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서호민 기자] 다시 돌아온 서 기자의 여사친 취향 존중 데이트. 뭘 상상해도 그 이상이다. 예측불허, 4차원스러운 여자. 부산 BNK 썸 김진영이 그 주인공이다. 체육관에 가는 게 가장 즐거울 정도로 운동을 즐기는가 하면, 달력 세 개에 농구일지와 자신의 일과를 기록하는 의외의 꼼꼼함도 있었다. 자기 일에서는 정말 철두철미할 정도로 프로다웠는데, 일상생활 속에서는 여자라면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든, 무엇이든 다 이겨야 하는 '초딩' 같은 모습도 있었다. 어쩜 이리 기자와 성격이 비슷해도 너무 비슷할까. 긴말 필요 없이, 김진영의 반전 매력 속으로 출동~!
※본 기사는 점프볼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김진영은 한번 꽂히면 누구보다도 뜨겁게 불타오르는 의지를 가진 열혈여아다. 이는 코트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허슬 플레이와 투지를 바탕으로 매 경기 놀라운 리바운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NBA 골밑을 지배했던 리바운드왕 데니스 로드맨이 떠올랐다. 그래서 김진영을 위해 애칭 하나를 붙여줬다. 영어 이름인 제니와 로드맨을 합쳐 ‘제니스 로드맨’이라고.
기자가 “아 딱 이거에요! 제니스 로드맨”이라고 하자 그는 “다른 분께서도 그렇게 불러주시더라고요. 로드맨도 좋지만 저는 사실 르브론 제임스와 제임스 하든처럼 농구를 하고 싶어서...^^ 하하. 그래도 계속 듣다 보니까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네요. 만족합니다”라며 웃었다. 덕분에 첫 만남의 어색함도 싹 가셨다.
김진영은 숭의여고 시절 한 경기에서 무려 66점을 폭격한 바 있는 괴력의 소녀다. 이는 지금까지 전국 남녀 고교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 기록으로 남아 있다. 리바운드도 팀 전체 리바운드 37개 가운데 27개를 책임졌다. 하지만 제니스 로드맨 아니랄까봐 그는 득점보다 리바운드 기록에 더 애착을 갖고 있단다.
“리바운드를 한다는 자체가 제가 슛을 쏘지 않았다는 전제잖아요. 물론 당연히 슛을 잘 넣는 선수가 되고 싶지만, 어렸을 때부터 팀을 위해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리바운드 만한게 없더라고요. 또 제가 점프를 뛰고 공중에 뜰 때 그 찰나의 순간이 너무 좋은 거에요. 마치 시간이 멈추는 듯한! 그래서 리바운드를 잡을 때 더 큰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만큼 저는 리바운드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답니다.”
공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 보니 간혹 파이터 기질이 강하다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제가 보통의 여자 선수들보다 근육이 잘 붙는 타입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똑같이 몸싸움을 해도 상대 선수가 크게 튕겨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파울 콜) 조금 억울할 때도 있어요^^. 아 물론 당연히 상대 선수가 부상 당하지 않게 플레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기자와 여사친 데이트를 진행했던 모 선수에 따르면, 김진영은 보통 여자농구 선수에게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사실 어렸을 때 캐나다에서 잠깐 살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외국 문화에 관심이 많이 갖게 됐어요. 또, 제 성향상 억압된 것보다는 자유로움을 추구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지금 농구를 하고 있지만 인생은 농구가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외국 선수들을 보면 농구를 하면서 한의사나 의사 활동도 겸해서 하고 있잖아요. 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사는 인생이잖아요. 최대한 여러 가지 일들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단, 농구에 최선을 다한다는 전제 하에 다른 일들을 조금씩 준비해보고 싶어요.”
인생 여행지라던 호주 여행기도 깊숙이 파고들어 봤다. 사실 운동하면서 해외에 나갈 일은 많았지만 목적이 수술 혹은 전지훈련이었다고. 한 번도 자유여행을 목적으로 해외에 가보지 못했던 그는 혼자서 배낭 하나 메고 자유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KB스타즈에서 우승 기념으로 선수들에게 여행비를 제공해주셨어요. 휴가도 길었고 힐링차 혼자서 배낭 하나 메고 호주로 자유여행을 떠났어요. 사실 오빠가 호주에 있기도 해서 오빠를 핑계 삼아 가게 된 것도 있어요. 또, 제가 영어가 좀 되잖아요? 호주가 면적이 정말 큰데 한달 반 동안 전역을 다 돌았어요. 오빠와 여행도 하면서 힐링도 하고 친구들도 정말 많이 사귀었어요. 난생 처음 서핑도 해봤어요.“
"가장 재밌었던 건 사막에서 썰매 탄 거랑 울룰루 폭포에서 래프팅한 거죠. 사막에서 썰매 탄 날은 햇빛이 쨍쨍하다가 갑자기 비도 오고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꽤 선선했어요. TV로 보던 것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더라고요. 진짜 재밌는데 세 번은 못 타겠더라고요. 한 번 타려면 일단 사막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하니까요. 하하."
그도 어쩔 수 없는 농구인이었나 보다. 해외여행을 가서도 농구는 떼려야 뗄수 없었다고. "농구를 정말 좋아해서인지 호주에 가서도 농구를 하고 있더라고요. 호주는 게스트 비용만 내면 제가 원하는 시간에 실내에서 농구를 할 수 있어요. 현지 아저씨들과 5대5도 하고 3대3도 했어요. 그런데 아저씨들 사이에서 “쟤 어디서 농구 좀 한 것 같네?”라는 등 제가 농구선수인게 티가 났나봐요. 하하."
