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듀얼가드 조합의 명과 암

김종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12-20 23: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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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공격형 가드 전성시대다. 각 팀별로 이른바 듀얼가드가 주전을 차지하고 있고 퓨어포인트가드로 불리는 정통적인 주전 1번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조합 역시 ‘공격형+공격형’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김낙현-두경민, 창원 LG 이재도-이관희 등이 대표적이다. 고양 오리온 역시 이대성-이정현(루키) 조합이 중용되고 있다.


사실 주전을 정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가장 잘하는 선수 위주로 짜는 것이다. 하지만 농구는 팀스포츠다. ‘1+1=2’ 혹은 그 이상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않은 경우도 많다. 적절한 조합과 그로인한 시너지도 무시할 수 없다. 잘하는 선수 둘이 동시에 나왔다가 서로의 역할이 중첩되어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고 개인 실력은 그 보다 못하지만 둘이 합쳐져 그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여전히 많은 지도자들이 같은 값이면 퓨어가드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출중한 기량의 정통 포인트가드가 중심을 잡아주면 조합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 연세대학교 전성기에는 이상민의 존재가 컸다. 이상민이 적절하게 팀원들을 이끌고 리드해줬기에 서장훈을 원 센터로 둔채 문경은-우지원-김훈의 슈터형 3포워드가 가능했다.


라이벌 고려대학교 또한 신기성이 있었기에 현주엽-전희철-양희승-김병철 등 개성강하고 공격 욕심 많았던 팀원들을 적절하게 컨트롤하는게 가능했다는 평가다. 신기성은 당시에는 공격형 1번으로 불렸으나 현재 듀얼가드들과 비교하면 공격력도 갖춘 퓨어가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만큼 1번의 플레이 스타일이 공격 일변도로 많이 바뀌었다.


신기성 SPOTV 해설위원은 얼마전 있었던 본지와의 인터뷰 당시 “다들 선배들이고 기량이 출중해서 누구한테 패스할지가 참 고민이었다. 때문에 개인적인 공격 욕심은 최대한 봉인하고 팀원들을 살리는데 집중했다. 일단 슈터의 슛감을 살려주려 했으며 형들에게도 많이 움직여주면 볼을 주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팀내에 좋은 선수들이 많을수록 1번의 역할은 중요하다.


프로농구 초창기에는 빼어난 1번을 보유한 팀이 잘나갔다. KCC의 이상민, 기아의 강동희, 삼성의 주희정, DB의 신기성, KGC 김태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공격형 가드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듀얼가드가 퓨어가드보다 나아서가 아니다. 순수한 기량자체에서 주전급으로 뛸만한 퓨어가드가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주전급 퓨어가드가 있으면 감독은 경기를 풀어나가기가 매우 쉬워진다. 코트 안에 감독이 한명 더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허재, 강혁, 박찬희 등 1, 2번을 오가며 함께 할 수 있는 BQ높은 파트너까지 추가되면 위력은 배가된다. 그야말로 앞선은 걱정이 없어지는 것이다. 다른 포지션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실 듀얼가드가 1번으로 뛰는 팀은 감독의 전략전술이나 파트너의 존재도 매우 중요하다. 듀얼가드 전성시대를 연 주인공 양동근은 신인 시절 1번으로서 많은 면에서 부족함을 지적받았다. 본인도 스트레스를 적지않게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승팀의 주전 1번으로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인트 포워드’로 불렸던 고 크리스 윌리엄스의 존재가 컸다.


