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준호‧이종현‧이도윤 삼부자 “농구하는 가족, 여기 또 있습니다”

강현지 / 기사승인 : 2020-12-13 14: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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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강현지 기자] 무엇이, 어디가, 똑같을까♬. ‘눈, 코, 입’을 복사해서 붙여넣기 해 둔 삼부자(三父子)가 여기 있다. 농구대잔치 시절 기아자동차에서 선수생활을 한 이준호 씨는 큰 아들을 얻어 농구선수로 키웠다. 장남 이종현(현대모비스)은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막내 아들 이도윤도 최근 농구공을 잡았다. 형에 견주면 지금은 작은 신장이지만 농구공을 통통 튕기며 형을 이겨보겠다고 덤빈다. “형보다 한 골 더”를 외치는 막둥이의 불타는 승부욕에 형은 동생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부친 이준호 씨와 꼭 닮았다.

※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1월호에 게재된 글이며, 인터뷰는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개막 전에 이뤄졌음을 알립니다.

이종현&이도윤의 더블캐스팅
“제가 항상 메인으로 인터뷰를 하다가 도윤이 덕분에 같이 인터뷰 할 기회가 생기네요(웃음).” 팀 훈련을 마치고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이종현의 말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해 연령별 청소년대표팀, 이를 넘어 성인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이준호 씨 집안에서는 장남 이종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날이 더 많았다.

이번 인터뷰는 다르다. 이종현과 상반된 매력을 가진 막내 이도윤이 그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갔다. “형과 함께 국가대표가 되고 싶고, 형보다 더 득점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라며 욕심을 보인 이도윤은 이제 삼선초 5학년이다. 올해로 농구선수 1년차를 맞이한 이준호 씨의 막내 아들이자 이종현의 막둥이 동생이다.

KBL의 2020-2021시즌 개막을 앞둔 어느 날. 평소 같았으면 개막 준비하느라 시간을 내기 어려울 수 있었지만 동생, 아버지와 함께하는 인터뷰라는 말에 이종현은 쉬는 시간을 쪼개 한 걸음에 달려왔다. 주연이 아닌 더블 캐스팅, 형제가 같이 인터뷰를 하게 되면서 그는 동생을 주연으로 내세우며, 조연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목마를 태우는 그림도 척척해냈다.

“매일 제가 메인이 돼서 인터뷰를 하다가, 동생 덕분에 가족과 좋은 추억을 하나 더 만들고 좋은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많이 놀아주고 했는데, 잘 커서 농구까지 하고 있네요. 신기한 것 같아요.”

이종현보다 15살이나 어린 이도윤은 1년 전, 고양 오리온의 유소년 농구 교실에서 취미로 농구를 시작했다. 그러다 실력을 키우기에는 주 1회가 짧아 최근 삼선초로 전학을 가서 본격적으로 엘리트 농구부 생활을 시작했다. 이제 막 백지장에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이종현은 “귀엽죠~”라고 말하며 동생을 바라봤다. “아직까지 제 눈에는 아기 같은데 키는 점점 크고. 얼굴은 아직도 애기거든요. 또 아기 때 같이 놀아주기도 하고, 앞으로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더 이상할 것 같아요.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볼 때 이런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막둥이를 바라본 이종현이 아빠 미소를 지었다.

보고만 있어도 훈훈한 형제 케미스트리를 선보이는 두 아들의 아버지는 이준호 씨다. 이준호 씨는 과거 실업팀 기아자동차에서 센터로 활약한 바 있다. 기아자동차는 울산 현대모비스의 전신이다. 여기에 이준호씨는 유재학 감독의 3년 후배로, 기아자동차에서 함께 뛰었다. 선배가 지휘봉을 잡은 팀에 아들이 제자로 입단한 것이다.

이준호 씨는 “종현이의 경우는 제가 연예인 농구단 감독을 하면서 농구를 접하게 됐어요. 그렇게 농구를 하게 된 케이스고, 도윤이는 고양에서 오리온 유소년 농구단에서 시작했어요. 또래에 비해 신장이 월등히 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뱃속에 있을 때부터 농구장에 다니고, 태교를 농구로 했죠. 형의 경기도 보러 다니고”라고 말하며 아들 둘의 시작점을 되돌아봤다.

두 형제가 15살이나 터울이 나다보니 그때와 지금의 농구도 다르다. 이준호 씨가 실업선수 생활을 했던 기아자동차 시절은 요즘 말로 ‘대과거’다. 그때 센터였던 이준호 씨가 3점슛을 던진다는 건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을 테니 말이다. “사실 종현이 때만 해도 강압적으로 훈련을 하던 때가 많았어요. 또 종현이는 커서 국가대표가 됐으면 하고, 그런 신념으로 뒷바라지를 했죠. 하지만 지금 막내 때는 다르죠. 자율적으로 훈련을 하고, 사실 도윤이가 또래에 비해 신장이 작잖아요. 지금은 일단 농구를 좋아하니까 시켜보는건데, 잘 할 것 같긴 해요(웃음). 욕심도 있고, 투지를 가진데다 야무지기까지 하거든요”라고 두 아들의 농구 시대에 대해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종현은 허웅(DB)와 허훈(KT) 형제를 이야기했다. “제가 대표팀에 같이 있어봤잖아요. 저랑 동생을 보면 웅이 형과 훈이 스타일과 비슷한 것 같아요. 장남에 차남이잖아요. 성격도 딱 그런 것 같아요”라고 설명을 곁들였다.

