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준구의 불만제로 - 그놈의 ‘한국농구’에서 벗어나려면?

민준구 / 기사승인 : 2021-08-16 14: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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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는 비상식적이다. 모든 일이 상식적일 수는 없지만 특히 한국농구는 매 순간 부정적인 이슈가 생기곤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대신 전해 드립니다”와 같이 한국농구에 대한 불만을 대신 전해주는 「 민준구의 불만제로 」. 첫 번째 시간은 그놈의 ‘한국농구’에 대한 이야기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8월 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놈의 ‘한국농구’가 낳은 결과

2년 전,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이 끝난 후 이대성(오리온)은 “그놈의 ‘한국농구’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대성의 대담한 발언은 이후 한국농구를 잠시 뒤흔들었다. 귀화선수인 라건아(KCC) 역시 “한국농구는 F학점”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만큼 한국농구와 세계농구의 격차는 컸고 25년 만에 1승이라는 결과 만을 안고 쓸쓸히 돌아와야 했다. 세계농구가 많은 변화를 겪는 동안 한국농구는 제자리걸음을 한 결과다. 아시아 내에서의 위상도 바뀌었다. 먼저 남자농구를 살펴보자. FIBA 아시아컵 2회 챔피언인 한국은 2003년 이후 무려 18년 동안 결승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중국과 이란, 그리고 호주가 정상에 오를 동안 결승은커녕 18년 동안 3위가 최고 성적이다. 1960년대, 그리고 한국농구 황금기라 불리던 1990년대에 한 번씩 정상에 섰지만 이후 결승조차 오르지 못하는 B급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2014년 인천대회 때 정상에 오르며 국내 스포츠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지만 타지에서의 우승은 1982년 뉴델리 대회가 유일하다. 월드컵, 그리고 올림픽 등 메가 이벤트에서의 성적은 더욱 형편없다. 월드컵에선 2014년, 2019년에 출전해 세계농구의 벽을 크게 체감했음에도 변화는 없었다.

‘한국농구가 변해야 한다’는 말 뿐이었다. 올림픽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소식이 끊긴 지 오래다. 여자농구는 그나마 국제대회에서의 선전으로 남자농구보다는 눈에 띄는 실적을 쌓고 있다. 호주, 일본, 그리고 중국으로 이어지는 상위 3개국과의 전력 차는 분명 눈에 띄지만 2008 베이징 대회 이후 올림픽 진출에 성공하며 간신히 자존심을 세웠다. 그러나 올림픽 진출 외 여자농구가 남자농구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젊고 기량 좋은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지만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중고농구가 눈에 띄는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수많은 프로 선수를 배출한 분당경영고는 선수 부족 문제로 2021시즌 단 한 번의 대회 출전도 이루지 못했다. 여전히 30대 초중반 선수들이 프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으며 박지수, 박지현 등 대표적인 선수들을 제외하면 20대 선수들 중 대부분이 벤치를 지키고 있다. 마치 멋진 상체를 자랑하는 사람이 부실한 하체를 가진 것과 같다. FIBA는 이런 여자농구에게 도쿄올림픽 파워랭킹 꼴찌라는 현실적인 위치를 알려줬다.

세계농구와 한국농구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부정 없는 현실이고 또 사실이다. 그놈의 ‘한국농구’가 통하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 세계농구는 물론 아시아 농구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하치무라 루이(워싱턴), 와타나베 유타(토론토), 그리고 바바 유다이(멜버른) 등 NBA 및 NBL 리거들이 등장한 일본은 현재 한국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 필리핀은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지난 아시아컵 예선에서 한국에 2패를 안겼다. 그놈의 ‘한국농구’가 낳고 있는 결과는 실망스러울 뿐이다.  

