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언더바스켓의 제왕, ‘리바운드 머신’ 아셈 마레이

최설 / 기사승인 : 2022-01-30 07: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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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설 기자] KBL 무대에 새로운 골밑의 강자가 등장했다. 올 시즌 경기당 13개가 넘는 리바운드, 그것도 공격 리바운드만 무려 6개 이상 걷어 올리는 사나이다. 페인트 존에서도 공격력을 맘껏 뽐내며 무수한 더블팀 상황을 유발하고 동료들의 오픈 찬스를 수도 없이 만든다. 창원 LG 1옵션 외국선수 아셈 마레이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영화배우 올랜도 블룸과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연상케 하는 준수한 외모는 또 하나의 매력포인트다.

 

※ 본 기사는 점프볼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첫 한국행
이집트 출신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발을 디딘 마레이. ‘리바운드 머신’으로 불리며 코트를 휘젓고 다니는 그에게 한국에서의 프로 생활이 어떤지 물어봤다.

Q.KBL 첫 이집트 출신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한국에 와서 알았다. 첫 이집트 출신인 만큼 책임감도 있다.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

Q.한국 생활은 어떤지?
무척 만족한다. 특히 아내가 좋아한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즐기고 창원 생활에 100% 만족해하고 있다. 행복하단다.

Q.둘째를 한국에서 낳았다고?
지난 8월, 한국에 일찍 들어와 낳았다. 아들이다. 모든 구단이 배려해준 덕분에 보다 빨리 입국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 아기는 잘 크고 있다.

Q.육아가 만만치 않을 텐데?
아내가 전담해서 하고 있다(웃음). 2살짜리 아들이 한 명 더 있어서 (나는) 시간이 나면 놀아주려고 한다. 아무래도 막내가 신생아다 보니 (아내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노력 중이다.

Q.나들이도 한 적 있나?
한두 군데 정도 다녀왔다. 시간상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지난 휴식기를 통해 둘째 여권을 받는다고 대사관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잠시 코엑스 아쿠아리움을 다녀왔다.

Q.지금까지 먹어본 한국 음식 중에 최고는?
한우가 가장 맛있다(웃음). 김치도 먹을 만하다.

Q.농구 얘기로 넘어와 유럽에서 한국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매년 아시아 리그에서 오퍼가 오긴 했다. 한국, 중국, 일본 모두. 그중 지난 오프시즌에는 (창원) LG가 가장 먼저 연락했다. 아내가 출산이 임박한 점을 고려해 한국행을 빠르게 결정했다.

Q.캐디 라렌(수원 KT)의 조언도 컸다고?
캐디(라렌)와는 공통된 지인이 한 명 있다. 또 터키와 독일에서도 맞붙은 적이 있기에 친분이 있다. 한국행을 결정하는 데 캐디가 많은 조언을 해준 게 사실이다. 근데 정말 신기하게 좋은 얘기밖에 하지 않았다. 프로페셔널한 리그라고 말했다. 굉장히 진실했다.

Q.KBL 인상은?
기대 이상이다. 수준이 매우 높다. 거짓말이 아니라 최고의 슈터들이 여기 다 모여 있는 느낌이다. 경기 페이스가 워낙 빨라 재밌는 농구를 한다. 공격 횟수가 많아 그만큼 더 공격적이고 신나는 농구가 펼쳐진다. 유럽에서는 비유럽인 출신 선수들이 많은데, 한국은 외국선수 제한을 두는 만큼 국내선수들의 수준이 높다.

Q.등번호 50번의 숨겨진 의미가 있는지? 타 리그에서도 계속 50번을 달았다.
큰 의미는 없다. 대학 시절 우연히 50번을 달았고, 이후 모든 팀을 가면 50번이 항상 비어있었다. 그때부터 계속 50번을 달았다.

혹독한 자기 평가
마레이의 돋보이는 활약에도 불구 LG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2라운드까지 6승 12패로 리그 9위에 머물렀다. 그는 자신의 탓도 크다며 반성했다.

