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된 글이며 7월 중에 진행되었음을 알립니다.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화보 촬영에서 허훈은 포즈를 취할 때마다 도드라지는 근육 라인으로 지켜보는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농구계에서 몸짱이라는 단어를 꺼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날 만할 정도로 그의 몸은 좋았다. 본인의 생각이 어떤지 궁금했다. 핫바디라는 컨셉에 맞춰 스스로 몸짱이라 생각하는지를 첫 질문으로 던지자 허훈은 “아직까진 개인적으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부상이 좀 있는 편이라 속까지 단단한 몸짱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나 허훈이 누구인가. 빼어난 재치로도 팬들을 즐겁게 하는 KBL 스타 중 한 명이다. 이내 그는 “아마 겉으로 보이는 모습 때문에 적지 않은 분들이 몸이 좋다고 해주시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시각적으로 봤을 땐 KBL에 나만한 몸짱이 없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허훈이 몸 좋다는 소리를 들은 건 프로에 와서가 아니다. 그는 KBL에 입성하기 전인 연세대 시절부터 남다른 근육질 몸매로 농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왔다. 그가 상대적으로 신장에서 아쉬운 면이 있었음에도 당당하게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이에 허훈은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원래도 아버지의 좋은 DNA를 받아서 근육라인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타고나긴 했다. 아버지 영향이 크고, 더 거슬러 올라가 중‧고등학교 때도 재활을 하면서 몸을 많이 가꿨다. 수소문을 해가며 좋은 몸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했고, 속 근육 단련에도 많이 신경 썼던 기억이 난다”라며 몸을 가꾸기 시작했던 과거를 돌아봤다.

대표 몸짱답게 약간의 팁을 더한 허훈이다. 그는 “나는 시즌 때 100%의 몸을 맞출 자신이 있다. 완성된 내 몸을 보면 분명 리그에서 상위권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만족을 해서는 안 된다. 한 단계 성장하면, 또 올라가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 않나.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데, 결국 웨이트 트레이닝의 필요성은 스스로 느껴야 한다. 직접 부딪혀보고 깨우쳐야 본인이 어떤 운동이 필요한 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말로만 ‘배운다, 배울 거다’라고 하면 소용없다”라며 프로로서 성숙한 자세까지 보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남다른 투자는 허훈을 리그 톱 가드로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는 느낌이 와 닿았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당연한 부분 중 하나다. 허훈은 근본적인 프로로서의 자세 하나로 몸짱이 됐다.
“팀에서 트레이너 형들이 시켜주는 대로 운동을 열심히 한다. 그러면서 내 플레이가 좋아진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더 좋아지는 바람으로 노력을 하게 된다. 또, 농구가 몸이 전체적으로 좋아야 하는 어려운 스포츠이기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전신에 효과를 봐야 한다. 결국 리그에 수많은 선수들과 함께 경쟁하는 거다. 어떻게 보면 매일같이 경쟁을 하는 거고, 그 속에서 지면 안 되기 때문에 몸을 만드는 것 또한 허투루 할 수 없다. 내가 또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지라(웃음), 절대 방심하지 않고 매 순간 열심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점프볼은 8월호 커버스토리를 맞이해 ‘KBL 대표 몸짱’ 허훈을 만나러 갔지만, 결국 KT의 절대적 에이스인 그와 농구 얘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더욱이 다가오는 2021-2022시즌은 허훈에게 있어 남다른 시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 시즌 연속 6위에 그친 이후 허훈이 팀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야 할 절묘한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KT의 에이스로서 지난 시즌을 돌아본 허훈은 “통틀어서 얘기하면 우여곡절이 참 많은 시즌이었다. 처음에 왔던 외국선수 두 명도 모두 떠나면서 국내 선수끼리 경기를 뛰어야 하는 시간도 있었고, 대체 외국선수 영입 이후 7연승, 그리고 또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래도 (김)영환이 형이나 (양)홍석이 등 팀원들이 잘해줘서 플레이오프에는 잘 올라갔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또 6강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던 게 마냥 아쉬웠다”라며 다소 무겁게 입을 열었다.
팀은 또 한 번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였지만, 허훈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정규리그 MVP 후보로도 거론될 만큼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허훈의 지난 시즌 정규리그 기록은 51경기 평균 15.6득점 2.7리바운드 7.5어시스트 1.5스틸. 매 시즌 커리어하이를 작성 중인 가운데 국내선수 득점 1위가 어시스트 1위까지 차지한 것은 허훈이 KBL 출범 이래 최초의 사례였다. 역사를 쓰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했던 시간이다.
