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준구의 불만제로 - 유명무실한 제도가 된 아시아 쿼터제, KBL은 발전 의지가 있는 것일까?

민준구 / 기사승인 : 2021-09-04 15: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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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는 비상식적이다. 모든 일이 상식적일 수는 없지만 특히 한국농구는 매 순간 부정적인 이슈가 생기곤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대신 전해 드립니다”와 같이 한국농구에 대한 불만을 대신 전해주는 「 민준구의 불만제로 」. 두 번째 시간은 유명무실한 제도가 된 아시아 쿼터제에 대한 이야기다.

아시아 쿼터제는 무엇인가


프로농구를 즐겨보는 팬들이라면 아시아 쿼터제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제도가 도입된 지 무려 1년이 지났음에도 이에 대해 언급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만큼 교류가 없었으며 이는 KBL이 안고 있는 숙제 중 하나다. 아시아 쿼터제, 현시점에선 한일 아시아 쿼터제로 불리는 이 제도는 2020년 5월, KBL과 일본 B.리그의 협약에 따라 기존 외국선수 보유 인원에 포함되지 않는 아시아권 선수를 영입하는 것으로 현재 한국과 일본 선수 각각 1명씩(양재민/나카무라 타이치) 아시아 쿼터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 프로축구는 2000년대 후반부터 도입된 제도이며 최근에는 규모를 넓히고 있는 여자 프로배구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선수들 중에선 이미 과거 타국 리그 아시아 쿼터제 신분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김영옥, 정선민 등 여자 선수들이 중국으로 진출, 활약했다. 파디 엘-카티브, 자이드 아바스, 오가 유코 등 아시아의 농구 스타들 역시 중국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아시아 쿼터제 덕분이다.


KBL과 B.리그는 입을 모아 아시아 쿼터제가 전력 상승, 그리고 마케팅 효과의 극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최고의 제도라고 언급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수준 높은 선수들의 활발한 교류, 그리고 각국 팬들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기대 효과는 매우 크다. 여기에 막대한 중계권 사업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도 큰 장점이 있다. 특히 모기업의 지원에만 의존하며 마케팅적으로 매우 부실한 KBL의 입장에선 아시아 쿼터제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맛있는 음식이었다. 단 제대로 시행된다면 말이다. 더불어 각국의 에이스급 선수들이 KBL에 왔을 때, 그리고 KBL에서 이미 모든 걸 이룬 MVP급 선수들이 해외에 도전하게 된다면 그것 역시 이슈가 된다. 아시아 슈퍼 리그 개최까지 고려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아시아 쿼터제의 순기능은 그 효과를 대폭 늘릴 수 있다. 축구와 같이 큰 규모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둘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두 가지 관점에서 아시아 쿼터제를 바라봐야 한다. 과연 아시아 쿼터제는 앞으로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까. 또 KBL 구단들은 왜 적극적으로 일본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자세를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을 살펴봐야 한다.

 

▲B리그 신슈 브레이브 워리어스에서 활약 중인 양재민

KBL과 B.리그의 아시아 쿼터제 차이


B.리그만을 상대하고 있는 KBL은 잠시 제쳐두자. B.리그는 KBL을 넘어 타국 리그와도 활발히 교류하며 아시아 쿼터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미 KBL과 협약하기 전부터 중국, 필리핀, 대만 등 여러 국가의 프로 리그와 접촉하고 있었다. 그 결과, 한국의 양재민을 비롯해 필리핀의 에이스 퍼디난드 라베나 3세, 키퍼 라베나, 케마르크 카리노 등 많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B.리그로 향했다. 제도적으로 KBL보다 유연한 B.리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양한 리그와 교류하는 만큼 다양한 선수들이 B.리그에서 활동하고 있고 또 준비 중이다. 연봉이 적은 필리핀 선수들의 주요 관심 리그가 되며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터전이 됐다. 이들은 연신 자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더불어 B.리그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중계권 사업이나 다른 부분은 언급하기 귀찮을 정도로 활발하다. B.리그에서 점점 자신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양재민의 소식을 간신히 현지 소식으로만 접해야 하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실제로 양재민은 팀 상황에 적응하며 성장을 거듭, 경기 MVP에 선정되기도 했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적었다. 일본농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일본은 오래전부터 아시아 쿼터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프로축구가 아시아 쿼터제로 성공한 부분이 있는 만큼 기대감 역시 높다. 여러 국적을 가진 선수들이 B.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이들을 응원하는 현지 팬들의 관심 역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좋은 교류라고 생각하며 지금보다 더 넓어질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KBL은 어떠한가. 타이치 이후 아시아 쿼터제를 통해 영입된 선수는 없다. 이미 언급한 대로 KBL은 B.리그에 제한된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도 힘들다. 현재 KBL의 아시아 쿼터제에 대해 평가하자면 결코 긍정적인 부분을 찾을 수 없다. 기대했던 부분을 단 하나도 충족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무관심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희옥 신임 총재 취임 이후 일본을 넘어 필리핀까지 영역을 확대할 것이란 비전을 제시했지만 확정 단계가 아닌 그저 ‘비전’에 머물러 있다. 무려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비전만을 제시했다는 건 이제 관계를 만들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확실한 무언가를 준비한 것도 아니다. 새 집행부 체제로 돌입한 이후 내실을 다지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 쿼터제를 손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관계자들 역시 확실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KBL의 아시아 쿼터제는 당분간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에는 부족함이 너무나도 많다.