빼어난 퓨어가드가 줄어든 대신에 어지간한 1번 못지않은 시야와 센스를 갖춘 전천후 2번도 간혹 등장하는 모습이다. 득점력이 돋보이는 스윙맨 스타일같은데 보조리딩, 패싱플레이까지 좋아 1번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유형의 선수다. 경희대 시절 사실상 포인트가드였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민구(은퇴)와 농구 9단으로 불리는 KCC 이정현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언급한 김낙현-두경민, 이재도-이관희 등은 선수의 개인적인 능력만 놓고봤을 때는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되는 조합이었다. 하지만 시야가 좁고 본인의 공격력을 우선으로하는 성향이 큰지라 예상보다 효과가 적다는 혹평이다. 본인이 신바람이 나서 휘젓고 다닐 때 능력 발휘가 잘되는 선수들인 관계로 다른 한 선수가 주로 볼을 만져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역할이 겹치며 무엇을 해야될지 허둥지둥되거나 이른바 투명인간 모드로 경기력이 다운되어버리기 일쑤다. 이른바 ‘너한번 나한번’의 이상적인 흐름은 꾸준히 이어지기 쉽지않다.

 


 

이럴 경우 감독의 적절한 간섭이 필요하다. 서로간 역할분배가 확실하게 된 상태에서 선수 역시 자신이 주가 되지않을 때의 움직임에 대한 노력이 요구된다. 문경은 감독은 김선형을 1번으로 쓸 당시 많은 역할을 맡기기보다는 팀 전체적으로 분업화 형식으로 움직이는 패턴을 섞어쓰며 부담을 덜어주었다. 포인트가드라는 틀에 묶어놓기보다는 김선형의 강점인 돌파를 살려주는 가운데 돌격대장 스타일의 1번으로 성장시켜줬다.


KGC같은 경우 변준형이 자신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판을 잘 깔아주었다는 평가다. 2번 파트너가 볼없는 움직임에 강한 슈터형 전성현이며 3번 역시 수비에 강점이 있는 문성곤인지라 개인기가 좋은 변준형이 북치고 장구치고 하기에 좋은 구성이다. 만약 변준형 옆에 공격성 강하고 볼 소유욕이 짙은 가드가 함께 했다면 지금같은 성적은 안나왔을 공산이 크다. 그만큼 공격형 듀얼가드에게는 파트너나 팀원 구성이 중요하다.

 

오리온 이대성, 이정현 조합도 최근들어 삐걱 거리고 있다. 팬들 입장에서는 영리하고 성장 가능성 높은 이정현과 공수 활동량이 높은 이대성이 함께하며 시너지를 일으키기를 바라고 있지만 한 선수가 잘하면 한 선수가 가라앉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이대성은 현대모비스 시절부터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플레이가 급변하는 선수였다.

 

보통 듀얼가드는 자신에게 많은 역할을 주어지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대성은 오히려 많은 것을 하고싶어하는 타입이다. 문제는 이대성은 시야가 좁고 플레이의 기복이 심한 선수라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는 가운데 공격의 폭발력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는 타입이다. 어찌보면 평소에는 수비 등 궂은 일에 집중하다가 볼없는 움직임 등을 통해 공격에 가담하는 플레이가 잘 어울리는 타입이다.


하지만 이대성은 이를 원하지 않는다. 자신이 중심에 서기를 원하는 유형이며 볼을 오래 만져가며 컨디션을 찾아간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 등 고참과의 소통을 통해 이대성의 장점을 최대한 뽑아냈다. 하지만 이후 KCC에서는 이정현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의 중심을 잡지못했고 현재 소속팀인 오리온에서도 기록에 비해 공헌도가 떨어진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이같은 주변의 평가를 의식한 듯 이대성 역시 변화를 주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예전처럼 무리해서 자신이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하지않는다. 하지만 몸에 배인 플레이 스타일이 있는지라 하루 아침에 싹 달라지기는 쉽지않다. 그렇다고 팀의 막내 이정현이 주가 되어 움직이기에는 아직 루키라는 점 등에서 당장은 제약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김낙현, 두경민, 이재도, 이관희, 이대성 등은 기본적으로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다. 그들의 실력에 대해 왈가불가할 이들은 많지않다. 다만 서로간 조합과 거기에 따른 플레이 등에서 기대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은 가운데 새로 구성된 듀얼가드 조합들이 어떠한 변화를 가져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프로농구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전망이다.

#글 / 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 / 유용우 기자,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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