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용인 삼성생명의 V6, 타임라인으로 돌아보는 우승 스토리

민준구 / 기사승인 : 2021-04-24 12: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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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용인 삼성생명은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청주 KB스타즈를 꺾고 창단 6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승률 50%도 되지 않은 정규리그 4위가 만든 드라마였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끝은 창대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였다. 그래서 준비했다. 삼성생명의 이번 시즌 이야기를 타임라인으로 담아봤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4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1. 2020년 10월 11일 vs. 부산 BNK
<뉴 페이스 김단비의 커리어 하이 게임>

삼성생명은 지난해 여름 하나원큐로 떠난 양인영의 이적 보상으로 포워드 김단비를 선택했다. FA 영입이 없었던 그들에게 유일한 전력 보강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삼성생명의 농구를 다채롭게 만들 재료였다. 임근배 감독 역시 “이번 시즌을 통해 확실히 자리 잡았으면 한다”라며 크게 기대했다.

김단비는 시즌 첫 경기부터 삼성생명이 건 기대에 120% 보답했다. 2쿼터와 3쿼터에 각각 14, 12득점을 쏟아부으며 커리어 하이 29득점을 기록했다. 3점슛은 무려 6개. 9개의 리바운드, 3개의 어시스트는 김단비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뉴 페이스의 활약에 삼성생명 역시 BNK를 97-87로 꺾고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김단비의 활약은 교정된 슈팅 자세에서 나왔다. 삼성생명 이적 후 임근배 감독에게 슈팅 자세에 대한 교정을 받았고 이는 대성공이었다. 김단비는 “그동안 손이 림을 가려 정확하지 않았다면 손가락을 2개 정도 빼는 자세로 바꿔 전보다 더 편해졌다. 임근배 감독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하니 더 편해졌다”라며 공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김단비의 첫 경기 활약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김단비가 플레이오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말이다.

#2. 2020년 12월 3일 vs. 인천 신한은행
<박하나 is Back>

1라운드 맞대결에서 신한은행을 꺾었던 삼성생명. 그들은 중위권 경쟁의 최대 라이벌 신한은행을 다시 한 번 만나게 된다. 첫 경기에서 90-65로 대승을 거뒀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신한은행은 2연패를 하고 있었던 만큼 삼성생명 전 승리가 절실했다. 또 필사적이었다. 정상일 감독이 파울 콜에 대한 항의 끝에 퇴장 당할 정도로 이 경기의 중요성을 몸으로 어필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에는 돌아온 에이스 박하나가 있었다. 지난 시즌 치명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11경기 출전에 그쳤던 그는 혹독한 비시즌 훈련을 소화하며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FA 계약 과정에서 진통은 있었지만 백의종군을 선택했다. 마음의 짐을 덜어낸 박하나는 더욱 날카로웠고 신한은행의 수비를 무너뜨리며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

박하나의 이날 기록은 21득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 삼성생명은 박하나 포함 무려 5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78-63, 대승을 거뒀다. 박하나는 “마음이 급했다. 무언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생각이 많았다. 그래도 내 리듬, 타이밍대로 던지려 노력했다. 강한 상대였고 또 중요한 경기였던 만큼 긴장도 됐지만 잘 이겨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이 승리로 5승 5패, 단독 3위로 올라섰다. 최대 경쟁자를 상대로 얻은 승리, 그리고 박하나의 부활로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렸다.

#3. 2020년 12월 31일 vs. 부산 BNK
<삼성생명의 미래는 밝다!>

인프라가 열악한 여자농구는 주전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주전급 선수들의 경우 대부분 30분 이상 평균 출전시간은 물론 40분 풀타임 출전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주전 선수들과 벤치 멤버들의 기량 차이가 크다는 점이 혹사 논란을 잠재우는 하나의 장치가 된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벤치 멤버들에게 꾸준한 기회를 주며 성장시킬 줄 아는 팀이다. 오랜 시간 여러 젊은 선수들을 주전급 자원으로 성장시켰으며 이번 시즌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BNK와 4라운드 맞대결은 삼성생명의 ‘화수분 농구’를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기회였다. 몸 상태가 좋지 못했던 박하나, 그리고 부상 중이었던 김한별을 대신해 젊은 선수들이 오랜 시간 코트를 지켰다.

