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명품 2번 계보, 이제는 허웅이 잇는다

김종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2-05-26 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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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FA 시장에서 이승현(30‧197cm)과 허웅(29‧185.2cm)을 잇달아 영입한 전주 KCC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각각 이전 소속팀의 간판 스타이자 자신의 포지션에서 랭킹 1, 2위를 대표할만한 선수들이기 때문으로 올해 상무행을 택한 기존 에이스 송교창(26‧201.3cm)까지 돌아와 합류할 경우 KBL 역사에 남을 강력한 ‘빅3’도 기대되고 있다.


파워포워드 이승현같은 경우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현장의 모든 지도자들이 원하는 선수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묵묵하고 성실하다. 터프한 몸싸움과 힘을 앞세워 어지간한 외국인선수까지도 수비가 가능하며, 매경기 고득점을 올릴 능력이 있음에도 스크린, 리바운드 등 팀을 위한 궂은 일부터 앞장서는 살림꾼이다. 특유의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통해 소속팀의 에너지 레벨까지 끌어올려준다. 어떤 조합‧구성에서도 제몫을 해낸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허웅은 빼어난 기량에 더해 화제성과 인기에서 KBL 탑급 스타다. 예전에 비해 인기가 많이 떨어진 농구판에서 나홀로 아이돌급 인기를 자랑한다. 한창때 이상민, 우지원 등과 비견될 정도인데 당시와 지금의 농구열기까지 체크해서 비교해본다면 외려 허웅의 손을 들어줘도 이상할 것이 없어보인다. 여러팀들이 허웅을 욕심냈던 배경에는 특유의 상품성과 티켓파워 역시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물론 아무리 인기가 좋아도 허웅의 기량이 그에 미치지 못했다면 현재와 같은 높은 관심은 받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과거 이상민 등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프로는 일단 실력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선수가 경기력까지 좋으니까 인기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허웅이 대단한 점은 쏟아지는 독보적 스포트라이트에 들뜨지 않은 채 끊임없이 노력하며 자신의 실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최근 2년간 기량적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농구에 임하는 자세, 선수로서의 욕심 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업 현대 시절 이충희로 대표되던 팀답게 KCC는 KBL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리그 정상급 2번과 함께했다. 다른 포지션에서는 다소 부침이 있었으나 슈팅가드 자리만큼은 공백이 오래가지 않았다. 기존 주전이 물러나거나 이동하게 되면 또 다른 강력한 선수가 자연스레 빈자리를 채워주었다. 2번의 역사가 곧 KCC의 역사인 것이다.
 

 


1차 왕조의 ‘슈터’ 조성원과 2차 왕조의 ‘살림꾼’ 강병현

KCC 명품 2번 계보의 시작은 ‘캥거루 슈터’ 조성원(51·180cm)부터다. 명지대학교에서 뛰었던 관계로 아마 시절에는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상무 입대 후 쟁쟁한 스타급 선수들 사이에서도 주포로 활약하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문경은과의 ‘쌍포’는 상무가 가장 자랑하던 주 공격옵션이었다.


조성원은 신장은 작았지만 폭발적인 외곽슛을 바탕으로 KCC 토종 주포로 활약했다. 온볼 상황에서는 물론 볼없는 움직임도 매우 좋았던지라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전천후 슈터였다. 슛 타이밍이 워낙 빨라 공을 잡았다 싶은 순간 어느새 림을 가르기 일쑤였으며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이른바 미끼 역할도 잘해냈다.


슈터로서의 조성원은 정확하고 낯설고 빨랐다. 속공 시에도 쉬운 레이업슛 대신 3점슛으로 마무리 짓는 등 슛에 대해서만큼은 넘치는 자신감과 정확성을 자랑했으며 왼발을 앞에 놓고도 슛을 성공시키는 일명 '짝발 스텝'은 수비수들이 알고도 막기 힘든 비기였다. 여기에 빠른 발과 높은 탄력으로 조금의 틈만 있으면 골밑으로 파고들어 속공 레이업이나 더블 클러치를 성공시켰다. 수비하는 입장에서 조성원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때문에 당시 조성원은 당시 KCC 공격농구의 보검 역할을 했다. 외곽을 넓게 쓰며 공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수비수를 끌어낼 수 있고 빠른 발을 살려 골밑공격까지 가능한 슈터는 전략적으로도 유용하기 이를 데 없었다. 신장에서 오는 수비문제 정도가 단점으로 꼽혔지만 이 부분은 1번 이상민, 3번 추승균이 제대로 커버해줬다. 이상민, 추승균은 각각 자신의 포지션 외 멀티수비가 가능한 선수들이었으며 도움수비에도 능했다. 때문에 조성원이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싶으면 적절한 바꿔막기나 도움수비 등을 통해 부담을 줄여주었다.