그러나 허훈은 MVP에 오래 시선을 두지 않았다. 그는 “애초에 MVP 받을 생각도 없었다(웃음). (송)교창이가 워낙 농구를 잘했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팀을 위한 역할을 100% 이상으로 해서 당연히 받을 만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MVP에 대해서는 내가 할 말이 없다. 오히려 후보로 언급됐다는 것 자체가 내가 다음 시즌을 더 완벽하게 보내고 싶어 하는 욕심을 갖게 된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KT가 6강 이상에 도전하는 길에 있어서 팀 입장에서는 매 시즌 자신들을 괴롭혀왔던 외국선수 잔혹사를 해결할 필요도 있다. 이에 KT는 지난 6월, 차기 시즌을 함께할 메인옵션 외국선수로 KBL 경력자인 캐디 라렌을 택했다. 라렌에 대해 허훈은 “어떤 외국선수가 오더라도 다 맞춰줄 자신이 있다. 코로나19가 확실히 변수인 것 같다. 지난 시즌은 운 좋게 특급 외국선수들이 많이 왔는데, 이번엔 또 컨택 자체가 힘들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면에서 라렌은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보여준 모습도 있기 때문에 평균 이상의 플레이를 해주지 않겠나. 내가 라렌을 잘 살려주면 충분히 6강 이상을 노려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자신이 있다”라며 믿음을 보였다.
그의 말대로 허훈이 프로에서 보여준 모습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어떤 외국선수가 팀에 합류하든 포인트가드로서 기대 이상의 호흡을 보여줬었다는 것이다. “프로에 와서 확실히 외국선수와 호흡을 맞추는 게 힘들었다”라며 속내를 드러낸 허훈은 “외국선수의 플레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몰랐다. 다행히 배길태 코치님을 만나게 됐고, 정말 잘 가르쳐주셨다. 프로의 스타일 자체를 배웠는데 덕분에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배 코치님이 DB에 있으실 때도 우리 형과 (두)경민이 형에게도 이런 부분을 많이 가르치셨다고 하더라. 2대2 플레이는 물론 슛 하나, 스텝, 타이밍까지 많은 걸 배우고, 또 이게 코트에서 나오다보니 배움의 욕심이 생기더라”라고 말했다.
본래 자신의 특기이기도 했던 패스 능력은 KBL과 잘 맞기도 했다. 야전사령관으로서 스스로 통달한 노하우도 있는지 묻자 그는 “노하우라기 보단 한국농구가 워낙 섬세하지 않나. 아기자기한 수비는 물론이고 변형이 정말 많다. 로테이션도 빨라서 공격하기는 KBL이 제일 힘들다(웃음). 그래서 2대2 플레이를 통해 수비자 위치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이런 흐름에서 패스가 가장 큰 장기가 되지 않나 싶다”라며 웃어 보였다.

“어느 팀이든 다 앞선이 좋더라”라며 긴장감 섞인 미소를 띤 허훈은 “그에 밀리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 우리 팀도 결코 약하지 않다. 자유계약선수(FA)로 (정)성우 형이 왔는데, 아마추어 때부터 보면 성우 형이 농구를 잘했다. 그간 부상 때문에 고생을 해서 그렇지 힘도 좋고, 웨이트도 잘하고, 농구도 잘한다. 데뷔 시즌을 마친 (박)지원이도 자신이 뭐가 부족한지를 깨닫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 우리 앞선도 하나가 돼서 나서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이어 “스피드에서 만큼은 우리 앞선이 쉽게 뒤처지지 않을 거다. 성우 형, 지원이는 물론 (김)윤태 형까지 다들 빠른 선수들이다. 또, 힘까지 좋다. 가끔 우리 가드 넷이 센터로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할 정도로 힘이 충분하다. 결국 뚜껑은 열어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KT가 팀 전체적으로 6강이라는 천장을 깨고 올라가기 위해선 “인사이드가 강해야 한다. 플레이오프는 결국 인사이드 싸움이더라. 지난 시즌은 누구 탓을 하지 싫지만 말이다(웃음)”라며 밝은 미래를 내다본 허훈.
