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우섭 꽃이 피었습니다
최근 몇년간 양우섭의 기록을 놓고 본다면 분명 내리막길이었다. 평균 6~7분 남짓 뛰면서 존재감이 지워졌다. 자연스레 찾아온 은퇴의 길. 하지만 양우섭은 이를 부정했다. 아직까지 농구 인생을 마감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했고, SK가 그의 손을 잡았다. 2020-2021시즌 마지막 기회를 얻은 그는 지난 9월 군산에서 열렸던 KBL 컵대회에서 자존심 회복을 예고했다.
Q. 우승후보로 주목받았지만, 시즌 초반 팀에 부상자가 많다. SK는 어떤가?
위기라면 위기고, 팀 주축들이 베스트 라인업으로 뛰고 있진 않지만, 비시즌 훈련했던 게 나오는 것 같다. 분위기가 나쁘지만은 않다. 나 역시도 SK 일원으로 열심히 훈련했고, 또 경기를 치렀다. 선수들이 자신감이 올라온 상태다.
Q. 지난 9월, 컵대회 때 SK가 스몰라인업을 내세우며, 메인 옵션으로 나선 바 있다.
주축 선수들이 빠져서 내가 선발로 뛰었다. 지금은 (김)선형이가 들어왔고, 선수들의 복귀로 내 출전 시간이 줄어들고 있지만, 감독님이 주문하시는 상황을 최대한 이행해보려 한다. 아직 리그 초반이라 판단하긴 이르지만, 시간이 지난다면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Q. 이야기 한 것처럼 컵대회를 잘 치렀고, 자신감이 올라왔을 것 같다(양우섭은 컵대회 4경기에서 평균 27분 26초간 뛰며 11득점 5리바운드 1.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준비했던 걸 자신 있게 했다. 부담감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신나게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 너무 뛰고 싶었고, 컵대회를 뛰다 보니 자신감도 생겼다. 덕분에 재미있게 시즌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사실 자신감을 많이 찾으려 했다. 감독, 코치님들도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두려워말고 재미있게 하라고 하시더라. 실책을 해도 된다고 하신다. 덕분에 그간 못했고, 잃어버렸던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고,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Q. SK의 경우는 비시즌 문경은 감독과 미팅이 있다.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서 올 시즌에 대한 목표를 전하는 자리가 있는데,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한해 목표를 보여드렸다. SK로 온지 한두 달 정도 뒤에 미팅을 하게 됐는데, 잘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알아~ 실망 안 시킬 거란 걸’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이적해 올 때도 그런 마음이었는데,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심적으로 조금은 편안해졌다.
Q. 본인의 목표는 뭐라고 말했나.
지난 시즌까지 450경기에 출전했더라. 50경기를 더 뛰어 500경기를 채우고 싶다고 했다. ‘출전 시간 상관없이 시키는 건 다하겠다’라고 말씀드리자 감독님이 ‘협박하냐’며 웃으셨다. SK가 통합 우승을 하는데 어떤 역할이든 다하겠다. 믿어주신다면 실망시켜 드리진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시즌이 54경기인데, 50경기면 적잖은 경기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스스로 노력한다는 걸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체력적으로 괜찮다는 걸 보여드려야 한다. 비시즌 때 운동을 쉬지 않았는데, 건강하다는 걸 어필 중이다. 처음에 왔을 때 감독님이 내게 몇 살이신지 물어보시더라. 서른다섯이라고 말씀 드렸다. ‘나이가 꽤 있구나’ 하셨는데, 알고 물어보신 것 같기도 하다. 열심히 해야 한다. 요즘 거울을 보면 자글자글 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체력 말고 얼굴 말이다. 체력은 아직까지 20대 선수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양우섭은 2008년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부산 KTF(현 KT)에 지명됐다. 덩크슛이 가능한 탄력은 물론 수비, 또 강한 체력에서 그의 진가를 보여운 양우섭은 2012-2013시즌을 앞두고 LG로 트레이드됐다. LG에서 머문 8시즌. 상승곡선을 그린 날들이 있었다면 최근 들어 그는 벤치를 지키는 날이 더 많았다. 유니폼을 벗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양우섭은 누군가에게 전화 한통을 걸었다. 문경은 감독에게 “저 정말 자신 있습니다. 믿어 달라”며 ‘간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절실함을 맛본 탓일까. 그의 생활은 사소한 것 자체가 행복이 됐고, 더 이를 악무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Q. LG에서 SK로 이적하기까지. 어떤 과정들이 있었나.
