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김용호 기자] 명작(名作)을 완성하러면 큰 일을 해낼 주연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주연만으로는 100%의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주연만큼 조명을 받는 이들이 바로 명품 조연들이다. 용인 삼성생명이 15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각자 제 몫을 해낸 선수들은 모두 빛났다. 그리고 선수들이 뿜어내는 빛이 더 밝아질 수 있게 에너지를 쏟아부은 이들도 수없이 많았다. 감격스러운 우승을 더욱 조명하기 위해 삼성생명의 언성히어로(Unsung Hero)들을 만나봤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4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묵묵히 뒤를 받쳐야 했던 살림꾼
한치영 사무국장 “힘든 기억 모두 잊었다”
한 구단의 사무국장은 매끄러운 선수단 운영을 위해 시즌, 비시즌을 가리지 않고 1년 365일 많은 고민을 기울인다. 2016년 4월부터 삼성생명 농구단의 사무국장이 된 한치영 국장도 그랬다. 감독만큼이나 팀이 정상으로 향하기 위해서 선수단 뒷바라지에 총력을 다하고, 때로는 마치 가족처럼 친근하게 선수들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기도 한다.
사무국장 부임 다섯시즌 만에 우승의 기쁨을 누린 한 국장은 “엄청 기분 좋다. 선수들,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들에게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다들 정말 많이 고생했다. 사무국장으로서 선수단에 필요한 게 있으면 지원을 해주는 게 내 일인데, 결국 마지막에 우승이라는 결과가 만들어져서 보람을 느낀다. 우승을 하고 임근배 감독님은 물론 단장님, 그리고 전 단장님까지 포옹을 해주셨는데 눈물이 나더라”라며 진심 가득한 소감을 전했다.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친 삼성생명은 언더독이라는 평가를 깨기 위해 챔피언결정전 5차전까지 가는 시리즈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그 고군분투 과정을 한치영 사무국장은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는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눈물겨웠다. 경기를 마치고 버스에 오르면 바로 구토를 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특식을 공수해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려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제 우승을 하고 나니까 힘든 기억은 다 잊어버린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있는 이 자리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내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고, 마침내 우승까지 해냈다는 생각에 행복하다”라며 환히 웃었다.
사실 사무국과 선수들은 매번 웃으며 마주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인 연봉협상은 물론이고 서로 이해관계를 맞춰나가는 사이다. 이에 한치영 사무국장은 “내가 선수들을 지원하는 역할이지만, 연봉은 물론이고 때론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할 때도 있다. 나는 룰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지 않나. 그래서 선수들이 나에게 말은 못 해도 섭섭한 점도 있을 거다. 이유는 알아도 이해가 힘든 부분도 있을 텐데, 잘 지켜주고 팀이 안정화되도록 힘을 내줘서 정말 고맙다”라며 선수들에게 거듭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류해림 통역 “한별 언니, 은퇴 천천히 생각해요”
프로스포츠에서 통역은 외국선수의 또 다른 매니저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타지의 팀, 그리고 한국 문화에 적응이 힘든 선수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도울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 올 시즌 WKBL에는 외국선수가 없었지만, 삼성생명에는 귀화혼혈선수인 김한별이 있기에 류해림 통역은 더욱 바빴다. 2018년부터 삼성생명 선수단에 통역으로 합류한 그는 언제나 김한별의 옆에 있었다. 서로 마음을 공유하며 세 시즌을 보낸 끝에 우승이라는 기쁨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그 때문일까. 류해림 통역의 우승 소감에선 김한별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왔다. 그는 “우승 소감이란 걸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당연히 너무 기쁘다. 사실 한별 언니가 항상 1~2년 안에 좋은 상태로 은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난 내가 기쁜 것보다 한별 언니가 MVP 영광을 안으면서 그 커리어가 빛날 수 있게 돼 너무 좋다”라며 미소 지었다.
올 시즌에도 김한별은 부상으로 고생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간 여정을 돌아본 류 통역은 “아무래도 중간중간 부상으로 쉬어가야 했던 상황이 생기다 보니 한별 언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다행히 다른 팀원들이 빈자리를 메워준 덕분에 마지막 순간에는 언니가 다시 활약할 수 있었다. 사실 언니가 말을 정말 잘하는 편인데, 내 통역이 부족해서 그만큼 전달이 안 될 때가 있다. 올 시즌에 언니가 계속했던 말이 있다. 언더독은 우리가 아니라 코로나19에 힘드신 분들이라고, 우리가 그분들을 위해 더 뛰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 말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그 힘듦은 우승이라는 기쁨에 모두 덮이리라. 이에 류해림 통역도 “언니가 진정으로 빛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한별 언니는 더 빛날 테니 은퇴는 좀 더 천천히 생각해도 될 것 같다”라고 진심을 표했다.