프로 구단들은 아시아 쿼터제에 관심이 없다


아시아 쿼터제 시행 이후 원주 DB가 나카무라 타이치를 영입한 건 KBL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례다. 그마저도 이상범 감독이 일본 시절 지도했던 타이치이기에 가능했던 일일 뿐이다. 이후 몇몇 구단이 일본 선수들에 대해 알아봤지만 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유는 확실하다. 그들이 원하는 포지션의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농구는 큰 틀에서 봤을 때 한국농구와 다르지 않다. 하치무라 루이, 와타나베 유타, 그리고 바바 유다이 등 해외파의 등장으로 아시아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단순히 B.리그만 살펴보면 당장 KBL에서 큰 경쟁력을 보일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입장에선 KBL에 올 이유가 없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으며 현지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KBL 구단들도 굳이 일본 선수를 찾는 것보다 보유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대로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가 많지 않다. 가드와 포워드는 이미 포화 상태. 결국 필요한 건 빅맨인데 B.리그는 수준급 빅맨들이 많지 않은 곳이다. 특히 외국선수 출전 쿼터가 KBL보다 더 자유롭기 때문에 그들이 생존하거나 성장할 가능성은 더욱 적다. 이는 B.리그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A구단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면 일본 가드나 포워드를 영입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지금 있는 우리 선수들을 성장시킬 시간도 없다. 또 빅맨이 필요하지만 B.리그도 없는 빅맨을 우리가 데려오기는 힘들다. 원하는 선수가 없는데 제도를 위해서 억지로 영입할 수도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어려움도 존재한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선수를 영입하게 되면 추가 비용을 지불해 통역을 새로 둬야 한다는 것,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격리 기간을 고려한 합류 시기 등 여러 걸림돌이 있다. 

 

B구단 관계자는 “모기업에 의존하는 프로 구단의 입장에서 확실한 근거 없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 쿼터제를 통해 선수 영입을 하려 하더라도 어려움이 따른다. 아시아 쿼터제를 통해 영입되는 선수의 위치도 애매하다. 샐러리캡에 포함되지 않나? 그 부분을 고려하면 더욱 영입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 아시아 쿼터제를 통해 영입하려면 당장 좋은 기량을 발휘해야 할 선수들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DB의 경우 타이치를 성장시킨다는 전제 아래 영입한 것이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아시아 쿼터제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인 전력 상승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즉 현시점에서 프로 구단들은 아시아 쿼터제를 활용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프로 구단들이 아시아 쿼터제에 눈길을 돌리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C구단 관계자는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B.리그만이 아닌 중국, 이란, 필리핀, 대만 등 다양한 국가 리그들과 교류하여 우리가 필요한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게 된다면 충분히 좋은 제도가 될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선수들도 해외 진출의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 일단 지금 상태에선 이 제도는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약이길 바라지만 과연 시간이 흐르더라도 좋아질지는 모르겠다”라고 바라봤다. D구단 관계자는 “아시아 쿼터제가 전체적으로 보면 굉장히 좋은 제도이지만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준이 되려면 이것저것 뜯어고칠 것들이 많다.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도 아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구단이 많지 않은 것, 아니 아예 관심이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를 자유롭게 영입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면 누구나 환영하는 제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발전은 입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아시아 쿼터제는 활용 여부에 따라 양날의 검이 된다. 제대로 활용하게 된다면 KBL의 부실한 인프라를 보완, 확장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 된다. 또 프로에 진출하지 못하는 대학 선수들, 그리고 일찍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 프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해 1년을 허비하는 것보다 2부 리그더라도 해외로 나아갈 수만 있다면 공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다만 KBL이 현재의 자세로 나아간다면 아시아 쿼터제는 없느니만 못한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 제도를 통해 국내 유망주의 유출이 심해질 수도 있다. 대학농구에서 걱정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E 대학 감독은 “장기적인 관점에선 아시아 쿼터제가 한국농구, 그리고 KBL 발전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제도이지만 확실하게 무언가 정해지지 않은 지금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프로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KBL이 아닌 다른 곳에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여 가는 건 좋지만 헐값에 팔려갈 수 있고 또한 외국선수들이 대학 선수들의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걱정이 크다”라며 우려했다.


뜯어고쳐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또 B.리그를 넘어 다른 리그와의 교류 역시 여전히 갈 길이 멀다. KBL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하지만 1년이란 시간 동안 방치된 아시아 쿼터에 대한 책임은 결코 외면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보완해야 한다. 새 집행부가 맡아야 할 일이며 또 3년 동안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시선만 있을 뿐, 긍정적인 무언가를 찾기는 힘들다. 발전은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정말 아시아 쿼터제가 필요한 것일까. 필요하다면 그만큼의 노력은 한 것일까. 유명무실한 제도는 결국 화살이 되어 돌아오기 마련이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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