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월 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Q. 올 시즌 BNK가 창단 후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있는데 지금까지 시즌을 돌아본다면 어떤가요?
하위권에 있을 때는 ‘왜 우리 팀만 이럴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우리보다 아래 있는 팀도 있었는데 조금 이기적인 생각이었죠. 성적이 올라오니까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개인 성적도 만족하고 있어서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순위표 상위권에 있는 기분은 다른가요?
처음엔 실감이 안 났어요(웃음). 솔직히 지금도 실감이 안 나긴 해요. 그냥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밖에 안 드는 것 같아요.
Q. BNK가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김)한별 언니의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해요. 언니가 저희와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한국어도 많이 하죠. 영어만 쓰는 줄 알았는데 제가 너무 못 알아들으니까 한국어를 하더라고요(웃음). 그리고 박정은 감독님의 지도력이 정말 훌륭하세요. 선수들 배려를 많이 해주시죠. 변연하 코치님은 선수시절 WKBL을 대표하는 슈터였는데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세요. 김영화 코치님도 경기가 안 될 때 좋은 말을 많이 해주시는데 여러 요인들 덕분에 상위권에 있는 것 같아요.
Q. 김한별이 오면서 이소희의 스탯이 떨어질 거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언니의 단점이 느리다는 거잖아요? 대부분 팀들이 우리 팀과 경기를 할 때 백코트를 빨리하거나 원 카운트에서 컷인을 많이 시도하더라고요. 그래도 얼리 오펜스가 잘 안 됐을 때 언니가 트레일러 역할을 정말 잘해줘요. 그럼 공격이 더 다양해지죠. 또 언니의 팔이 정말 길어서 리바운드도 잘 잡아주기 때문에 플러스 요인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저도 완전 인정해요. 언니들과 함께 경기를 뛴 지 꽤 오래됐거든요. 이제야 점점 맞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안)혜지 언니와는 서로 통하는 게 있어요. 지금도 평소에 대화를 정말 많이 해요.
Q. 팀 성적뿐만 아니라 개인 기록도 훌륭한데요. 매 시즌 성장하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욕심이 원동력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팬들이 제 경기를 보고 실망하실 때가 가장 힘들어요. 물론 저 자신이 가장 답답하긴 하지만 팬들이 실망하실 생각을 하면 더 자극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나를 믿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말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하고 있어요.
Q. 매 시즌이 거듭할수록 공격 스킬이 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여러 농구 경기를 최대한 많이 보려고 해요. 그리고 인성여고 시절 안철호 선생님께서 드리블 연습을 정말 많이 시키셨어요. 제가 몸치에 박치라서 항상 다른 친구들은 되는데 저만 안 되는 거예요. 인성여고 체육관 거울 앞에서 혼자 보면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죠. 사실 프로 와서는 슛 연습을 중점적으로 해서 그때의 노력이 지금 빛을 보는 것 같아요.
“신체조건에서 밀리면? 머리를 써라!”
올 시즌 이소희가 한 단계 스텝업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국제무대 경험이다. 지난 2월 2022 FIBA 여자농구 월드컵 최종예선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이소희는 9월 열렸던 월드컵 본선 무대까지 누볐다.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받지는 못했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직접 몸으로 부딪쳐 보며 성장할 수 있었다.
Q.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사실 저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서 당시 대표팀 일정도 모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소희야 너 대표팀 간다’라는 말을 들어서 ‘네 저요?’라고 답했던 기억이 나요. 그때 마침 컨디션이 좋아서 너무 감사했어요.
Q. 대표팀의 훈련 분위기는 어떤가요?
정말 너무 좋아요. 주장이 (김)단비(우리은행) 언니였는데 훈련을 정말 열심히 하고, 후배들을 많이 챙겨줬어요. (박)혜진(우리은행) 언니도 옆에서 도와준 덕분에 분위기가 더 올라갔죠. 소속 팀에서는 제가 경기를 꾸준히 뛰었는데 대표팀에서는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았잖아요? 그렇다보니 경기를 보면서 느끼는 게 정말 많았어요.
제가 U18 대표팀 시절에 호주를 이긴 적이 있어요. 그 경기에서 제 슛이 정말 잘 들어서 보이는 게 없었는데 이번에 붙어보니까 너무 높은 벽이더라고요. 힘과 높이에서 상대가 안 됐어요. 신체조건에서 밀리니까 머리로 농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Q. 코로나19 확진으로 월드컵 직전 열린 라트비아와의 평가전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내 팬들 앞에서 뛸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쉽지 않았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개인적으로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였어요. 훈련을 꾸준히 했는데도 제 플레이에 대한 확신이 없었죠. WKBL 출범 후 첫 국내 평가전이라 아쉽긴 했는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뛰어서 못했다면 팬들께 실망감을 드리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Q. 월드컵 무대를 경험했는데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가 신체조건이 너무 밀리더라고요. 월드컵이라는 게 전 세계 선수들이 모인 대회인데 신체조건에서 밀리니까 다른 걸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머리를 써서 상대를 속일 수 있는 플레이를 많이 하려고 했어요.
Q.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로 완패를 당했지만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가 돋보였습니다.