김익겸 컨디셔닝 코치 “한계점 넘어서 고마워”
운동선수에게 떼 놓을 수 없는 단어인 부상. 때로는 불가항력적으로 찾아와 선수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곤 한다. 그렇기에 프로 구단에서 트레이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최근에는 다수 구단에서 컨디셔닝 코치라는 특수한 역할을 부여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이에 삼성생명은 올 시즌을 앞두고 2018년 삼성생명의 건강에 어시스트 했던 김익겸 트레이너를 컨디셔닝 코치로 선임했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애썼던 선수들을 가장 가까이서 봤던 김익겸 코치는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나는 항상 선수들이 한계점을 넘는 방법을 가르쳐주려고 노력했다. 선수들이 그 노력을 따라준 덕분에 우승이라는 결과가 있었다”라며 선수들의 노력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 코치는 재차 선수들이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그 노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삼성생명 선수들은 모든 걸 갖추고 있었다. 다만, 그동안은 능력의 80~90% 안에서만 움직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주안점은 선수들이 100%로 능력을 쓸 수 있게 이끄는 거였다. 선수들이 그걸 잘 해줬다”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덕분에 삼성생명 선수들은 수술을 택한 박하나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우승 순간을 건강하게 코트를 누볐다. 끝으로 김익겸 코치는 “오전, 오후, 야간 훈련 전에 한 시간씩 선수들이 개인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왔다. 덕분에 컨디션도 올라오고 퍼포먼스가 좋아졌다. 다시 한번 축하의 말을 전하고, 이 우승이 마지막이 아니라 앞으로도 좋은 능력을 유지하는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란다”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김진아 치어리더 “한 팀이라 행복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가장 반가웠던 소식 중 하나는 유관중 전환이었다. 덕분에 삼성생명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을 응원단도 다시 코트를 밟을 수 있었다. 한순간도 지치지 않고 코트를 향해 응원을 보내는 이들. 그 마음이 전달됐을까. 김진아 치어리더는 여자농구단 소속으로 첫 우승을 함께하는 기쁨을 누렸다.
김진아 치어리더는 “우리 응원단은 외부의 평가를 깨고 삼성생명이 우승할 거라고 늘 외쳐왔다. 왠지 느낌이 좋았고, 1, 2차전을 모두 이겼을 땐 확신이 들었다. 선수분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게 피부로 느껴져서 더 열심히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일궈낸 우승이라 더욱 행복하고 기분 좋다. 선수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하고 축하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며 우승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생명은 5차전이 용인에서 열린 덕분에 홈팬들과 함께 우승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 5차전을 앞두고 김진아 치어리더를 비롯한 응원단은 일찍이 경기장에 출근해 부지런히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그는 “3, 4차전에서 빨리 우승하길 바랐지만, 만약을 대비해 5차전에 많은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5차전 리허설 때는 이를 악물고 임했다. 리허설 도중에 KB스타즈 응원단도 도착해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웃음)”라고 말했다.
두 시즌 전 삼성생명이 준우승에 머물렀던 챔피언결정전에도 김진아 치어리더는 함께했다. 청주 원정까지 함께했던 기억이 있기에 이번 우승은 더욱 행복하게 느껴질 터. 이날 삼성생명 선수들은 우승 세리머니 때 응원단에게 함께하자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 단체사진을 찍는 순간 주장 배혜윤은 김진아 치어리더에게 어깨동무하며 응원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끝으로 김진아 치어리더는 “선수분들이 먼저 같이 사진을 찍자고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우리한테 수고했다면서 어깨동무를 해주는데, 한 팀으로 생각해준다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배혜윤 선수는 항상 경기 전에 응원단이 대기하는 쪽에서 준비를 하는데, 그때마다 웃으면서 인사를 해주시곤 했다. 개인적으로 팬인데, 나를 품에 품어주셔서 행복했다. 올 시즌은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장에 매번 오지 못했지만, 우리 응원단이 멀리서도 열심히 응원했다는 거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우승팀 치어리더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 다음 시즌도 함께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 블루밍스 파이팅!”이라며 행복을 만끽했다.
# 사진_ 유용우 기자, 본인 제공
점프볼 / 김용호 기자 kk2539@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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