어머니 이은주 씨는 “큰 애와 막내가 성격이 달라요. 종현이가 섬세하다면 막내는 남자 같은 성격에 리더십도 있어요. 개성도 강하고요. 종현이는 옷을 입혀주는 대로 입었다면, 도윤이는 그렇지 않아요”라며 아들의 차이점을 전했다. 본인을 잘 모르는 점프볼 독자들에게 인사를 부탁하자 도윤이는 “삼선초등학교 5학년 이도윤입니다. 가장 자신있는 건 슈팅이에요. 또 게임하는 걸 좋아해요”라고 당차게 인사했다.

한 팀에서 국가대표로 뛰자
이제 막 농구를 시작한 도윤이의 꿈은 국가대표. 또 형과 한 팀에서 뛰는 꿈을 꾸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준호 씨는 “딱 김주성과 이종현의 나이 터울”이라며 형제의 꿈을 응원했다. 아버지의 말대로 도윤이가 야무지긴 하다. 이를 들은 이도윤은 “형과 대표팀에서 같이 뛰면 좋을 것 같아요. 또 형을 한 번 이기고 싶어요. 무조건 이길거예요. 지금은 나이차에 체격차까지 힘들 수 있는데, 꼭 이길거예요”라며 승부욕을 드러냈다. “형보다 무조건 득점을 더 많이 넣을 것”이라며 남다른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같은 그림을 그려본 이종현은 “그럼 정말 신기할 것 같아요. 그때 쯤이면 제가 서른 중반? 쯤 될거 같아요. 도윤이가 프로 조기 진출을 하고, 제가 (함)지훈이 형쯤 되어 있을 때 일 것 같은데, 제가 더 잘해야죠(웃음). 또 도윤이는 더 잘하는 상태로 프로 무대에 들어와야 하고요. 전 이미 들어와 있으니”라며 웃어 보였다.

이제 막 운동을 시작한 도윤이는 앞으로 더 많은 훈련을 통해 성장해야 하고, 형인 이종현은 건강한 몸을 되찾아 본격적으로 팀내 주전 경쟁을 해야 한다. 올 시즌 현대모비스에는 주장 함지훈에 새로 이적한 장재석과 NBA 경력자인 외국선수 숀 롱까지. 경험 많은 선배들이기도 하지만, 또 내부 경쟁자이기도 하다.

장남인 이종현은 두 번의 큰 부상을 겪고 올 시즌부터는 건강을 되찾아 기지개를 켜려고 한다. 이종현은 지난 2016년 10월, 프로무대에 입성했다. 프로 데뷔 이전부터 월등한 피지컬, 농구 센스까지 갖춰 꾸준히 청소년대표팀부터 길을 밟아 한국 농구의 최고 유망주로 불렸다. 12년만에 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차례 큰 불의의 부상 이후 누구보다도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아시안 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특례를 받았지만, 이로 인해 벌었던 시간을 그대로 흘러 보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부상으로 재활 또 재활, 사실 코트밖에서 시간을 가장 아쉽게 보냈던 건 이종현 자신이다.

이준호 씨는 “정말 2년간 우울했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었죠. 부모 입장도 마찬가지 아니겠어요”라며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 “어쨌든 부상을 털고 복귀를 했는데, 종현이는 이제 막 농구를 알아가는 시기가 아닌가 해요. 2년동안 슬럼프를 겪고, 힘들어 하면서 개인적으로 생각도 많이 하고, 성숙해진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받아들이는 자세가 달라요. 어렸을 때는 잔소리로 듣더니 지금은 제가 운동을 했고, 그걸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어느 정도 뜻을 이해하더라고요.”

비온 뒤 맑음이라고 했던가. 이종현은 그 어떤 말보다 올 시즌 행동으로 보여주며 아쉬움을 지울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고라고 할 정도로 큰 부상이었어요. 지금에서야 이야기 하지만, 정말 힘들었거든요. 저 때문에 가족들이 고생이 많았고요. 본의 아니게 병원에도 있고(웃음).” 이종현은 그간 자신의 농구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올 시즌 ‘이종현이 돌아왔구나’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오, 안 죽었네~’ 이런 말이요. 그럼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을 보여줄 준비가 됐어요.” 이종현은 이렇게 말하며 “그런 모습을 보여줄 준비가 됐어요. 정말 안 좋은 일도 많았는데, 제가 잘 돼서 다큐멘터리 만들면 재밌을 것 같지 않으세요?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꼭 성공해야죠.”

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도윤이에게 “본인은 언제 가장 훈련이 힘들었냐”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이준호 씨도 “얼마 전에 본인이 농구를 왜하는 지 모르겠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다시 재미를 붙여서 하고 있는데…”라고 거들었다.