Q.2라운드까지 돌아보면?
자유투가 부족했다. 기술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많이 흔들렸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부분이다. 남은 라운드에서는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쳐나갈 생각이다. 다만 경기 준비와 훈련 그리고 경기에 임한 자세에 대해서는 후회는 없다. 2라운드 막판 시즌 초반 맞지 않았던 것들이 조금씩 맞춰지면서 전체적으로 팀이 성장했다. 앞으로 40분 내내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마레이 2라운드까지 자유투 성공률 55.1% 3.6/6.6)

Q.슛 연습도 매일 꾸준히 한다고?
내 약점이라 말할 수 있는 슛을 발전시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찬스가 나면 자신 있게 쏘려고 한다. 남은 시즌 동안에도 훈련은 계속 꾸준히 할 거다. 다만 팀을 위해 어떤 게 더 도움이 될지 고민을 해야 한다. 내가 경기 당 7, 8개를 쏘지 않아도 (이)재도나 (이)관희 같은 좋은 슈터들이 팀에 많이 있다. 그들에게 더 좋은 찬스를 만들어 주는 게 팀으로서는 더 좋을 수 있다.

Q.타 구단 외국선수 가운데 가장 막기 까다로웠던 선수는?
능력 있는 선수가 너무 많아 딱 한 명만 꼽기는 어려운데, 먼저 까다로웠던 팀을 고르자면 KT다. 엄청난 능력을 지닌 팀이다. 선수를 꼽자면 오마리 스펠맨(안양 KGC)과 앤드류 니콜슨(대구 한국가스공사)을 고르겠다. 둘 다 뛰어난 선수들이다. 하지만 정말 1대1로 막으라 하면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팀 수비가 완전히 무너지겠지만 말이다. 지난번 대결에서 스펠맨이 우리를 상대로 41점을 넣었지만 결국 승리는 우리가 차지했다. 이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Q.코트에서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다. 평소 성격은?
코트와 일상생활에서 내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평소 성격은 조용하고 유쾌하다. 다만 코트 위에서는 나도 잠시 호랑이 같아 보일 수도 있다. 그건 단지 내 퍼포먼스에 만족하지 못한 자책의 표시다.

Q.지금까지 올 시즌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2라운드 KCC 전이다. 이재도의 마지막 버저비터가 들어가서 이긴 줄 알았다(웃음). 시간 초과라고 들었을 때 완전히 실망했다. 기뻐서 코트를 위를 뛰어다녔는데 말이다.

Q.반대로 가장 기뻤던 경기는?
한 경기를 말하기보단 2라운드 막판 3연승을 탔던 게 가장 기뻤던 것 같다. 시즌 첫 연승이었다. 다만 4연승 고비에서 진 게 아직도 아쉽다. 내 자유투가 문제였다.

리바운드 머신


마레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리바운드다. 평균 리바운드가 리그 1위다. 특히 공격리바운드 비율은 가히 압도적. 2018-2019시즌 제임스 메이스(LG) 이후 KBL 역대 두 번째 시즌 평균 6+리바운드를 기록하는 선수가 탄생할 수도 있다.

Q.리바운드에 강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공격 리바운드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다. 비결이 있나?
특별한 비결은 없다. 단지 게으르지 않고 많이 움직였을 때 따라오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 공이 어디로 떨어질지 예측을 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팀원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평소 슈팅을 어떻게 쏘는지 잘 봐둬야 한다.

Q.가장 친하게 지내는 선수가 있나?
다 친하게 지낸다. 다들 좋은 동료들이다. (정)희재와 (서)민수랑은 장난을 많이 친다. (강)병현은 리더십 좋은 주장이고 (이)재도랑 (이)관희랑도 잘 맞는다. 그 밖에 신인들과 나머지 선수들과도 정말 친하게 지낸다.

Q.올 시즌 팀원으로서와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팀원으로서는 현실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를 바라보고 있다. 이후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인 목표는 좀 더 높여서 4강까지 가보고 싶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리바운드 왕도 되고 싶다(웃음).

Q.본인만의 승리 루틴과 징크스 같은 게 있는지?
간단하게 있는 수준이다. 너무 복잡한 걸 싫어한다(웃음). 경기 전에는 항상 기도하고 들어간다. 농구화는 좀 오래 신는 편인데 신기 전, 그날마다 느낌이 오는 신발을 골라 신는다. 양말까지는 굳이 신경 안 쓴다.

Q.휴일에는 보통 뭐하고 쉬나?
요새는 주로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가능하면 아이들이랑 공원도 가고 쇼핑을 하거나 조용히 커피를 마는 걸 좋아한다. 심심하게 보낸다. 

이집트 국가대표
유럽에서 잔뼈가 굵은 마레이. 그전에 이집트 국가대표로서 대활약을 펼쳤던 적 있다. 21살 어린 나이에 성인 국가대표팀에 뽑혀 이집트를 2013 FIBA 아프로 바스켓(Afro Basket)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이에 이집트는 20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마레이는 대회 베스트 5까지 선정됐다.

