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 전성현과 ‘사냥개’ 문성곤, 흐름뺏는 기술자

김종수 / 기사승인 : 2022-04-10 0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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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2시즌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가 막이 올랐다. 정규리그 4강 직행팀, SK와 KT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양강체제를 무너뜨릴 복병으로는 KGC가 돋보인다. KGC는 디펜딩챔피언이다. 지난 시즌 또한 3위로 정규리그를 마치고 6강전부터 시작했지만 플레이오프 전승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엄청난 상승세로 자신들과 맞붙는 모든 팀들을 말그대로 압도해버렸다. SK, KT 등 우승후보들 조차 KGC를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농구는 흐름을 많이 타는 스포츠다. 때문에 누가 더 많이 흐름을 가져가고 상대의 흐름을 빼앗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우도 많다. 흐름이 바뀌는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지만 특정 선수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KGC에는 이른바 큰 경기에서 승부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술자들이 많다. 리그 최고의 저격수로 불리는 전성현(30·189㎝)과 수비장군으로 불리는 문성곤(29‧196cm)이 대표적이다.


전성현은 올시즌 54경기에 출전해 평균 15.37득점, 1.52어시스트, 2.17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특히 3점슛에 관한 성적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올시즌 유일하게 평균 3개 이상(3.28개)을 성공시켰는데 이는 2008~09시즌 방성윤(3.1개) 이후 무려 13시즌 만에 나온 기록이다. 성공률 또한 KT 양홍석(39.51)에 이어 아슬아슬하게 2위(39.33)를 차지했다. 양홍석의 경기당 3점 성공갯수가 1.85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려 전성현의 슈터로서의 위엄이 느껴지고 있다.


거기에 더해 전성현이 기록한 시즌 3점슛 177개는 KBL 역대 단일 시즌 최다 3점슛 5위에 해당되는데 종전 기록은 창원 LG 조성원 감독이 2000~01시즌에 기록한 173개였다. 단순히 기록만가지고 조성원을 뛰어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차근차근 누적기록을 쌓아나가며 쟁쟁한 역대급 레전드들과 비교가 되고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전성현은 볼없는 움직임이 좋은 정통파 슈터다. 다른 능력치들은 평범한 수준이지만 오로지 슈팅능력하나로 현재의 위치에 섰다. 3점슛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슛을 무기로 경쟁력을 가져가고자하는 선수는 많았지만 주전급 전문 슈터로 정착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외려 문경은, 조성원, 조성민 등 쟁쟁한 선배들을 이을 대형슈터가 없다는 한숨소리만 들려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데뷔초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전성현의 성공은 여러 가지면에서 시사하는바가 크다.


슈팅력이 정확한 선수는 많다. 문제는 프로에서의 빡빡한 수비를 뚫고 얼마나 슛찬스를 잡아낼 수 있느냐다. 전성현은 그런 면에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선수생활 초창기만해도 ‘받아먹는 슛에만 의지하고 있다’는 혹평을 들었으나 이후 끊임없이 오프 더 볼 무브, 스크린 활용, 빠른 타이밍, 높은 타점 등 슈터로서 가져야할 다양한 무기를 발전시켜나가며 어느덧 정상급 슈터로 우뚝섰다.


전성현이 전문슈터라는 것은 이제 모르는 선수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 내내 상대팀에서는 전성현을 막아내는 것을 버거워했다. 슛타이밍이 빠르면서도 밸런스가 좋은지라 패스를 받았다 싶은 순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슛을 던져버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률이 높다. 스크린을 타고 돌아나오는 움직임은 물론 수비수가 앞에 있어도 다양한 속임동작으로 타이밍을 빼앗아버리는지라 막아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평가다.


전성현같은 슈터가 있으면 팀은 게임을 풀어나가기가 여러모로 수월해진다. 단순히 확실한 공격옵션이 있는 정도가 아닌 수비수를 한명 이상 끌고다니는 관계로 다른 동료선수에게 찬스가 자주 생긴다. 의외의 부분에서 자꾸 구멍이 뚫기게되고 그것까지 의식하다보면 이번에는 당사자의 슛이 폭발한다.

