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핸들러에 슈터까지, 슈팅형 1번 김낙현

김종수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11-18 23: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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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NBA 최고의 슈터를 꼽으라는 질문에 열에 아홉 이상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간판스타 스테판 커리(33·190.5cm)를 선택할 것이다. 빅맨에게까지 3점슛 능력이 요구되는 이른바 ‘3점슛의 시대’속에서도 커리는 독보적 존재다. 현재를 넘어 부동의 역대 최고로 평가받는 슛쟁이인지라 3점슛에 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의미조차 없을 정도다.


커리가 더욱 놀라운 이유는 단순한 슈터가 아닌 1번 포인트가드라는 점이다. 슈터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소화하기 벅찬 NBA라는 무대에서 선수들을 지휘하는 야전사령관으로서 볼 핸들러 역할을 겸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커리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는 패싱게임과 수비에 재능이 넘치는 드레이먼드 그린을 비롯 포인트 포워드진의 도움도 적지 않지만 1번 본연의 역할과 슈터를 모두 해내는 커리를 저평가하기는 어려운 요소다.


KBL로 눈을 돌려보면 대구 한국가스공사 ‘켐바 낙현’ 김낙현(26‧183.7cm)이 떠오른다. 단순히 슈터로만 따진다면 한창 폼이 좋은 ‘불꽃 슈터’ 전성현(30·189㎝), ‘원주 아이돌’ 허웅(29·186㎝)등도 있겠지만 김낙현은 커리가 그렇듯 1번을 보면서도 리그 최고 슈터 중 한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슈터에게는 특유의 리듬이 중요하다. 이른바 영점을 잡는 작업이 필요한데 선수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빨리 잡히기도 늦게 잡히기도 한다. 이른바 긁히는 날에는 미친 듯이 들어가다가도 컨디션이 나쁜 날은 내내 슛이 터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포인트가드 같은 경우 슈터의 슛감에도 많은 신경을 쓰며 이를 살려주기 위해 애를 쓰는 경우가 많다.


KBL 역대급 1번 중 한명으로 꼽히는 신기성 SPOTV 농구 해설위원은 “경기가 시작되면 일단 동료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려주는게 중요하다. 그래야 팀도 좋고 나도 좋다. 특히 슈터가 터지는 날은 그날 경기를 풀어나가기 한결 수월해지는지라 슈터의 슛감을 찾아주기 위해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경기 초반에 슛을 성공시키면 리듬이 좋아지는 슈터가 많았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현역 시절 최고의 슈팅력을 갖춘 1번이기도 했다. 특유의 폼으로 회전이 덜 들어간 슛을 낮게 쐈는데 적중률이 매우 높았다. 역대 포인트가드를 통틀어도 탑급이다. 신위원을 상대로 슛 견제를 안하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이러한 슈팅력에 스피드까지 빨랐기에 신위원은 전천후로 코트를 누비고 다니며 자신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펼쳤다.

 

 


김낙현 등장 이전까지는 최고의 슈팅력을 갖춘 1번 하면 신위원이 꼽힐만했다. 가드로서의 고른 능력치에서는 신위원이 앞서겠지만 단순히 슈팅력만 놓고 봤을 때 이제는 김낙현이 넘어섰다고 보는게 맞다. 슈팅 좋은 포인트가드가 아니라 그냥 슈터라고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더욱 높은 점수를 줄만한 것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1번은 팀내 슈터의 컨디션을 살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자리다. 거기에 김낙현은 한술 더 떠서 본인도 슈터다. 스스로 슛감을 잡아가면서 야전사령관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 6순위로 지명되었을 당시만 해도 김낙현이 이 정도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드래프트에 참여했던 가드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자원임은 맞지만 당시 고려대 출신 가드들의 활약이 신통치 않았던지라 ‘믿거고(믿고 거르는 고려대 가드)’의 일원으로 흐지부지될 것이다는 혹평도 있었다. 실제로 얼리를 선언하고 나온 한양대 2학년 유망주 가드 유현준(3순위)에게 지명순위에서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부단한 노력파 김낙현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성장을 거듭하며 ‘믿거고’라는 치욕스러운 말을 깨트리는 선봉장이 됐다. 3번째 시즌부터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을 비롯 수비에서도 더욱 탄탄해진 모습을 과시하며 KBL을 대표하는 1번 중 한명으로 발돋움한다. 사실 1번으로서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김낙현은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 슈팅력이라는 확실한 무기가 없었다면 현재의 위상에 다다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무기가 강해도 너무 강하다. 국내 최고 슈터 수준인지라 다른 부족한 능력치까지 커버해주며 이제까지 보기 힘들었던 ‘슈터형 1번’이 탄생하게 되었다.


김낙현을 대표하는 기술은 3점, 미들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던질 수 있는 ‘풀업 점퍼‘다. 탄탄한 하체가 바탕이 되는지라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감 있게 포물선이 만들어지고 그로 인해 적중률도 매우 높다. 스크린을 타고 돌아 나와 순간적으로 매치업 상대를 따돌리고 슛을 쏘는가하면 골밑으로 들어갈 듯 말듯 페이크 동작을 섞어주다가 그대로 3점슛을 던지기도 한다.


돌파를 들어가다가 순간적으로 멈춰서서 쏘는 페이드 어웨이 슛, 거기에 화려한 체인지 오브 디렉션으로 수비수를 속이고 드라이브인을 성공시키거나 동료에게 빼주는 패스도 일품이다. 순간 동작이 워낙 빠르고 높이 뛰어 정점에서 슛을 던지는지라 어지간해서는 블록슛도 당하지 않는다. 이 모든 플레이가 메인 볼 핸들러를 맡으면서 펼쳐진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엄청난 체력이 요구되는 만큼 평소의 훈련량이나 자기 관리를 짐작할만하다.


당초 한국가스공사는 우승 후보 중 하나로 평가받았으나 정효근, 두경민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쉽지 않은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어떤 팀도 한국가스공사를 함부로 볼 수 없는 배경에는 득점기계 앤드류 니콜슨(32·206㎝)과 더불어 원투 펀치를 이루고 있는 슈팅형 1번 김낙현의 영향력이 크다. 올 시즌 패싱 능력까지 물이 오른(어시스트 전체 2위) 김낙현이 한국가스공사를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 / 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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