신체조건에서 차이가 크다보니 상대를 속일 수 있는 플레이를 많이 시도했어요. 페이크를 준 뒤 페이드어웨이를 던졌고, 아니면 한 번 더 속여서 레이업을 올라갔죠. 딱 한 번 통했었는데 그것도 나름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이소희는 어느덧 프로 무대에서 5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 만 22살의 어린 나이다. 대학생들과 또래인 그녀의 취미는 유튜브, 넷플릭스 시청 그리고 다이어리 쓰기다. 코트 안에서의 당찬 이미지와 달리 감수성이 매우 풍부한 소녀였다. 해맑은 미소 속에 진지함과 성숙함이 묻어나는 답변을 남기며 기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Q. 이제 농구 외적인 질문을 해볼게요. 매 시즌 꾸준히 성장하면서 연봉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는데 월급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손 하나 안 대고 엄마가 해주세요. 저는 용돈 받아써요. 엄마가 1년에 한 번씩 얼마가 모였는지 통장을 보여주시거든요. 전적으로 믿고 맡기고 있어요. 재테크는 금리 오르면 용돈 받은 걸로 적금을 들어요. 사실 그렇게 돈 쓸 일이 없어서요. 주식이나 코인은 절대 안 해요. 안 그래도 기분 나쁜 일이 많은데 마이너스가 되면 지켜볼 자신이 없을 것 같아요(웃음).
Q. 그렇다면 프로 와서 플렉스(FLEX) 해본 게 있나요?
프라다 호보백이요. 용돈 모아서 샀는데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많이 써야지 하면서 샀고, 실제로 많이 메고 다녀요. 그래서 전혀 아깝지 않더라고요. 혹시 여성분들이 제 인터뷰를 보신다면 프라다 호보백 추천하고 싶어요(웃음).
Q. 최근 계속 단발머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기르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사실 프로 와서 머리를 좀 길렀는데 작년 10월에 다시 숏컷으로 잘랐어요. 긴 머리가 질리더라고요. 그리고 주변에서 다들 신인 시절 머리가 낫다고 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지난 시즌 끝나고 탈색을 한 번 했는데 머릿결이 너무 상해서 못 길렀어요. 지금은 다시 길러 볼 생각이에요. 근데 저도 저를 잘 몰라서 얼마나 갈지 몰라요(웃음).
Q. 쉴 때는 주로 뭘 하나요?
제가 BNK 안에서 유명한 집순이에요. 집에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정말 많이 보죠. 숙소가 스마트 TV 아니라서 크롬캐스트를 사서 연결했어요. 그럼 스마트 TV가 되거든요. 이것도 정말 추천해 드립니다(웃음). 스마트 TV 없으신 분들 꼭 사세요. 요즘은 유튜브로 드라마, 영화 리뷰 많이 봐요. 넷플릭스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고 있는데 너무 재밌어요.
다이어리 쓰기 좋아해요. 일기, 농구 일지 등 여러 종류가 있어요. 오늘 든 감정을 잊고 싶지 않으면 그 감정에 대한 생각을 적는 거죠. 제가 엄청 감성적이에요. 어제도 영화 <아바타2>를 보고 너무 슬퍼서 울었어요. 눈물이 흐를 정도로 울진 않았는데 머금고 봤어요.
Q. 요즘 농구 이외에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흠, 인격이요. 사실 저는 농구선수로서 목표는 그렇게 뚜렷하지 않아요. ‘매 시즌 발전하는 선수가 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하고 있죠. 하지만 은퇴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인간 이소희로 살아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나은 인격을 갖고 싶어요.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거든요.
Q. 이제 시즌이 반환점을 돌았는데요. 남은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선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내가 안 됐을 때 다른 방향을 찾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예를 들면 공격이 안 됐을 때 너무 공격에 치중하지 않고 다른 부분에 집중하는 거죠. 턴오버 한 개를 했을 때 그걸 다음에 담아두면 다음 게 안 되는 성격이라 털어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먼저, 부모님께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엄마, 아빠 최근에 경기력이 좋지 않아 집에 가면 짜증을 낼 것 같아서 외박 때도 그냥 숙소에 있었어. 내 좋지 않은 감정이 전달될까봐 카톡만 하지 전화는 자주 안 하는데 연락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곧 집에 가니까 즐거운 시간 보내자.
제가 올스타 팬 투표 높은 순위에 올라 있는데 팬들의 관심과 성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좋지 않은 경기력에도 격려해주시는 연락이 정말 많이 오거든요. 너무 큰 힘을 얻고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항상 팬들이 있다는 걸 잊지 않고 겸손한 선수가 될 테니 많은 응원해주셨으면 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소희와 인터뷰 도중 “소희 선수 사진이 뒤표지로 나갈 거에요”라는 말을 하자 “그럼 앞표지는 누구에요?”라고 반문했다. 잡지를 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1월호 표지는 이정현(캐롯)이다. 이소희에게 이 사실을 전하자 “이미 인터뷰 했어요? 같이 묶어서 해주시지...”라며 웃었다. 알고 보니 이소희는 군산고 시절부터 이정현의 팬이었던 것.
“U17 대표팀 때 남녀 팀이 함께 간 적이 있어요. 시간이 남아서 남자부 경기를 구경하러 갔는데 상대가 미국이었어요. 그 때 이상한 헤어스타일에 바지를 내려 입은 등번호 6번 선수가 너무 잘하는 거예요. 그게 이정현 오빠였어요. 세계 최강 팀을 상대로 기죽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내 또래에 저런 선수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로 팬이 됐고, 군산고 경기를 꾸준히 챙겨봤어요.” 이소희의 말이다.
이어 “사석에서 만난 적은 없는데 고등학교 시절에 연락을 했었어요. 아마 제가 팬인 걸 알거에요. 그리고 지난 오프시즌에 스킬 트레이닝을 같이 받았어요. 그 때 대화를 좀 나눴었죠. 요즘도 가끔 연락해요”라고 덧붙였다.
이소희와 이정현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기회가 된다면 함께 인터뷰를 해도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이소희는 “잡지 인터뷰 같이 하면 좋을 텐데. 다음에 하게 되면 붙여주세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생년월일_2000년 8월 7일
신장/포지션_170cm/가드
출신학교_연학초-인성여중-인성여고
드래프트_2018~2019 WKBL 신입선수 선발회 1라운드 2순위
# 사진_윤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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