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Q. 이게 얼마만인가요! 다시 만나게 돼서 너무 반갑습니다. 오랜만인 만큼 첫 질문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이 말 밖에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잘 지내셨나요?
안녕하세요, 홍아란입니다! 저는 너무 잘 지내고 있었어요(웃음).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랍니다.
Q. 코트를 떠난 이후에 처음 하는 인터뷰라고 들었어요. 저희와의 인터뷰를 결정하기까지도 고민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저는 은퇴를 선언한 거였는데, 규정상으로도 그렇고 사람들에게는 임의탈퇴 신분으로서 도망간 사람으로 비춰졌잖아요. 처음 팀을 나왔을 땐 죄송한 마음도 컸어요. 코트를 떠난 이후 반년 가량 멍청이처럼 집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어요. 꿈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미움을 받는 게 무서웠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앞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정말 이것저것 다 배워본 것 같아요. 결국 제가 운동을 했던 사람이기에 이 분야에서 재능을 살려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필라테스에 도전하게 된 거죠. 새 도전을 시작하면서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힘도 많이 얻은 것 같아요.
Q. 운동도 분야가 다양한데, 필라테스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제 성격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네일아트나 메이크업같이 미용 관련 직업도 알아봤었거든요. 근데 이 활발한 성격을 두고 정적인 일은 못하겠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활달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걸 찾다 보니 필라테스를 선택하게 됐어요.
사람의 몸을 가르치는 일이라 해부학 공부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필라테스 강사가 됐다고 계속 얘기가 나오는 걸 전해 듣기도 했고, 직접 찾아보기도 했는데, 필라테스에 대해 쉽게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근데 새로운 공부를 하는 저에게 실상은 그렇지 않았어요. 생판 처음 듣는 단어가 가득한 공부를 하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그러다 자격증을 따고 나서는 새로운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는 게 또 다른 고충이더라고요. 필라테스 강사가 전문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서비스직이잖아요. 회원님들의 컨디션, 그날의 기분에 맞춰가며 레슨을 해야 하는 게 힘들 때도 있었어요.
Q. 그래도 어려운 공부를 해낸 거네요. 원래 공부가 체질에 맞는 편이었나요?
자랑은 아닌데, 농구를 시작하기 전 초등학생 때는 나름 공부를 잘했던 편이었어요(웃음). 그러다 중, 고등학교 때는 농구를 하면서 공부를 완전히 놓아버렸죠. 10년 정도 내려놨던 공부를 갑자기 다시 하려니까 머리가 안 돌아가는 느낌이더라고요. 최근에 해부학을 공부했던 공책들을 정리했는데, 다시 봐도 엄청 열심히 했더라고요. 하하.
일단 센터에서 대표님이 저를 너무 좋게 봐주셔서 빠르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만족도는 정말 높은 것 같아요. 이제 더 이상 다른 진로를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 직업을 끝까지 가져갈 생각이거든요. 가끔 제가 제 컨디션을 컨트롤하지 못해서 힘들 때가 있어서 자책하기도 하는데, 전체적으로는 만족하면서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또, 이 직업 자체가 평생 공부를 병행해야 하거든요. 힘들어도 계속 발전해나간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아요.
Q. 필라테스 강사로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는데,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딱 한 순간을 짚을 순 없는데, 레슨을 하면서 회원님들의 BEFORE, AFTER 사진을 찍거든요. 그때 눈에 띄게 자세 교정이 될 때가 있어요. 또,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숙이지도 못할 정도로 디스크 증상이 있던 회원님들이 몸이 너무 좋아졌다고 하실 때면 너무 기쁘고 행복하죠. 그 행복감을 스스로 잘 느끼는 편이에요. ‘나 잘했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요(웃음). 회원님들이 감사 인사를 해주실 때만큼 좋을 때가 없어요. 현재 진행형인거죠. 그래서 지금도 행복하고 보람차요.
