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 맑음·BNK 안개·하나원큐 날벼락
[점프볼=최창환 기자] 모두가 다 웃을 수 없는 게 프로의 세계라고 하지만, 올 시즌은 유독 이적생으로 인한 각 팀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유례없는 빅딜, 대형스타들의 이적이 쏟아진 끝에 맞은 2021~2022시즌. 청주 KB가 순항 중인 반면, 부산 BNK와 부천 하나원큐는 힘겨운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 기록은 11월 16일 기준

KB는 오프시즌의 승자로 꼽혔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한 강이슬과 계약기간 2년 연봉 3억9000만 원에 계약, 박지수와 더불어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WKBL에서 독보적 존재로 꼽히는 박지수, 최정상급 슈터 강이슬의 시너지효과는 예상했던 대로 강력했다. KB는 WKBL이 단일리그 체제로 바뀐 후 첫 1라운드 전승을 질주하는 등 개막 7연승,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박지수의 골밑 장악력은 독보적이다. 박지수는 39경기 연속 더블 더블 행진에 제동이 걸렸지만 평균 13.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득점, 블록 등에서도 고르게 기록을 쌓아 공헌도 역시 압도적 1위다.
강이슬도 날개를 달았다. 집중견제를 당했던 하나원큐 시절과 달리 수비가 분산된 가운데 3점슛을 시도하는 등 박지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시즌 초반에 불과하지만, 3점슛 성공률 38%는 최근 4시즌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종종 시도하는 박지수와의 2대2도 KB의 옵션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강이슬의 득점은 예년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평균 2.4어시스트는 2016-2017시즌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강이슬은 “(박)지수가 팀의 1옵션인 것은 분명하고, 지수의 높이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쿼터마다 슛이 터지는 선수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선수들을 살피며 공격하고 있다. 중요한 건 내 슛이 안 들어가더라도 공격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최)희진 언니, (김)민정이가 리바운드, 수비를 잘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강팀 소속으로 뛰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FA 협상을 통해 고향 부산으로 돌아온 강아정 역시 고질적인 발목부상으로 6경기 평균 26분 51초만 뛰었다. 강아정의 출전 시간이 30분 미만인 것은 18분 18초를 뛴 2009-2010시즌 이후 처음이다. 반대로 말해 김한별, 강아정의 출전시간이 점진적으로 늘어난다면 BNK의 반등 여지도 충분하다. 이들은 이미 화력에 있어 검증을 마친 스코어러들이다. 승부처에서 팀을 이끌어줄 베테랑의 부재로 줄곧 하위권에 머물렀던 BNK가 김한별, 강아정 영입에 사활을 걸었던 요인이기도 하다. 실제 김한별은 11월 12일 하나원큐전에서 4쿼터 막판 파울아웃된 진안을 대신해 화력을 발휘,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가기도 했다. 다만, 김한별과 강아정이 예년과 같은 출전시간을 소화하기 전까지 ‘연패-힘겨운 1승’ 사이클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BNK가 향후 누리게 될 베테랑 효과도 기대치를 밑돌 수밖에 없다. BNK의 향후 행보는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 힘든 뿌연 안개와 같은 형국이지만, 반등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드래프트 지명권까지 넘겨주며 김한별을 영입한 BNK의 목표는 꼴찌 탈출이 아니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가시적인 수확을 거둔 팀은 삼성생명이었다. 삼성생명은 비록 김한별을 BNK에 넘겨줬지만, 하나원큐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강유림을 손에 넣으며 보다 젊은 팀 컬러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한 이해란은 원석이지만, 강유림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유림은 7경기 평균 10점 3.4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 젊은 가드진과 함께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강점으로 꼽힌 3점슛도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1라운드 5경기에서 3점슛 성공률 7.1%(1/14)에 그쳤던 강유림은 이후 2경기에서 53.8%(7/13)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11월 11일 KB전에서는 데뷔 후 처음으로 20점 이상(23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신인상 출신인데다 팀도 옮겨 부담이 컸던 것 같다.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던 임근배 감독도 웃음을 되찾았다. 임근배 감독은 강유림에 대해 “하나원큐 시절에는 받아먹는 슛이 많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찬스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KB전을 기점으로 자신감을 찾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냉정하게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유지하면 더욱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하나원큐로선 없는 살림에 도둑까지 든 셈이다. 시즌 개막 전 객관적 전력상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하나원큐는 구슬마저 이탈, 공격의 구심점을 잃었다. 신지현이 집중견제를 당하는 이중고도 겪고 있다. 실제 하나원큐는 68.6점으로 이 부문 5위에 머물러있고 올 시즌 개막 후 가장 늦게 첫 승을 신고한 팀이기도 했다. 그나마도 맞대결 당시 5위였던 BNK를 상대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따낸 신승이었다. 전체 2순위로 선발한 장신 가드 박소희가 꾸준히 경험치를 쌓고 있지만, 아직 시간이 필요한 자원이다. 하나원큐는 6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평균 80실점 이상(80.9실점)을 범한 팀이기도 하다. 신세계 농구단을 인수, 2012-2013시즌부터 구단 역사가 시작된 하나원큐는 첼시 리 사기사건으로 공식 기록이 삭제된 2015~2016시즌을 제외하면 플레이오프에 단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다. 올 시즌 역시 하나원큐에게는 험난한 여정이 예고됐다.

올 시즌에 단연 화제를 모으고 있는 팀은 무패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KB가 아닌 인천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오프시즌에 정상일 감독이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는 악재를 맞았지만, KB의 뒤를 잇는 2위에 오르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엄지, 김애나가 부상으로 이탈했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신선한 충격이다. 그 중심에는 단연 구나단 감독대행이 있다. 구나단 감독대행은 프로선수 경력이 없는 영어강사 출신이라는 이력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실력으로 진가를 증명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구나단 감독대행이 이끄는 신한은행은 11월 10일 우리은행전에서 접전 끝에 67-63으로 승, 2위로 도약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상대에 따라 맞춤형 전략을 세우며 전력 열세, 부상 공백을 최소화하는 게 구나단 감독대행의 플랜이다. 11월 13일 열린 KB스타즈와의 2라운드 맞대결은 구나단 감독대행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난 일전이었다. 구나단 감독대행은 박지수가 피벗을 어느 방향으로 할 때 득점 확률이 높은지, 어느 타이밍에 협력수비를 들어가야 체력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철저히 준비한 후 경기에 임했다. 구나단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박지수가 더블 더블을 못하도록 만들자”라고 지시했고 실제 박지수는 이날 39경기 연속 더블 더블에 마침표를 찍었다. 비록 신한은행은 75-77 석패를 당했지만, 막바지까지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KB와의 재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신한은행은 7경기를 치르는 동안 KB와의 2경기에서만 패했을 뿐, 나머지 팀들과의 경기는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사진_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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