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왕조 현대모비스에 나타난 신성 ‘필리핀 특급’ 아바리엔토스

최창환 기자 / 기사승인 : 2022-12-07 06: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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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이 길이 보인다고?” 론제이 아바리엔토스(23, 181cm)와의 2대2를 통해 득점을 만든 이우석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경기를 지켜본 관계자들, 팬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은 것은 물론이다. 물음표 속에 한국을 찾았던 아바리엔토스는 KBL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며 느낌표를 채워나가고 있다. KBL 최고의 왕조, 명가로 불리는 울산 현대모비스에 진정한 신성이 나타났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1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해외리그는 필리핀선수들에겐 꿈 같은 일”


KBL은 2022-2023시즌부터 지난 2시즌 동안 일본선수에 한정됐던 아시아쿼터제도를 필리핀선수까지 확대했다. 개인기가 뛰어난 가드가 많은 나라인 만큼, 많은 팀들이 필리핀선수 영입을 위해 열을 올렸다. 현대모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망주는 많이 수급했지만, 전반적으로 경험이 부족해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현대모비스는 필리핀 국가대표로 활약한 아바리엔토스를 영입했다. 아바리엔토스 역시 ‘99즈’였지만, 기존 가드들과 다른 패스 센스와 해결사 면모를 뽐내며 현대모비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첫 프로리그로 KBL을 택한 배경은?
해외리그에서 뛰는 게 꿈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필리핀의 모든 선수들이 갖고 있는 꿈이 해외리그에서 뛰는 것이다. 꿈 같은 일을 이룬 선수 가운데 1명이 돼 굉장히 영광스럽다. 무엇보다 필리핀선수들에게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줬다는 게 기쁘다. (현대모비스 외에 다른 팀이나 다른 리그에서도 러브콜을 받진 않았나?)계약과 관련된 제안을 받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겠다.

현대모비스는 KBL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명가다.
팀에 합류하기 전에도 굉장히 좋은 팀, 우승을 많이 한 팀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현대모비스에 와서 나도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됐다는 데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윌리엄 나바로는 필리핀농구협회와의 계약 문제로 서울 삼성 입단이 불발됐다. 이에 대한 아쉬움을 SNS에 남기기도 했는데?
나바로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다. 그래서 KBL에 못 오게 된 것에 대해 슬펐다. KBL은 나바로라는 좋은 선수가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리그인데 자국에서 올 수 있는 길을 막아 유감스러웠다. 그래도 나바로 역시 최근 필리핀리그에서 프로선수로 데뷔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쿼터제 도입은 국내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리그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필리핀선수 입장에서 아시아쿼터제는 KBL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나?
한국, 필리핀 가드들의 차이점이 있다. 한국선수들은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 스타일을 지니고 있지만, 필리핀선수들은 개인기가 좋다. 충분히 KBL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필리핀선수들이 한국선수들에 비해 드리블을 비롯한 개인기가 유독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 스킬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쏟는 편인가?
아마도 그게 맞는 것 같다. 필리핀선수들은 스킬 트레이닝을 굉장히 많이 한다. 개인적인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쏟는다. 반면, 한국의 가드들이 스킬 트레이닝을 하는 건 많이 못 봤다. 팀 훈련을 우선으로 여기는것 같다. (패스 길이 남다른데 비결은?)별다른 비결은 없다. 그저 습관이고 매직이다(웃음).

조동현 감독은 국가대표팀 평가전 당시 1번으로서 지닌 기량뿐만 아니라 벤치에서도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자신이 투입될 타이밍을 알고 미리 몸을 푸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모두 일에 대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항상 좋은 본보기가 되고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수가 싶다. 책임감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외국선수 최초의 신인상도 충분히 노릴 만한데?
물론 개인적인 목표가 될 수 있겠지만, 팀이 승리하지 못하면 상도 아무런 필요가 없다. 팀 승리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시즌을 치른 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KBL 역사상 신인상, MVP를 동시 수상한 선수도 한차례 있었다.)김승현을 말하는 건가. 기사를 통해 김승현이 2001-2002시즌에 그런 일을 만들었다는 걸 접하긴 했다.