여농계 패셔니스타
뭐든지 다 이기고 싶은 승부욕은 정말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올해 들어 패션에 관심이 생겼는데, 그 이유도 되게 귀여웠다. 보통 서기자의 데이트 인터뷰는 '선수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사복으로 진행하는 편인데, 역대 여사친 중에 패션 감각이 가장 훌륭했다. 코디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오히려 그는 "이런 인터뷰인 줄 알았으면 더 갖춰 입고 왔을 텐데 옷이 다 집에 있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는 “농구장에만 있다 보면 너무 여성성을 잃는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농구장 밖에서는 저 자신을 최대한 꾸미려 해요. 그중에서도 패션에 관심이 많은데 시즌 때는 몸도 커지고 시간도 많이 없다 보니까 예쁜 트레이닝 웨어에 스포츠 캐주얼을 많이 입어요. 오프시즌에는 그래도 좀 여성스럽게 많이 입으려 하는데 헤어스타일에 따라 옷 색깔도 맞춰 입는 것 같아요. 밝은 갈색일 때는 밝은 톤으로 요즘에는 블랙으로 염색을 해서 좀 청순한 느낌으로 가려고 합니다. 가끔씩 이런 저의 모습을 보고 언니들이 이중인격자라고 놀리기도 해요(웃음)”라고 일러줬다.
그가 이렇게 패션에 신경 쓰고 있지만, 지인들로부터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오명을 떨치진 못하고 있다. 옷걸이가 좋아서 티 하나에 청바지만 입어도 될 것 같은데, 'YG스러움'을 추구하고자 점점 과해지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아마 다들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 그렇지만 당신을 여농계 최고 패셔니스타로 인정합니다.
농구인 2세가 대세라고 하지만, 김진영은 농구인 가족이 아니다. 단지 키가 크다는 이유로 농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그를 프로농구 선수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이가 있다. 바로 이현중(데이비슨대)의 모친으로 잘 알려진 성정아 씨다.
“(이)현중이의 누나인 (이)리나와 어렸을 때부터 농구도 같이 하면서 정말 친하게 지냈던 게 계기가 됐어요. 저는 사실 부모님이 운동 선수 출신도 아니시기 때문에 재능이 특출나지 않았어요. 부딪히는 순간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성정아 선생님께서도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예를 들어 제가 아플 때면 재활 쪽으로 유명한 박사님을 소개시켜주신다든지 또, 한국농구의 전설이시잖아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성정아 선생님의 멘탈과 마음 가짐을 보면서 프로로서 꿈을 키우게 됐답니다.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어엿한 데이비슨대의 주전이 되어 NBA에 도전하고 있는 이현중에 대해서도 기억을 더듬었다. “(이)현중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키도 작고 농구 골대에 덩크를 하고 싶어서 막 바둥거렸는데, 그랬던 아이가 2미터까지 훌쩍 성장해 NBA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현중아. 타지에서 고생이 많지? 누나가 격하게 응원한다! 파이팅.”

진지한 주제로 화제를 전환. 누구나 한번 사춘기를 겪는다. 여자 농구선수도 별수 없다. 어린 나이에 고된 단체생활을 하다 보면 농구공을 잡기 싫어질 때가 있다. 한번쯤 일탈을 꿈꾼다. 농구계에선 이를 “소풍 간다”라고 표현한다. 김진영 역시 소풍을 갈 뻔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노력한 것만큼 돌아오지 않더라고요. KB스타즈에 있을 때 제가 평균 출전 시간이 10~15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제가 노력한 것에 비해 더 뛸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제 인생이 너무 허비되는 것 같아 운동은 취미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때 안덕수 감독님을 비롯해 KB스타즈 사무국 분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던 저를 붙잡아주셨어요. 다른 팀에 가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길을 열어주셨고, 당시 트레이드 됐을 당시 BNK 유영주 감독님께서도 저를 반겨주셨어요. 감사한 분들이죠. 그리고 박정은 감독님께서 자신감을 찾게 해주셨죠. 자신감이 붙으니까 노력하면 분명 된다는 것을 알았고 희열을 느끼게 됐어요. ”
김진영과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즈음 KB스타즈 김병천 사무국장으로부터 전화 한통이 왔다. 참으로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김진영 역시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국장님, 잘 지내시죠?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한 차례 아픔과 시련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팀 생활이 정말 즐겁고 재밌어요. 안 좋은 것을 바라보기보다는 즐거운 사람들과 일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자고 마음가짐을 달리했던 것 같아요. 선하게 마음을 먹게 됐던 거죠. 앞으로도 제가 좋아하는 농구를 하면서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싶어요. 물론 농구 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플레이에 있어서도 선택지가 많잖아요. 최고의 선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날 김진영과의 여사친 데이트 컨셉은 세계 최초로 농구기자와 선수가 번지점프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아쉽게도(?) 이날 영하 5도의 한파가 몰아친 탓에 기상상의 이유로 번지점프 운영이 중단됐다. 번지점프에 도전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사진으로 담아봤다.
서기자와의 데이트 인터뷰 어땠나요?
너무 즐거웠어요. 마침 제가 휴가 때 또 이렇게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타이밍도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아쉽게(?) 번지점프를 타지 못했지만 공원도 걷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진짜 데이트 같은 느낌이 물씬 들었어요. 또, 기자님께서 저에게 멋진 별명까지 지어주셨잖아요(웃음). 예쁜 사진도 많이 찍고 최고의 힐링이 됐던 것 같아요. 다음에 또 더 재밌는 컨셉으로 인터뷰 하시죠.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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