 


전성현이 수비 흐름을 깨트리는 사냥꾼이라면 문성곤은 공격 흐름을 타지못하게 막아서고 빼앗어버리는 사냥개다. 올시즌 54경기에서 평균 8.96득점, 2.33어시스트, 5.54리바운드, 1.76스틸을 기록하며 전방위로 활약한 문성곤은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불린다. 이를 입증하듯 6일 있었던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수비5걸에 당연스레 이름을 올린 것을 비롯 최우수 수비상(3년 연속)까지 수상했다.


이제는 팀선배이자 역대 최고 수비형 포워드로 불리는 양희종과도 비교할만한 위치까지 올라왔다. 양희종이 공격쪽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음을 감안했을 때 공수 밸런스는 문성곤이 더 좋다는 평가다. 로데릭 하니발, 신명호, 강병현, 양희종 등 젊고 에너지넘치는 탑클래스 수비수가 한창 폼이 좋을때 해당 소속팀은 강호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KGC는 문성곤의 존재가 그저 든든하기만하다.


전성기 시절 양희종은 한 마리 야생마를 방불케했다. 슈팅력 부재라는 단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BQ와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를 통해 한 마리 야생마같이 코트를 누볐다. 주 포지션은 3번이지만 상황에 따라 1~4번까지 커버할 수 있는 전천후 수비수였다. 반면 앞서 언급한데로 문성곤은 사냥개를 연상시킨다. 한번 표적으로 삼은 상대는 집요할 정도로 따라다니며 물고 늘어지며 가로수비, 세로수비에 모두 능하다.


뛰어난 수비수로 알려진 선수들이 대부분 그렇듯 문성곤 역시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한다. 끊임없이 코트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팀의 에너지레벨을 높혀주는 것을 비롯 쉼없는 허슬플레이를 통해 분위기 또한 끌어올려준다. 적극적인 박스아웃, 위치선정 등을 통해 공수 리바운드 경합에서도 강점을 보이며 거기에 더해 기가막힌 타이밍에 도움수비를 들어가는 등 팀수비에 대한 이해력도 높다는 평가다. 팬들 사이에서 홍길동을 빗댄 ‘문길동’이라는 별명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한창때 신명호의 포워드판 버전이라고보면 맞다.


이렇듯 KGC에는 자신만의 장점을 바탕으로 상대팀의 흐름을 무너뜨리거나 뺐어 버릴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다수 존재한다. 비단 전성현, 문성곤뿐 아니라 간판스타 오세근(35‧200cm)은 특유의 센스와 노련미를 통해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가면서 플레이한다는 평가를 받고있으며 다소 기복은 있지만 변준형(26‧185.3cm) 또한 언제든지 게임 흐름에 브레이크를 걸거나 가속을 끌어올리게 만들 수 있는 선수다.


다만 지난 시즌과 다른 점은 자레드 설린저(29·206cm)의 존재다. 역대 외국인선수중 최고의 기량을 가지고 있다는 극찬을 받았던 설린저는 개인능력에 더해 팀원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줄 수 있는 선수였다는 점에서 이른바 ‘최종병기’로 불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설린저없는 KGC는 두렵지않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성현, 문성곤이 지난시즌보다 더 성장했고 에너지넘치는 오마리 스펠맨(25·203㎝), 노련한 대릴 먼로(36‧196.6cm)의 조합은 어떤팀 외국인 구성과 비교해봐도 크게 떨어지지않는지라 지난 시즌처럼 흐름만 잘 탄다면 얼마든지 우승권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디펜딩 챔피언 KGC가 또다시 플레이오프를 접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GC는 오늘부터 정규리그 6위 한국가스공사와 6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전을 치른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윤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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