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종별] “우리는 계단 같은 팀이에요. 다음은 4강입니다.” 희망의 여정을 마무리한 홍대부고

조원규 기자 / 기사승인 : 2025-07-31 06: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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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예선 탈락, 다음엔 16강, 이번엔 8강, 그러니 다음에 4강이죠.”


30일, 영광 스포티움에서 ‘하나은행 제80회 전국남녀종별농구선수권대회(이하 종별)’ 남고부 8강전이 열렸다. 4개 팀은 준결승을 준비하고, 4개 팀은 다음 대회를 기약한다.

홍대부고도 다음 대회를 기약해야 한다. 용산고에게 94-73으로 패했다. 8강에서 멈춘 것이 아쉽지만은 않다. 어려운 환경에서 스스로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이다.

▲ 저희끼리 운동을 한 번이라도 더 하자

대회를 1개월여 앞두고 이무진 홍대부고 코치가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최악의 경우도 맞을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홍대부중 김동환 코치가 고등학교 선수들도 지도해야 했다.

신은찬(187, 3년)은 “저희끼리 운동을 한 번이라도 더 하자. 그래서 3학년끼리 매일 새벽 운동을 나왔다”고 했다.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매일 나왔다고 했다.

홍대부고에는 5명의 3학년이 있다. 팀의 유일한 빅맨으로 체력 관리가 필요했던 정현진(196, 3년)을 제외하고 모두 이번 대회 평균 35분 이상을 뛰었다. 그리고 시즌 최고 성적을 올렸다.

 


홍대부고는 시즌 첫 대회에서 예선 탈락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대회는 16강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는 8강에 올랐으니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았다.

정현진은 “홍대부고 이름에 먹칠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최근 8, 9년 매년 입상(4강 이상)했는데 저희 때만 입상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홍대부고가 참가하는 전국대회는 이제 두 개만 남았다. 8월 5일부터 열리는 주말리그 왕중왕전(이하 왕중왕전)과 9월에 열리는 추계연맹전이다. 9월은 생각하지 않는다. 일주일 후에 열리는 왕중왕전에서 “매년 입상”의 전통을 이어가려 한다.

▲ 소리 지르는 사람이 없으니까...

다행히 이무진 코치는 종별 개막 전 퇴원할 수 있었다. 명지고와 결선 1라운드까지 벤치를 지켰다.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했고, 명지고를 누르고 8강에 올랐다.

그러나 용산고와 8강전은 벤치를 지킬 수 없었다. 경기 시간에 병원 예약이 잡혀 있었다. 김동환 코치가 벤치를 지켰다. 이 코치가 지킬 때와 차이가 있었다.

김휘승(193, 3년)은 “중요한 순간에 잡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힘들었다”고 했다. 정현진은 “소리 지르는 사람이 없으니까 뭘 해야 하는지 잊어버렸다”며 웃었다.



김 코치는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할 시간도 부족했다. “계속 훈련 시켜준 게 아니기 때문”이다. 훈련과 실전은 또 다르다. 각 선수에게 맞춤형 지시를 내리기에는 정보가 부족했다.

용산고와 경기는 초반에 기세를 올렸다. 신은찬, 육성혁, 정현진의 득점으로 23-10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이후 용산고의 조직적인 수비에 고전했다. 2쿼터에 리드를 뺐겼고 다시 찾아오지 못했다.

육성혁(185, 3년)의 3점 슛으로 3쿼터 중반까지 5점 내외 점수 차를 유지했다. 육성혁은 46-37에서 추격의 3점 슛을, 63-54로 벌어졌을 때 다시 점수 차를 좁히는 3점포를 터뜨렸다.

▲ 농구 잘하시길 원했으니까...

육성혁에게 이무진 코치의 급환은 또 한 번의 충격이었다. 지난 겨울, 어머니와 사별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코치님이 위험하다고 했다.

어머니를 여의고 “엄청 많이 힘들었다”는 육성혁은 “엄마가 농구 잘하시길 원했으니까…. 생각을 안 하려고 더 농구만 했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렇게 잊힐 아픔이 아니었다. 이 코치는 어린 제자가 스스로 일어서길 기다렸다.



이날 육성혁은 3점 슛 4개(8개 시도, 성공률 50%) 포함 18득점에 5개의 리바운드와 5개의 어시스트를 더했다. 어머니의 바람과 코치님의 바람을 더한 결과다.

육성혁은 “오늘 진 것은 잊어버리고, 좋은 것만 갖고 나쁜 것은 버려서 다음 대회는 더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정현진은 “우리는 한 칸 한 칸 올라가는 계단 같은 팀이다. 처음엔 예선 탈락, 다음엔 16강, 8강을 했다. 이제는 4강을 할 차례”라며 의지를 더했다.

주장 정현도(185, 3년)는 이 코치에게 전할 말이 있는지 질문에 "속 썩여서 죄송하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도 입을 모았다. “5명 다 속 썩여서 죄송합니다. 항상 쌤 사랑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요. 남은 기간이라도 속 안 썩이겠습니다.”

 

▲ 항상 사랑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요

 

이무진 코치는 3일간 입원 후 8월 5일부터 강원도 양구에서 열리는 왕중왕전에 동행할 계획이다. 

대회를 치를 때마다 성장하는 홍대부고. 이무진 코치의 공백은 “운동을 한 번이라도 더 하자”는 다짐이 됐고 성적으로 증명했다. 그 다짐이 왕중왕전에서도 좋은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사진_점프볼DB, 배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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