Q.농구 인생 최고의 순간이 2013 FIBA 아프로 바스켓 대회라고?
맞다. 정확히 2014년 스페인 농구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전이었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의미 있는 경기였고 덕분에 20년 만에 이집트가 월드컵 진출권을 따냈다. 어렸지만, 그 당시에는 진짜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Q.정작 부상으로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무릎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아쉬웠다.

Q.이후에도 국가대표 부름을 계속 받고 있는지?
늘 연락은 온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여름이었고, 작년 2월에도 연락이 왔다. 다만 작년에는 발목 부상 때문에 합류하지 못했다. 올해는 아내 출산 때문에…언젠가는 다시 활약할 날이 있을 거라 본다.

Q.이집트 출신의 유일한 NBA 리거 압델 네이더(피닉스 선즈)랑도 아는 사인지?
같은 또래이고 (나는) 누군지는 알지만, 친분은 없다.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일찍 간 걸로 알고 있다.

Q.아버지의 영향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마레이 아버지, 아메드(Ahmed) 마레이는 이집트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자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았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프로팀 감독을 하셨다. 물론 영향을 받았지만, 아버지 밑에서 운동을 직접 배우거나 (아버지가) 가르쳐주시진 않았다. 항상 바쁘셨다. 내가 프로 선수가 된 이후에도 중간중간 조언만 해준 정도였다.

Q.특이하게도 이집트에서 1년간의 프로 생활을 하고 미국대학에 진학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일단 늘 미국 농구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대학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또 모든 국가의 부모님 마음처럼 우리 부모님도 대학과 학위를 중요시했다. 다만 NCAA 디비전 I에 가기에는 내 프로경력이 발목을 잡았다. 입학하는 과정에서 제재가 덜한 디비전 II에 미네소타 주립대로 입학하게 됐다.

Q.전공은?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웃음).

Q.아, 무슬림으로 알고 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고 가정했을 때, 라마단 기간이 맞물릴 것 같다. 경기력에는 지장이 없을까?
스포츠 종목 선수라는 직업 특성상 라마단 기간 육체적으로 힘을 써야 한다. 안타깝지만 (나는) 시즌 중에는 이행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이후 사회공헌이라던지 기부를 통해 대체하고 있다. 오프시즌일 경우 당연히 단식에 들어간다.

마레이의 밸런스 게임
마레이의 순간 판단력과 결정력을 확인하기 위한 몇 가지 질문들을 준비해봤다.

Q.밸런스 게임이다.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해주면 된다. 단 5초 안에 답을 말해달라.
알겠다.

Q.이집트 아프로 바스켓 우승 vs KBL 우승
으악. 내가 선수로 뛰는 건가? 미안하다. 일단 아프로 바스켓 우승을 선택하겠다. 준우승의 아쉬움이 크다. KBL 우승도 꼭 하고 싶다. 정말이다.

Q.이집트 아프로 바스켓 우승 vs NBA 진출
하. 어렵다. NBA 진출을 택하겠다. 오랜 꿈이기도 하다.

Q.KBL 파이널, 공격 리바운드 후 풋백 덩크 위닝샷 vs 스탭백 3점슛 위닝샷
덩크로 끝내서 링을 잡고 사자처럼 포효하겠다.

Q.하킴 올라주원 vs 디켐베 무톰보
하킴 올라주원. 내가 어렸을 때 처음으로 봤던 빅맨이다. 풋워크 마스터다. 환상적인 선수다.

Q.조성원 감독 vs 채성우 통역
하하. 감독님께는 정말 죄송하다. 영어가 되는 채성우 통역을 선택하겠다.

Q.채성우 통역 vs 박도경 책임
박도경 책임이다. 영어를 조금 할 줄 알고 내 계약 문제도 다룬다. 채성우 통역은 힘이 없다(웃음).

Q.이재도 vs 이관희
포기다. 두 선수 모두 각자의 색깔이 있고 좋은 친구들이다. 그냥 (정)희재를 고르겠다.

Q.평소 롤 모델은?
과거 NBA 스타 라마 오덤과 파우 가솔이다. 오덤은 1번부터 5번 포지션까지 다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조커로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의 경쟁심을 좋아한다. 가솔은 그냥 좋다. 제일 좋아하는 선수다. 다양한 스킬을 가진 빅맨이고 패스도 할 줄 안다.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랐다.

Q.LG 팬들에게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은?
성적에 구애 받지 않고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엄청난 열정이 느껴진다. 멋진 홈팬들이 있어 든든하다. 끝까지 지켜봐 달라.

Q.더 하고 싶은 말은?
잘 자라고 있는 두 아이와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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