현재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 가드를 꼽는다면?
SK 가드, The MVP(김선형). 패스, 슛, 돌파 모두 잘해서 막기 힘들었다. 코트에서 얘기를 많이 나눠봤는데 성격도 굉장히 좋은 선수인 것 같다. 김선형과의 맞대결이 앞으로도 기대된다.

가드 외에 인상적이었던 국내선수는?
아직 많은 경기를 치른 건 아니지만 KCC 3번(허웅)이 기억에 남는다. 득점력이 정말 좋은 것 같다. 국가대표팀 평가전을 치를 때도 맞붙어봤는데 인상적이었다. 연습경기에서도 막기 어려운 선수로 인식되어있었다.

아직 홈경기를 못 치러봤다. 기대가 클 것 같다.
원정경기를 통해 한국 팬들은 굉장히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응원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보기 좋았다. 홈 개막전에서도 응원해주신다면 꼭 승리를 안겨드리겠다.

“KBL, 특히 현대모비스에서 오래 뛰고 싶다”

필리핀의 FIBA 랭킹은 41위다. 한국(34위)보다 순위가 낮지만, 가드들의 개인기와 농구 저변은 한국보다 한 단계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농구가 국기나 다름없고, NBA 스타가 방문하면 아무리 비싼 티켓이라도 구하지 못할 정도로 농구 열기가 대단한 나라다. 아바리엔토스 역
시 “필리핀에서 제일 유명한 스포츠”라며 필리핀에서의 농구 위상을 전했지만, 그의 목표는 KBL의 전설이 되는 것이었다. 이왕이면 현대모비스에서 오래 뛰고 싶다는 포부도 잊지 않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국 문화가 있다면?
특별한 건 없었다. 사람들이 다가와 주고 나를 존중해준다는 게 느껴졌다. 환경, 한식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 (배운 한국어도 있나?)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사랑해요 정도만 할 줄 안다.

필리핀은 국기가 농구일 정도로 농구 인기가 엄청난 것으로 알고 있다. 농구 전문 TV 채널도 있을 정도인데?
필리핀에서 제일 유명한 스포츠다. 농구를 하면 유명한 사람이 될 수있을 정도다. 하지만 내 인기는 아직 일반인 수준이다(웃음).

농구는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4살 때 처음으로 농구를 접했고, 어린 시절 다닌 학교에 농구부가 있었다. 친구들과 트라이아웃에 나가면서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농구만의매력은?)팀으로 똘똘 뭉치는 스포츠라는 점이다. 수비가 안 되면 공격도 안 된다. 수비, 공격 모두 팀으로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한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 팀으로 하나가 되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도 농구의 매력이다.

NBA 선수나 자국 선수 가운데 롤모델이 있다면?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와 크리스 폴(피닉스)을 좋아한다. (핸드폰 케이스에는 코비 브라이언트 스티거가 붙어있는데?)농구선수라면 맘바 멘탈리티는 새겨야 하지 않겠나(웃음).

NBA 선수들로 베스트5를 선정한다면?
일단 1번은 커리. 좋은 리더이자 NBA에서 가장 뛰어난 슈터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슛도 많이 넣는다. 올 시즌을 기점으로 수비도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항상 코트에서 본보기가 되는 선수다. 2번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로 하겠다. 패스 센스와 리더십, 경기에 임하는 자세, 몸을 만드는 과정 모두 훌륭하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르브론처럼 농구를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3번은 음…. 케빈 듀란트(브루클린)다. 듀란트, 제이슨 테이텀(보스턴), 카와이 레너드(LA 클리퍼스)를 두고 고민했다. 듀란트가 슛이 제일 좋은 것 같아서 선택했다. 4번은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다. 근력이 정말 좋은 선수다. 매 시즌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돌아오는 걸 보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이미 대단한 선수인데도 항상 코트에서 배우려는 자세를 지니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5번은 니콜라 요키치(덴버)로 하겠다. 2시즌 연속 MVP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 센터임에도 패스 센스가 대단하다.