“트랙을 뛸 때 정말 힘들어요.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라며 도윤이가 울상을 짓자 지켜보던 이종현이 말을 덧붙였다. “저는 이런 생각을 매일 했던 것 같아요(웃음). 최근에 도윤이를 학교에 한 번 데리러갔는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깐 어휴, 그 모습은 또 못 보겠더라고요. 짠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아마-프로를 막론하고 농구가 열리면 어디든 달려가는 점프볼에게 부탁도 했다. 이종현은 “동생 사진을 카카오톡에도 올려두고, SNS에도 올리고 하는데, 도윤이를 많이 찍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꺼보는 느낌이랑 또 다르더라고요. 제껀 그냥 훑어보는데, 동생껀 여러번 보거든요. 부탁드려요”라고 말하며 동생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긴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건강하게 돌아온 이종현, 비상 준비 완료
올 시즌 이종현은 백 마디의 말 대신 행동으로 그가 복귀했다는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 2년간 부상으로 코트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이종현은 변명을 대신해 그가 뛰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려 한다.

사실 이종현은 최근 몇 년 사이 두 차례 구단과 연봉협상을 벌이면서 마찰음을 내기도 했다. 기록과 연봉으로 가치 평가를 받는 ‘프로’이기 때문에 이종현 역시도 구단에 의견을 강하게 내세웠을 뿐이다. 어디에서든 인정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오랜 시간 줄다리기를 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이종현은 올 시즌 빨리 구단과 연봉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올 시즌 그의 보수총액은 1억원(연봉 8천만원, 인센티브 2천만원). 2019-2020시즌에 비하면 44.4% 삭감된 금액이다.

올 시즌 울산 현대모비스는 우승의 영광을 함께해 온 양동근이 은퇴를 결정하면서 리빌딩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비시즌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장재석, 기승호, 이현민, 김민구 등 대어는 물론이고 알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발판도 다졌다.

그간 국내 라인업에서는 포스트를 함지훈 홀로 지킨 상황에서 건강한 이종현, 여기에 대어 장재석이 합류하며 현대모비스는 포스트를 든든하게 구축했다. “저 역시도 든든해요”라고 자신감을 표한 이종현은 “포스트는 물론 슈터진도 든든해요. (양)동근이 형이 없긴 하지만, (서)명진이도 성장 했어요. 능력 있는 선수들까지 합류해 재밌는 시즌이 될 것 같아요”라고 2020-2021시즌 팀의 리빌딩에 청신호를 켰다.

올 시즌 건강함으로 전 경기 코트를 밟고 싶다는 이종현은 “건종현(건강한 이종현)의 모습을 보여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우승도 해보고 싶고요. 54경기 모두 뛰고 싶은데, 올 시즌에는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기억…나니
사실 이종현의 농구선수 성장기는 점프볼에서 꾸준히 다뤄왔다. 2010년 1월호, 점프볼 10주년 특집호에서 한국농구를 짊어져 나갈 특급 고교 유망주로 처음으로 이종현은 처음으로 표지 모델이 됐다. 이후 점프볼은 휘문고, 고려대를 거쳐 프로 무대에 입문하기까지, 또 그의 국가대표 선발의 순간도 담았으며, 이준호-이종현 부자는 점프볼 2010년 3월호에 인터뷰를 함께 진행한 바 있다.

이종현은 당시 한국 농구의 센터 계보를 이을 차세대 스타라고 평가됐다. 신체조건은 물론 상대에 따라 플레이에 변화를 주고, 경기 운영 능력까지 보강하며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 아직까지 이종현이 날개를 펼칠 날은 무궁무진하다. 국내 선수 중 최고령 타이틀을 달고 은퇴를 한 KBL 이창수 분석관은 훅슛 하나를 무기로 오랜 시간 코트를 누벼왔다.

기록의 사나이 주희정, 현대모비스의 심장 양동근 등은 주특기 하나에 성실함이 더해지면서 프로무대에서 주목받았고, 결국 KBL 역사에 한 획을 그으며 KBL 레전드로 남았다. 이종현 역시 축복받은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지 않았나. 또 이종현은 경복고 3학년 시절에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을 위한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었고,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이력도 갖고 있다.

그도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어머니 이은주 씨는 “다 잘하고 있어요, 우리 종현이. 부상 없이 앞으로는 더 잘할 거예요”라고 웃어보이며 아들을 격려했다. 이종현은 “저 때문에 우리 가족들이 힘들었는데, 이젠 저 덕분에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할거예요. 행복합시다”라고 든든한 말을 전하며 부모님, 동생을 바라봤다.

삼부자의 프로필
이준호_ 1966년 3월 14일생, 197cm, ~1996 기아자동차
이종현_ 1994년 2월 5일생, 203cm, 경복고-고려대-울산 현대모비스- 고양 오리온
이도윤_ 2009년 3월 4일생, 158cm, 삼선초


# 사진_ 박상혁 기자, 점프볼 DB

점프볼 / 강현지 기자 kkang@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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