐈다. 적응이 되면 그 수를 더 늘렸다. 임성채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과정에서 경희대에 합류한 김민구 코치는 누구보다 더 큰 힘이 됐다.

“코치님이 오시고 나서 정말 많은게 달라졌어요. 우선 마인드 자체가 이기는 것에 집중하게 됐어요. 누구랑 하든, 어떤 상황이든 절대 지려고 하지 않게 됐어요. 이기는 DNA가 계속 생기게 만들어주신 거죠.”

경희대는 2학기가 시작된 9월 9일 현재 2위에 자리잡고 있다. 임성채가 입학한 이후 경희대는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임성채 또한 11.6점, 3점슛 39.8%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기록 중이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상적인 그림이다. 특히 3경기 연속 3점슛 5개+를 성공하며 대학농구리그에 7번째 선수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임성채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코치님께서 ‘2등을 했다고 제일 해선 안되는 게 2등을 지키려고 하는 거다. 무조건 더 위로 올라가려는 생각만 해야 한다’고 말씀 해주셨어요. 그 말에 너무 동의했어요. 진짜 지고 싶지 않아서 엄청 열심히 했어요. 저는 슈터의 입장으로 넣어줘야 하잖아요. 슛에 대한 생각을 계속 했어요.”

고교 시절, 풀타임을 소화하던 에이스는 대학에 올라와 여러 위기를 겪고 다양한 경험을 맛봤다. 그리고 현재, 임성채는 그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코트 위에 선다.


"완전히 바뀌었죠. 전에는 웃으면서 즐겁게 하자는 생각이 강했다면, 대학교 오고 나서는 정말 진심으로 농구를 대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지나온 순간들보다, 제가 실력적으로 할 수 있는 기량이 올라온 지금이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주전이자 팀을 이끄는 4학년으로서 임성채의 책임감과 부담감은 커져가는 게 당연하다. 그럴수록 그는 자신의 플레이에 더 집중했다. 경기가 끝나면 영상을 다시 돌려보며 실수를 기록하고 일지를 작성하며 복기했다. 대학 선수로 뛸 수 있는 시간은 8학기 중 단 한 학기만을 남았다. 2학기를 앞둔 임성채의 각오는 남달랐다.

"경기가 끝나면 제 플레이 영상을 최대한 빠르게 챙겨보면서 ‘아까 완벽한 오픈 찬스에서 왜 슛을 못 넣었지’하고 찾아봤어요. 그것 말고도 어떻게 하면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을지 이것저것 생각해보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과 플레이들을 고민해봤어요. 근데 뭐가 됐든 남은 경기는 모두 승리하겠다는 생각뿐이에요."

벤치에서 시작해 팀의 주축으로 성장하면서 임성채는 코트 위에서 실력으로 스스로를 증명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슛이 있었다.


#003_Application

임성채를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단 한 가지는 바로 슛이다. 중학교 때부터 그를 따라다닌 정통 슈터라는 호칭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임성채만큼 뚜렷한 무기를 보유한 선수는 흔치 않다. 한 번 터지면 서너 개는 기본, 많으면 대여섯 개까지 꽂아 넣는 걷잡을 수 없는 폭발력을 지녔다. 임성채 스스로도 이 '한 방'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팀이 이기고 있으면 달아나는 한 방, 지고 있으면 쫓아가는 한 방. 저는 그 한 방을 보여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

슛이 뜻대로 되지 않는 날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이 그 무기를 지탱한다.

"슛이 안 들어가도 항상 '들어갈 것 같다',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슛이 제가 넣고 싶다고 다 들어가는 게 아니니까, 안 들어갔을 때 저의 텐션이 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안 들어간 거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다음 슛을 넣으려고 생각하고, 슛이 안 될 때는 수비 같은 다른 플레이로 팀에 보탬이 돼야 한다고 계속 생각합니다."

KBL은 2026-2027시즌부터 2~3쿼터 외국선수 2인 동시 출전 제도를 도입한다. 임성채에게는 이 제도가 오히려 더 좋은 발판으로 다가온다. 상대 수비가 골밑으로 모이면 외곽에 많은 기회가 생길 것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성채 또한 프로 무대에서 이 무기가 어떻게 쓰일지도 이미 그려두고 있었다.

"외국 선수가 있으니까 슈터한테도 좋은 기회가 많이 날 텐데, 거기서 득점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크린을 받아서 나오는 공을 잡고 던지면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슛에 대한 자신감만큼이나 임성채가 놓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자신의 약점이다. 주변에서 지적받아 온 수비력을 스스로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이를 채우기 위한 노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다들 제가 수비가 안 좋다고 말을 많이 하셔서, 연습 게임 때도 그렇고 경기 상황에서 일부러 앞선의 빠른 가드들을 막으려고 하고 있어요.”

스스로 약점을 겨냥한 훈련을 자처하는 모습은, 그가 프로 무대에서 어떤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싶은지를 미리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004_My future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먼저 그려보는 순간이 있다. KBL 입성을 꿈꾸는 드래프트 참가자들에게도 ‘프로 선수가 된 나’는 오래 품어온 가장 선명한 상상일 터다.

10년 동안 농구만 바라보며 달려온 임성채의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목표로 수렴한다. 프로 무대에서도 지금껏 해온 '한 방'을 터뜨리는 것. 다만 그가 그리는 프로 무대는 슛 하나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신의 장점을 더욱 갈고닦는 것은 물론, 약점이라고 평가받았던 수비까지 전부 보완해 지금껏 그래왔듯 부족함을 실력으로 채워내겠다는 그림이다.

그런 임성채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슈터는 LG의 유기상이다.

"유기상 선수를 롤모델로 생각해요. 유기상 선수를 볼 때 되게 이상적인 슈터 같습니다.”

“상대 에이스를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수비가 되고 정말 제대로 된 3&D 선수가 되고 싶어요. 궁극적인 목표는 모두에게 '슛 하나는 저 선수가 제일 좋다'는 인정을 받는 최고의 슈터가 되는 거예요.”




#사진_점프볼 DB, 박효진 인터넷기자, 임성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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