예전에도 필라테스를 하는 운동선수들은 많았어요. 농구선수들이 조금 늦은 편이었죠.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은 선수들은 옛날부터 필라테스를 많이 했어요. 저도 해보니까 선수들이 필라테스를 더 많이 접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도 왜 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농구를 그만두고 나서 필라테스를 접했을 때 한 달 만에 그 필요성을 느꼈어요. 필라테스를 선수때 접했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면서요. 요즘도 지인들에게 정말 많이 추천해요.
Q. 필라테스가 농구선수들에게 특히 도움 되는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필라테스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가장 많이 연관되는 단어 중 하나가 코어 강화에요. 농구선수들도 코어 운동을 많이 하잖아요. 어떤 운동이든 코어는 당연히 다루는 부분이긴 하지만, 보통 큰 근육을 위주로 운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필라테스는 그런 부분을 완전히 벗어나서 지구력을 키워주고, 가만히 서 있다가 부딪혀도 쓰러지지 않을 속 근육을 만들어줘요. 농구선수들이 필라테스를 하면 몸이 유연해지면서 강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Q. ‘필라테스 강사’ 홍아란과 대화를 나눠보니 정말 색다른 느낌이 드는 시간이었어요. 이미 제2의 삶을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필라테스 강사로서의 목표가 궁금해요.
아직 정확하게 정하지는 않았어요. 농구선수일 때도 프로가 되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했잖아요. 마지막 목표는 저의 필라테스 센터를 차리는 건데, 지금 생각하기엔 욕심인 것 같아요. 또 하나 목표가 있다면,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필라테스에 많이 녹이는 거예요. 운동선수들을 위해 특화된 필라테스를 만들어나가고 싶은데, 최선을 다해볼게요!

점프볼은 ‘필라테스 강사’ 홍아란을 찾아갔지만, 너무 많은 이들이 ‘농구선수’ 홍아란과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해야 했기에 지나간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녀 역시 오랜 시간 많은 고민을 거쳤고, 이제는 조금은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전해보기로 용기를 냈다.
인터뷰 말미에 농구선수 홍아란을 응원했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코트는 떠났지만, 저를 좋아해주셨던 분들이 한 번이라도 제 근황을 볼 수 있게 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1, 2년 정도는 저를 완전히 숨기고 살았는데, 저를 오랜 시간 응원해주셨던 팬분께서 제 소식을 궁금해 하는 팬들도 많다면서 제2의 삶을 응원해줄 사람이 많으니 밝은 모습을 공유하고 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소셜미디어도 언젠가부터 공개했는데, 아직 왔다 갔다 해요. 저에게 나쁜 말이 날아올 때면 마음이 데이기도 하거든요”라며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농구를 그만둔 후에 이게 첫 인터뷰잖아요. 팀을 떠나고 제 입장을 어디에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시즌 중에 이탈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저를 응원해주셨던 KB스타즈 팬분들에게 정말 죄송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는데, 그때는 제대로 제 말을 전할 방법을 몰랐어요. 전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요”라며 그간의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정든 코트를 떠났지만, 농구에 대한 애정은 아직 식지 않았다. 홍아란은 “농구가 재미없다며 2년 정도는 아예 안 봤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피한 것 같아요. 그러다 필라테스에 온전히 집중하게 됐을 때 농구장을 한 번 가게 됐었죠. 오랜만에 농구장에 가던 날 정말 많이 떨었던 기억이 나요.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경기를 보러 아산에 갔었는데, 전주원 코치님, (김)정은 언니는 물론이고 많은 분들이 제 얼굴을 보니 눈물 난다면서 진심으로 반겨주셨거든요. 떨면서 갔는데 기분이 정말 좋아졌던 기억이 나요”라며 미소 지었다.
끝으로 홍아란은 “저는 잘 살고 있으니, 필라테스 강사로서의 삶도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여자농구에 대한 관심도 끊지 말아주세요!”라며 팬들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전했다.
# 사진_ 문복주 기자, WKBL 제공
# 장소 제공_ CN필라테스(인천광역시 서구 청라커낼로 288번길 10 더스페이스타워 10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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