은퇴 위기에 몰려 있었다. 문경은 감독님이 날 구원해주셨다. 은퇴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좋은 팀에서 기회가 왔다. 좋은 감독님, 코치님, 선수들과 훈련해서 기쁘다.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도 있다.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며, 뭐라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실 LG에서는 은퇴 권유가 있었다. 완전 막다른 길에 있었다.
Q. 본인이 문경은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내가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다. 자신 있다며, 한 번만 믿어달라고 했다. 당시는 SK가 선수단 구성이 끝났다고 한 상황이었다. 워낙 선수들이 많았고, 샐러리캡이 있으니 영입이 힘들다고 하셨다. 그 이후 한 번 더 연락이 오셨다. 최저 연봉이지만, 해볼 생각이 있냐고 하셨는데, 난 연봉보다 사실 내 모습을 찾고 싶은 게 우선이었다. 경기에 뛰고 싶었고, 팀에서 우승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조건 하겠다고 답변을 드렸다. 감사드린다 정말.
Q. 왜 SK였나.
사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선수로서 로망이 있지 않나. 서울이 연고지며, 선수들 사이에서도 감독, 코치님이 좋다고 이야기들 한다. 좋은 팀이라고 소문나 있기 때문에 나 역시도 그 팀에서 뛰고 싶었다. 이렇게 SK와 인연이 됐다.
Q. 영입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심경은 어땠나.
아내와 둘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잘됐다고, 연봉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주더라. 너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었다. 사실 LG에 있었을때 몸 상태는 좋았지만, 경기에 나서질 못했다. FA 기간 내내 힘들었는데, SK에서 손을 잡아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Q. LG에서 8시즌을 보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은 언제였나.
모든 시즌이 기억에 남는다. 트레이드 후 첫 경기, 또 2013-2014시즌 우승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Q. 그럼 농구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순간이 언제인가?
지금이다. 농구를 너무 재밌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송)창무 형과 (김)민수 형이 내게 하는 말이 ‘좋은 일 있냐’고 묻는다. 뭐가 그렇게 신이 나냐고 하는데 난 이 상황에 너무 감사드리고, 즐겁다. 또 팀 분위기가 쳐져 있을 때 내가 좀 더 신나게 한다면 따라 오지 않을까 해서 미리 나서서 파이팅 하는 부분들이 있다. 지금이 그저 즐겁고, 감사하다.
Q. 사실 LG 생활에서 마지막으로 갈수록 출전시간과 기록이 줄어들었다. 그 사이 한 여자의 남편이 되고, 채윤이의 아버지가 됐는데, 책임감이 더 커졌을 것 같다.
우스갯소리로 아내는 지금 딸이 아빠가 농구선수였다는 걸 알 때까지 뛰라고 하더라. 마흔 다섯까지 뛰었으면 한다. 나 역시도 지금 몸 상태가 좋으니깐 알겠다며 웃는데, 날 믿어주는 것 아닌가. 나도 믿음에 보답하고자 열심히 할 뿐이다.
Q. 양우섭의 최종 목표는 마흔 다섯 살까지 현역 생활을 하는 것인가.
코트에서 마흔 다섯까지 있는 건 두 번째 목표다. 올 시즌 팀이 통합 우승을 했으면 하고, 거기에 보탬이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우승반지 하나 끼고 싶다.
Q. 지난 시즌 전태풍이 시즌 막판 팀에 부상 악재가 덮쳤을 때 잘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상대 입장 팀에서 전태풍을 바라보는 느낌은 어땠나(김선형의 부상에도 불구, SK는 시즌 막판 5연승을 달리면서 원주 DB와 공동 1위로 2019-2020시즌 조기 종료를 받아들였다).