그놈의 ‘한국농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한국농구 쇠퇴의 가장 큰 이유는 대단한 자아도취에 있다. 과거 농구대잔치와 같은 황금기에 젖어 살고있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우리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보다 더 거꾸로 가는 것일 수도 있다. 과거 아시아 정상에 가까웠던 한국농구, 그리고 그 시스템이 현시점에도 이어지고 있다. 즉 20년 전에 통했던, 그리고 20년 전에 가능했던 농구를 지금까지 하고 있으니 세계농구에 발을 맞춰 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나마도 ‘한국농구’에서 벗어나 도전에 나섰던 이들은 ‘겉멋이 들었다’, ‘어차피 실패할텐데 뭐하러 나가느냐’며 외면을 받기도 했다. 과거에 비해 해외 무대 도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다. 데이비슨대에서 착실하게 기량을 성장시키고 있는 이현중에게도 “에이 무슨 NBA를 간다고…주접떨지 말고 얼른 한국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꽤 있었다. 이번 아시아컵·올림픽 예선에서 대표팀의 주포 역할을 한 이현중의 모습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현 시점에서 한국농구의 고전적인 틀을 깨고 변화를 주도하는 선수들이 있다는 것은 변화에 둔감하고 ‘한국농구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보수적인 성향의 한국농구에 반가운 일이다. 브리검영대(하와이 분교)를 졸업한 이대성을 중심으로 미국 NCAA 디비전Ⅰ 데이비슨 대학에서 활약 중인 이현중, 호주프로농구(NBL)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여준석, 그리고 일본 B.리그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 중인 양재민 등이 있다.

이들의 리더 격인 이대성은 한때 그놈의 ‘한국농구’를 벗어나 변화와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선수다. 그의 G리그(NBA하부리그) 도전은 대표적인 사례다. 경기 운영에만 초점을 맞춘 옛 포인트가드의 개념을 깨고 본인이 주도적으로 공격을 펼치며 경기를 만들어 가면서 자신만이 가진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대성은 2년 전 월드컵 이후 “월드컵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려는 농구가 세계무대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 우리도 더 과감해져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올림픽예선에서 대표팀이 늘 그랬듯이 세계농구의 벽에 쩔쩔매고 있을 때 그나마 자신의 기량을 뽐낸 선수는 이대성, 라건아, 이현중, 여준석 등 해외에서 농구를 배운 이들이었다. 특히 베네수엘라와의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3쿼터는 한국농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베네수엘라는 남아메리카에서 오랜 기간 전통적으로 저력을 드러내 온 팀이다. 그들을 상대로 이대성은 과감한 림어택을 통해 상대의 수비를 흔들었고 이현중의 속공 3점슛 시도 등 허를 찌르는 신속한 공격은 신선한 장면이었다. 결과적으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한국농구 틀에서 벗어난 이들의 활약은 잠시나마 ‘우리가 이길 수도 있겠다’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가 된 이현중과 여준석의 아시아컵·올림픽 예선 활약은 깊은 메시지를 전했다. 두 어린 선수는 이른 시기에 호주 농구 유학을 다녀왔고 이현중의 경우 본인보다 더 높은 레벨의 선수들과 경쟁하며 기량을 키웠다. 여준석은 초고교급 레벨임을 증명하며 대표팀에 활력소가 됐다. 두 선수가 인상적이었던 건 첫 국가대표였음에도 본인들의 플레이를 부족함 없이 보여줬다는 것이다. 국제대회라는 큰 중압감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았으며 저돌적으로 부딪쳤다.

 

 

한국이란 우물을 벗어나 세계 최고의 유망주들이 모인 NBA 글로벌 아카데미에서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되었을 것이다. 이현중은 NCAA 디비전Ⅰ에서 키운 경쟁력을 통해 흔들리지 않고 본인들이 해야 할 역할을 잘 해냈다. 그는 라건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평균 득점(14.5점)을 올렸다. 중요한 것은 이들과 같은 선수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마인드 변화, 지도자들도 바뀌어야 

 