프로 1~2년차 트리오인 신이슬, 이명관, 조수아가 새로운 에너지를 몰고 온 것이다. 임근배 감독은 비시즌부터 어린 선수들이 정규 로테이션 멤버가 될 수 있도록 혹독하게 조련했다. 그리고 그 결실을 맺었다. 신이슬이 11득점, 이명관이 14득점을 기록하며 BNK를 81-69로 꺾었다. 조수아는 2득점에 그쳤지만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2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을 추가했다.

당시 임근배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잘해줬기에 주축 선수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이)명관이는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잘 성장해주고 있다. (신)이슬이의 경우 처음에 조금 헤맸지만 공격력이 워낙 좋기 때문에 잘 해낼 거라고 생각했다. (조)수아는 가진 게 많은 만큼 천천히 지켜볼 생각이다”라며 기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때는 몰랐을 것이다. 이 어린 선수들이 중요한 순간에 어떤 역할을 할지 말이다. 삼성생명의 화수분 농구는 결국 최고의 결과를 내는 데 있어 큰 요소가 됐다.

#4. 2021년 1월 17일 vs. 청주 KB스타즈
<김한별, 박하나의 연쇄 부상>

챔피언결정전 우승 직후, 임근배 감독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4라운드라 꼽았다. 5경기 2승 3패. 5할 승률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임근배 감독은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 팀을 이탈한 김한별과 박하나의 부상을 떠올렸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신한은행과 힘겨운 3위 싸움을 진행 중이었다.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려 했지만 주축 선수들의 연쇄 부상으로 모든 계획이 무너지고 말았다. 김한별은 이미 슬개골, 고관절 근육 부상으로 오랜 시간 전력에서 이탈해 있었다.

가장 큰 타격은 박하나의 시즌 아웃이 아니었을까. 무릎 부상에도 재활을 선택해서 본인의 건재함을 알리고 싶었던 박하나였지만 결국 상태가 악화됨에 따라 잔여 일정 출전이 어려워졌다. 임근배 감독은 “장기 부상은 아닐 것이다. 금방 돌아올 것같다”라고 말했지만 이후 “플레이오프조차 뛰기 힘들지도 모른다”라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모두가 슬퍼했다. 박하나가 이번 시즌을 어떤 마음으로 치르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하나는 이번 시즌 삼성생명의 확실한 득점원으로서 개인 최다 3점슛 기록을 세울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에 박하나의 시즌 아웃 소식은 너무도 아쉬웠다.

주축 선수 두 명이 이탈한 삼성생명은 KB스타즈와 4라운드 경기에서 67-72로 패했다. 이때 패배는 단순한 1패가 아니었다. 바짝 쫓고 있었던 신한은행이 결국 단독 3위 자리를 가져간 이후 패배였다. 삼성생명은 이후 3위 탈환을 노렸지만 끝내 최종 4위로 정규리그를 마무리하고 말았다.

#5. 2021년 3월 3일 vs. 아산 우리은행
<4강 PO 3차전 : 부진의 꼬리 끊어낸 주장>

삼성생명의 정규리그는 사실 만족할 수 없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3위 경쟁에서 밀렸으며 5할 승률 역시 맞추지 못했다. 정규리그 종료 직전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지만 그들은 플레이오프에서 언더 독이었다. 특히 정규리그 1위에 오른 우리은행과 플레이오프 맞대결은 전패 탈락으로 끝날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나, 삼성생명은 1패 후 1승을 거두며 최종전까지 끌고 왔다. 그리고 마지막 3차전에서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주장 배혜윤이 부활했다. 사실 배혜윤의 후반 라운드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허리 통증이 발목을 잡았다. 부진은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졌다. 1차전 4득점, 2차전 7득점으로 침묵했다. 높이가 낮은 삼성생명 입장에서 배혜윤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미래 역시 불투명했다.

위기 속에 영웅이 나타난다고 했던가. 배혜윤은 3차전에서 누가 그랬냐는 듯 부진을 털고 일어섰다. 16득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2블록을 기록하며 우리은행의 골밑을 지배했다. 그의 활약에 삼성생명 역시 64-47, 17점차 대승을 거두며 당당히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획득했다. 배혜윤은 “모두가 우리의 탈락을 예상했기에 오히려 부담이 없었다. 후반 라운드 당시 팀과 나의 부진은 맞춰가는 과정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준비를 잘했고 또 얻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은행을 꺾을 수 있었다”라며 성숙한 답을 내렸다. 1차 삼성생명의 난은 이렇게 대성공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6. 2021년 3월 9일 vs. 청주 KB스타즈
<챔피언결정전 2차전 : 수백만 번 연습해온 슛이다>

김한별의 하드 캐리로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삼성생명. 그러나 김한별의 손목과 바꾼 1승이었다. 2쿼터 도중 상대 선수와 충돌로 인해 큰 통증을 호소한 김한별. 삼성생명은 이 사실을 극비에 부쳤고 김한별 역시 2차전에 정상 출전했다.

