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섭의 삼성, ‘팀 분위기’ 어떻게 바뀔까?

김종수 / 기사승인 : 2022-03-25 00: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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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스포츠 농구에서 이른바 분위기는 전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단체 운동의 특성상 팀원들이 하나가 되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각각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게 할 동기부여, 의지 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잘하는 선수가 많다고, 감독이 전술에 능하다고 강팀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팀원들끼리 불화가 생기거나 혹은 관심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개개인의 의욕도 떨어지고 서로간 손발이 잘 맞지않는 경우가 속출한다. 때문에 지도자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팀의 분위기를 어떻게 다질까에 늘 고심한다. 성적이 좋은 팀을 보면 경기에서 뛰는 선수들간 호흡은 물론 벤치에서 지켜보는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응원을 펼치며 그야말로 팀이 하나가 되어있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원팀’이 강조되는 이유다.


최근 서울 삼성은 전통의 명문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부진한 성적이 거듭되고 있다. 경기결과는 물론 성적도 나오지 않고 있으며 유망주들의 발전도 더디다. 2년 연속 1순위의 행운을 얻었음에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으며 외려 선수들의 연이은 음주사고로 팀 이미지만 크게 망가진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오랜 시간 팀을 이끈 이상민 감독이 물러나고 현재는 이규섭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운영하고 있다. 이규섭 대행은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팀 분위기부터 다져나가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당장 전력에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겠지만 미래를 기대하는 팀으로서 하나씩 바꿔나가고 싶은 뜻이 드러난 부분이다.


삼성에서 장기간 팀을 이끌었던 감독으로는 김동광, 안준호, 이상민 등이 있다. 셋은 각자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했고 그들이 팀을 이끄는 동안은 분위기 또한 다를 수밖에 없었다. 두차례에 걸쳐 팀을 지휘했던 김동광은 아티머스 맥클래리, 무스타파 호프의 두 외국인선수에 대형신인 이규섭이 가세했던 2000~01 시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만들어내며 명장으로 떠올랐다. 삼성의 첫 우승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깊었다.


김동광은 클래식한 스타일의 감독이었다. 팀 밖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는 크게 터치하지 않았지만 팀내에서는 규율에 엄격했다. 지난 2월 ‘농구人터뷰’ 당시에도 “일부러 엄하게 사람을 대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될 사항에 대해서는 확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2번째 삼성으로 갔을 때도 아침 식사시간이 제각각인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고 판단했다. 즉시 제 시간에 함께 식사를 하는 것부터 팀정비를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고 밝힌 바 있다. 감독 김동광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안준호 감독은 김동광 감독과는 다른 유형의 지도자였다.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느낌이었지만 자신만의 농구 철학이 뚜렷했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작전구사에 능했다. 한창 때 서장훈은 많은 감독들이 다루기 껄끄러워하던 존재였다.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많았으나 국내에 보기드문 주전급 토종 센터라는 점에서 귀한 몸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안감독은 달랐다. 서장훈에게 끌려다니지 않았다. 팀 플레이를 해친다고 판단되자 과감히 서장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우승을 일궈내는 등 특유의 뚝심을 보여줬다. ‘외유내강’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코트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경기를 지켜보는 동작으로도 유명했던 안 감독은 작전타임 때의 풍경도 타 감독들과는 조금 달랐다. 작전 타임시 그는 오픈마인드였다. 한참 작전에 대해 얘기하다가도 선수들이 의견을 말하면 말을 멈추고 들어주던 스타일이었다.


그로 인해 당시 삼성 벤치는 너나 할 것 없이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토론장 같은 분위기가 펼쳐지기 일쑤였으며 이는 팬들 사이에서 '토론 작전타임'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최고참급에 속하던 이상민은 감독 이상으로 발언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수시로 의견을 내고 상황에 따라서는 작전판을 들고 직접 지시를 하기도 했다. 현재는 작전타임시 선수들과 소통하는 감독이 늘어가고 있지만 당시를 감안했을 때는 매우 드문 유형의 감독이었다.


이상민 또한 안감독과 성향이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안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당시 고참급 선수로서 토론 작전타임의 중심에 섰던 인물답게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했다. 실제로 감독 취임 초기부터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차피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감독이 지시를 하는 것은 맞지만 매번 그리할 수는 없어 선수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도관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결과만을 놓고 따졌을 때 안감독은 성공했고 이감독은 실패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상민 본인의 존재여부(?)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자율농구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시스템적으로 발전한다해도 이를 받아들이고 실천해야할 선수들의 인식과 마인드가 따라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안감독 당시 삼성에서 이상민은 발언권도 강했지만 본인이 실천하는 능력도 빼어났다. 최고참급 선수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고 감독의 말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다. 코칭스탭과 선수들간 중추적 연결고리였다고 볼 수 있다. 이상민이 롤모델로서 모범을 보이자 다른 선수들도 이를 보고 잘 따라갔던 선순환이 이어졌다. 반면 감독 이상민의 옆에는 선수 시절 자신같은 역할을 해줄 인물이 없었다. 자율은 있되 책임과 실천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철저하게 기본적인 규율이 강조되는 클래식 스타일과 적극적 소통 속에서 서로가 공생하는 토론 유형 중 어떤게 더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요소인지라 감독의 성향과 선수 구성원에 맞게 색깔이 입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규섭 대행체제로 새로이 시작될 삼성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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