태풍이 형에게 날개를 달아준 느낌이었다. 형도 여러 팀을 왔다 갔다 했는데, 신나서 농구를 한 팀은 몇 없었던 것 같다. SK에 와서 농구를 정말 신나게 하는 느낌이었다.
Q. 힘들 때 옆에 있어주고, 응원해준 가족들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다.
맞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집에 들어가면 좋다. 딸이 웃으면서 안기면 녹아내린다. 또 아내가 따뜻한 말 한 마디, ‘경기 하느라 고생했어’라고 말해주는 게 정말 좋다.
Q. SK에는 사랑꾼들만 있나보다. 김선형 선수도, 최부경, 김민수 등 유부남 선수들이 아내,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늘 말하는 것 같다.
그런가 보다. 우리 아내도 정말 내조의 여왕이다. 결혼 후에는 일을 그만두고 날 위해 이천으로 따라왔다. 그땐 새벽, 오전, 오후, 야간 훈련을 했을 땐데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날 태워주고, 밤 11시에 데리러 와서 야식을 해주고, 보양식도 해줬다. 장난 아니었다. 그땐 정말 숨만 쉬어도 해골이 되는 느낌이었는데, 아내가 없었다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Q. 다음 시즌 양우섭의 모습을 미리 상상해보자면.
목표한 바를 이뤘다면 좀 더 재밌는 인터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팀에 개성 넘치는 선수들이 많아 정말 재밌다. 선수들이 모두 각자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우승할 때까지 에피소드를 적립할 테니, 꼭 다시 만나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다.

그에게 올 시즌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어쩌면 ‘잘 내려오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우승 반지 하나가 없어 이를 목표로 달릴 계획인 양우섭은 그가 선수생활 마무리를 달리 할 수 있게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꼭 보답할 것이란 약속도 하며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Q. SK에서 베테랑의 역할은 뚜렷하다. 혹시 그간 겪어왔던 선배 중에 꼭 닮고 싶었다고 생각하는 선배가 있었나.
예전에 선수생활을 같이 했고, 지금은 양정고에서 코치를 하고 있는 표명일 형이다. 형과 방을 같이 쓰면서 나도 베테랑이 됐을 때 저런 모습을 보여야지란 생각을 많이 했다. 코트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쎄기도 하지만, 같이 있으면 배울 점이 참 많은 선배다. 후배들에게도 좋은 선배였다. 같은 말이라도 상대를 기분 좋게 해주는 말이 있지 않나. 열 살 차이가 나지만, 기분 좋은 말을 참 많이 해주던 선배다. 잘 챙겨주시기도 하셨다. 나 역시도 그런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이고 싶다.
Q. 올 시즌 개인적으로 의미도 있고, 각오도 남다를 것 같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나.
개인적인 목표도 중요하겠지만, 그 부분은 팀이 승리하고, 목표를 이뤘을 때 부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 SK가 챔피언이 되는데 일조하는 게 목표다.
Q. 감사한 분들도 많을 것 같다. 그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
가장 먼저 SK 구단에 감사하다. 문경은 감독님, 전희철·김기만·한상민 코치님께 감사하다. 그리고 (고려)대학 은사님인 진효준 감독님, 김진 감독님, 김영만 코치님, 강을준 감독님도 감사하다. 내가 FA 협상 당시 마음고생을 할 때 전화를 드리면 잘 들어주시고, 좋은 말씀도 해주신 분들이다. (박)상오 형도 빼놓을 수 없다. 정민규 형과 더불어 내가 SK에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다. 문경은 감독님의 연락처를 알려주셨고, 전화를 해야할지 망설일 때 ‘해봐, 감독님 좋으신 분’이라고 이야기 해주셨다. 덕분에 전화를 드려 이렇게 SK에 올 수 있게 됐다. 우리 가족들, 또 창원에 있을 때 응원해준 팬들도 생각난다. SK로 간다고 많이 응원해주셨는데, 사실 처음에 팬들을 뵀을 때는 쑥스러워 데면데면했는데, 오랜 시간 보다보니 가까워진 팬분들이 있다. 지금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내가 도움 받은 걸 다시 돌려드릴 수 있었으면 한다.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꼭 받은 은혜를 갚아드리고 싶다.
#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