기선제압 당한 KB스타즈는 완강하게 저항했다. 허예은의 깜짝 활약과 강아정의 신들린 3점슛은 삼성생명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1차전에 30득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게임을 펼친 김한별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손목 통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슈팅 모션을 갖출 수 없었고 성공률 역시 크게 떨어졌다. 윤예빈과 배혜윤, 김보미의 활약에 승부는 간신히 연장까지 이르렀다.

무려 3명의 선수가 파울 아웃을 당할 정도로 육탄전을 펼쳤던 삼성생명. 수차례 위기를 맞이했지만 KB스타즈 역시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고 끝내 마지막 원 포제션 싸움에서 승부가 갈렸다. KB스타즈에는 심성영의 본 헤드 플레이가 치명타였다. 83-82로 앞서 있었지만 볼을 지키는 것이 아닌 돌파를 선택하며 결국 트래블링을 범했다.

삼성생명에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마지막 공격은 당연히 김한별의 차지였다. 박지수와 일대일 상황. 김한별은 과감히 돌파했고 중심이 무너진 박지수를 뚫고 끝내 멋진 위닝 훅슛을 성공, 84-83 극적인 역전 승리를 이끌었다.

김한별은 “(박)지수의 높이를 감안, 그동안 높은 궤적의 훅슛을 연습했다. 손목 통증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다. 볼이 정말 천천히 날아가는 듯 보였다. 다행히 림을 통과했고 그 순간 승리를 확신했다”라고 회상했다. 유명 만화 「슬램덩크」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다. 서태웅이 눈을 다친 상태에서 아예 두 눈을 감은 채 자유투를 성공시킨 뒤 “수백만 번 연습해온 슛이다”라고 말한 것. 김한별 역시 손목 통증이 있었지만 연습을 통해 얻은 감각으로 멋진 위닝 득점을 성공시켰다. WKBL 최고의 선수를 무너뜨리고 얻은 귀중한 승리, 어쩌면 미래에 있을 샴페인 파티의 복선이기도 했다.

#7. 2021년 3월 15일 vs. 청주 KB스타즈
<챔피언결정전 5차전 : 자율농구의 꽃이 피다>

삼성생명, 그리고 임근배 감독이 그토록 추구하던 자율농구란 무엇이었을까. 수년간 모두가 궁금해하던 그 농구를 우리는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김한별은 “우리의 자율농구는 훈련이 아닌 경기 안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 그리고 다음 플레이를 보다 창의적으로 펼치는 것이 핵심이다. 수년간 도전해왔고 그 결과를 끝내 보여줬다”라고 이야기했다.

모두 녹초가 된 챔피언결정전 5차전. 이제는 정신력이 몸을 지배하는 상황이었다. KB스타즈는 그들이 준비한 것을 모두 꺼내 보이려 했다.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극심한 피로도로 인한 대량 실책이었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삼성생명은 달랐다. 임근배 감독은 김한별에게 전체적인 경기운영을 맡겼고 선수들 역시 기본적인 구조를 벗어나 예상외 플레이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KB스타즈의 수비는 준수했지만 허를 찌르는 삼성생명의 날카로움에 번번이 당하고 말았다. 대표적인 장면은 김한비가 박지수를 상대로 만들어낸 골밑 득점. 상식적으로 자신보다 큰 상대가 앞에 있으면 외곽으로 볼을 빼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김한비는 한 번의 페이크 동작 이후 침착하게 골밑 득점을 성공했다. 그것도 공격 제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말이다.

코트 위의 자유가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장면이다. 그렇게 삼성생명은 74-57, 대승을 거
두며 V6를 달성했다. 마지막 순간, 그들이 그토록 바라고 원했던 자율농구의 꽃을 활짝 피
우며.

# 사진_ WKBL 제공

점프볼 /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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