SK와의 1라운드 맞대결에서 막판 결정적인 3점슛을 넣은 후 커리의 ‘나잇 나잇’ 세리머니를 따라 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대학 시절에 한 번 했었는데 이번에는 즉흥적으로 나왔다. 이제 잠잘 시간이라는 의미이지 않나. 낮경기였어도 낮잠 자야 한다며 그 세리머니를 했을 것이다(웃음).

한국은 이현중의 NBA 도전에 이목이 집중됐다. 필리핀 역시 카이 소토의 도전이 많은 관심을 받았을 것 같다.
소토와는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나 역시 많이 응원했는데 드래프트에서 선발되지 않아 아쉽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열심히 뛰어주고 있으며, 아직 자신의 꿈인 NBA를 포기하지도 않았다. 소토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해주는 게 내 역할이다.

필리핀 국가대표팀에서는 3번, 현대모비스에서는 0번을 등번호로 사용하고 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별다른 의미는 없다. 0번은 프로팀에서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를 담아 쓰게 됐다. 3번에 대한 의미를 굳이 찾자면 I Love You가 3음절이어서? “사랑해요”는 아, 네 글자구나. (춘삼이에도 3이 들어가는데?)오, 좋은 의미인 것 같다(웃음).

※ 춘삼이는 성준모 전력분석팀장이 만들어준 아바리엔토스의 별명이다. 한국에 오기 전 별명은 RJ였다.

KBL뿐만 아니라 앞으로 농구선수로서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KBL에서 오래 뛰는 게 목표다. 특히 현대모비스에서 오래 뛰고 싶다. 코트에서 생산성 있는 선수로 부상 없이 길게 커리어를 이어가는 게 목표다. 일단 올 시즌은 팀에 기여하는 선수가 돼 팀의 발전을 도우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어야 한다.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우승에 도전해보고 싶다.

BONUS ONE SHOT_Do You Know 신동파?

한국농구계에는 전래동화처럼 전해 내려지고 있는 일화가 있다. 현역 시절 스나이퍼로 명성을 쌓았던 신동파의 필리핀전 활약상이다. 스킬트레이너로 활동 중인 모용훈의 외삼촌인 신동파는 1969년FIBA 아시아컵(당시 아시아선수권대회) 필리핀과의 결승전에서 50점을 퍼부으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결승전에서의 활약상이 워낙 강렬해 필리핀에서 신동파라는 이름 자체가 우리나라로 예를 들면 대박이라는 의미의 신조어로 쓰이기도 했다. 신동파는 과거 점프볼과의 인터뷰에서 “내 이름이 행운이나 성공이란 의미로 쓰인다고 들었다. 골프를 치다가 퍼팅이 들어가면 ‘신동파’, 일이 잘 풀려도 ‘신동파’라고 한다더라. 필리핀의 한 선수는 이름을 ‘신동파룡’으로 계명했고 이후 슛이 더 잘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었다”라고 일화를 전했다.

신동파는 슛에 관해서는 천부적인 스타였다. 현역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활동할 때는 선수가 슛을 던지자마자 “길어요”, “짧아요”라며 슛 성공 여부를 귀신같이 맞히기도 했다. 그래서 예전부터 필리핀선수를 인터뷰하게 된다면 꼭 하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Do You Know 신동파?” 오랜 세월이 흘러서일까. 아쉽게도 아바리엔토스는 “처음 들어본다. 우리 세대에서는 모르는 이름”이라고 말했다. 전태풍조차 모르는 세대이니 무리도 아니었다. 아바리엔토스는 한 팬이 김승현, 전태풍(통역을 통해 토니 애킨스로 전달됐다)을 섞어놓은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고 하자 “애킨스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김승현이 굉장히 좋은 선수였다는 얘기 정도만 들었다”라며 웃었다.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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