마지막으로 ‘KBL 대표 몸짱’ 허훈에게 차기 시즌, 혹은 더 먼 미래에 KBL에서 뛰었던 선수로서 얻고 싶은 타이틀이 또 있는지 물었다. 마지막으로 허훈은 “가끔 듣는 말인데, 나는 항상 ‘단신용병’이라는 말이 가장 좋았다. 용병이라는 단어 자체가 팀의 제1옵션이라는 뜻으로도 풀이되지 않나. 뭔가 내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상대 팀 입장에선 가장 견제해야 하는 존재가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타이틀 중 하나다. 더 멀리 내다볼 땐 건강하게 오래오래 코트에 서고 싶다. 그 목표를 위해서라도 웨이트 트레이닝은 더 열심히 할 거다. 지금 영환이 형처럼, 어떻게 보면 오래 코트에 서는 게 승자이지 않나 싶다. 꾸준하게 코트를 누빌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다부진 포부를 전했다.

BEHIND STORY | “방심보단 책임감,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프로 데뷔와 동시에 리그의 대표적인 스타가 된 허훈, 그리고 최근 리그에서 가장 핫한 남자가 된 그의 친형 허웅. 두 형제는 올해 오프시즌 그 누구보다 바빴다. 이미 방송계에서 맹활약 중이었던 아버지 허재 전 감독과 함께 방송사, 매거진, 온라인 매체 등을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섭외되면서 역대급으로 정신없었던 두 달간의 휴가를 보냈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가 8월호 커버 모델로 허훈을 선택한 것 역시 6월에 방영됐던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허훈의 스킬트레이닝 장면을 보고 영감을 받은 것이다.
본래 두 형제는 프로 무대에 입성한 이후 형제 맞대결 한 경기만으로도 이슈화되면서 스스로 농구를 알리겠다는 목표를 잡기도 했다. 그러나 급격히 늘어난 미디어 활동을 반겨주는 팬들이 급증한 만큼 선수로서 운동에 소홀해질까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이 역시 관심이 있기에 전해져 오는 시선이었을 터. 허훈도 이런 분위기를 인지하고 있었다.
“최근에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시선에 대한 말을 많이 들었다”라며 입을 연 허훈은 “형과도 맥주 한 잔 하면서 그 얘기를 많이 했다. 우리 형제가 지난 두 달 동안 마치 다른 세상의 삶을 살지 않았나. 팬들이 너무 많이 사랑해주고, 우리를 알아봐주니까 정말 좋았다. 또, 우리를 알아보면서 농구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다른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했다”라고 기분 좋은 감정을 먼저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허훈 개인적으로도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에 바쁜 촬영 일정을 만들어준 팬들의 관심에 대해서는 감사함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허훈은 “나는 원래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는데, 형이 장남으로서 조금 어색해하는 면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휴가 때 삼부자가 방송을 같이 다니면서 어색한 게 없어져 정말 좋다고 하더라. 나도 아버지, 형과 함께 방송하고, 끝나고 밥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게 행복했다. 어머니는 출연 제안은 거절하시고 방송으로만 아들들을 지켜보시는데, 그게 인생의 낙이라고 하시더라. 어머니는 아버지한테 아들들 술 먹이지 말고 방송 잘하고 오라고 응원해주신다(웃음)”라며 가족과 뜻깊은 추억이 쌓여가는 것에 감사해했다.
또한 “형과는 <업글인간> 출연을 통해서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도 했다. 오프시즌 때는 주말마다 만나는데, 형도 정말 열심히 하더라. 몸이 놀랄 정도로 불었다. 형에게도 나에게도 다가오는 시즌이 중요한데, 둘 다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라고 형제의 우애를 잊지 않았다.
이내 허훈은 우려의 시선에 대해 성숙한 자세로 한 마디를 전했다. 이미 본 인터뷰를 읽어 내려온 독자들은 느꼈겠지만, 프로로서의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무장된 허훈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던 것 같다.
“운동을 게을리 할까 걱정하시는 걸 알고 있다. 흔히 말하는 ‘연예인병’이라는 단어도 들어봤다. 근데 우리 서동철 감독님도 얼마 전에 미팅을 하는데 걱정을 많이 하시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도 방송에 출연하면서도 선수로서 할 건 다 했다(웃음). 방송을 많이 나가서 헛바람이 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책임감이 더 생기더라.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데 팬들을 위해서라도 농구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게 맞다.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인기를 받고 있는데, 방심보다는 책임감이 더 생긴다. 그래서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다. 내가 더 잘해서 좋은 모습만 보실 수 있게 하겠다.”
# 사진_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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