한국농구가 점점 발전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최대 근거는 바로 선수들의 마인드 변화다. 스스로 휴가를 반납하고 몸 관리에 나서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리그 종료 후 휴가 기간 내내 놀고 마시고 즐기다가 망가진 몸으로 팀 훈련에 나선 선수들이 태반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휴식기간에도 개인트레이너를 고용해 몸 관리를 하고 스킬 트레이닝, 나아가 픽업게임까지 하는 일이 늘어나는 추세다. 오프시즌에 나이트클럽을 전전하고 강남 일대 술집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시던 농구대잔치 세대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시즌 종료 후 60일 의무 휴가’ 기간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시간이 됐다. 프로 구단 코치들은 입을 모아 “선수들이 휴가 기간에도 일찍 몸을 만들어 온다면 굳이 오프시즌을 일찍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처럼 늦은 시기에 소집, 당장 시즌 준비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라면 말이다. 현재의 변화는 긍정적이다. 예전과는 분명 다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들의 말처럼 과거 전설의 음주 대결과 같은 이야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애써 만든 몸을 망치지 않기 위해 음주는 최대한 피하고 있다. 그놈의 ‘한국농구’를 벗어나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프로 선수들의 마인드 변화로 큰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어린 시절부터 더 높은 곳을 향하기 위해 도전하는 흐름도 이어져야 한다. 조기 프로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도 크게 늘었다. 점점 퇴보하고 있는 대학농구에 머물기보다는 이른 시기에 프로로 진출해 기량 발전을 도모하는 선수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KBL 최초의 고졸MVP 송교창(KCC)의 성공이 이를 부추겼다. 대학 4년을 모두 채우지 않은 채 일찍 프로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확 늘었다. 특히 2020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제물포고를 졸업한 차민석이 1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고졸 선수가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을 받은 것은 KBL 역사상 차민석이 처음이다. 이외에 KBL과 IMG 아카데미의 합작품인 삼일상고 이주영, 제물포고 구민교는 2개월간의 미국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들은 또 다른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아쉬운 점은 지도자들의 태도다. 너나 할 것 없이 여전히 ‘한국농구가 가장 잘 가르친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다. 그래봐야 한국농구는 세계 30위 수준인데 말이다. 선수-지도자 관계가 수직적인 한국농구에서 선수들의 인식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도자들의 변화다. 대부분의 국내 중·고교 지도자들은 교육체제가 바뀌면서 ‘훈련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한다. 10~20년째 자신의 훈련 프로그램을 바꾸지는 않은 채 말이다. 훈련 시간이 짧다면 그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으로 변화를 가져간 지도자가 몇이나 될까? 과거와 같이 운동에만 전념 할 수 있도록 교육체제가 다시 바뀐다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연습경기만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훈련 프로그램이 몇 개 되지 않으니 마냥 연습경기만 잡아놓고 선수들의 실수가 나오면 “똑바로 안하느냐, 정신 안차리지?”라고 호통이나 칠 것이다. 안 봐도 비디오다. 훈련 시간, 연습경기가 능력 없는 지도자들의 스트레스 풀이 시간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한국 아마추어 농구의 현실이다. 단숨에 한국농구대표팀의 주포가 된 이현중이 국내 대학에서 농구를 배웠다면 지금의 기량이었을까?

‘국내 지도자 중 누구의 주량이 가장 쎈가?’라는 질문에는 곧바로 대답이 나오지만, ‘농구를 누가 가장 잘 가르치는가?’라는 질문에는 특정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 술 마실 궁리 그만하자. 당신들이 여전히 한국농구의 제자리걸음에 한몫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내 지도자들이 ‘그래봐야 1대1 농구’라며 그렇게 무시하는 미국농구 지도자들은 적어도 ‘누구랑 술을 마실까’하는 고민을 할 여력이 없다. 농구만 생각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G리그 그랜드 래피즈에서 코치 생활을 한 삼성의 김효범 코치는 과거 인터뷰에서 “미국농구가 굉장히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코치들이 주어진 룰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쉬는 시간 없이 감독을 만족시키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실패가 따른다.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와 지도자들이 모인 미국은 매 순간이 경쟁이다. 또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늦은 밤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영상을 보고 또 본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 준비과정이다. 국내 지도자들이 술을 마시고 있을 그 시간에 말이다. ‘요즘 선수들은 체격만 좋지 농구를 못한다’는 말을 하기 전에 본인들이 농구를 못 가르치는 현실을 직시하고 체격 좋고 농구도 잘하는 선수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연구해야 할 때다. ‘그놈의 한국농구’ 타령 이제 그만하자.  

BONUS ONE SHOT_협회&연맹, 지갑을 열고 기회를 제공해야

협회와 연맹의 존재 의미는 한 국가의 농구 시스템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전제부터 시작된다. 도전을 원하고 경쟁을 원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그들은 지갑을 열고 기회의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작은 국제 컵대회를 열어 A매치를 정기적으로 가져야 한다. 농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인기를 끌어올린다는 원초적인 이유를 떠나 선수들이 국제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를 주기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연맹 역시 마찬가지다. 다국적 대회가 될 것이라 예상했던 KBL 컵대회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KBL 10개 구단 및 상무 만이 참가하고 있다.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여러 대항전을 통해 서로의 실력을 겨루고 있다. 지도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FIBA 강습회 이상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에서 외국 지도자 한 명에게 배우는 것이 아닌 직접 미국, 또는 유럽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틀을 깨야 한다. 형평성, 공평함 등 과거 20세기 감성에서 벗어나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현재의 기준으로 발전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사진_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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