1차왕조의 조성원이 정상급 공격력을 자랑하던 빠르고 정확한 슈터였다면 2차왕조를 이끌었던 ‘강페니’ 강병현(37‧193cm)은 자신이 희생하며 동료들을 살려주는 '마당쇠' 혹은 '살림꾼' 형 2번이었다. 선수층이 넓지 않고 포지션별 밸런스가 좋지 않았던 당시 KCC에서 그야말로 빛과 소금같은 존재였다는 평가다.


강병현은 팀내 에너지 레벨을 이끌어주는 존재였지만 하나씩 뜯어서 보면 소위 말하는 완벽한 올라운드 플레이어와는 거리가 있었다. 운동능력과 허슬플레이 등은 일품이지만 경기 중 강약조절이 부족하고 2번으로서 썩 정교하지 못한 외곽슛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자신의 포지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다른 영역까지 넘나들었다면 자신을 중용했던 허재 전 감독을 잇는 '천재'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었겠지만, 그러한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KCC 팬들이 강병현을 잊지않고 인정하는 배경에는 이른바 팀을 '이기게 하는 선수'로서 활약한 이유가 크다.


강병현은 기록으로 보이지 않는 팀 공헌도가 대단했다. 조성원이 사이즈는 작지만 정교한 슈팅을 바탕으로한 공격력으로 이를 상쇄했다면 강병현은 가드로서 큰 체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운동능력·센스를 겸비한 블루워커형 대형가드였다. 2번을 맡고 있으면서 1번을 도와 보조리딩이 가능했으며 어지간한 3번 선수까지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패스, 수비, 돌파, 센스, 제공권 등 다양한 부분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외곽슛 역시 전문 슈터와 비교해서 모자란 정도지 꾸준히 성공률이 상승했고 특히 큰 경기에서의 이른바 '빅샷'에 능한 강심장 클러치 플레이어였다.

 

 


김민구, 김지후 실패 이후 이정현의 시대, 그리고 허웅

사실 기대치 혹은 순리대로 갔다면 조성원, 강병현을 잇는 KCC 간판 2번은 '구비브라이언트' 김민구(31‧190cm) 혹은 ‘스나이퍼’ 김지후(30‧187cm)가 됐을 것이다. 김지후는 고려대 재학시절 문성곤, 이승현, 이종현 등과 함께 소속팀을 대학 최강으로 이끌던 주역중 한명이다. 조금의 빈틈도 놓치지않는 킬러 본능에 두둑한 뱃심까지 더해져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적중률높은 3점슛을 적중시킬 수 있는 저격수였다.


농구 팬들 사이에서는 허재 전 감독이 아들 허웅을 거르고 지명한 선수로도 유명하다. 믿을만한 슈터가 없던 KCC에서는 김지후가 팀의 외곽을 책임져주기를 바랬다. 당시 기대치나 이름값은 전성현 못지않았다. 아쉽게도 김지후는 대학시절의 존재감을 프로에서는 제대로 보여주지못했고 ‘웅거후(허웅거르고 김지후)’라는 씁쓸한 평가만 남기고만 상태다.


김민구는 아픈 혹은 아쉬운 손가락이다. 김종규, 두경민 등과 함께 경희대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그에 대한 기대치는 무려 ‘제2의 허재’였다. 재능은 충분했다. 2013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챔피언십에서는 대학생 신분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어 대회 베스트5에 이름을 올리는 등 일찌감치 '될성부른 떡잎'을 과시했다. 대형 테크니션의 등장에 팬들은 열광했고 '데릭민구', '구비브라이언트' 등 굵직한 닉네임 등이 이름 앞에 붙었다.


이러한 명성을 입증하듯 김민구는 신인 때부터 ‘남다른 싹’을 보여줬다. 슈터로 이름이 높기는 했으나 단순히 3점 슛만 잘 쏘는 게 아니라 빈 공간이 보이면 지체없이 돌파를 시도했고 성공률 또한 높았다. 김선형이 폭발적 스피드로 수비진을 찢고 들어가는 스타일이었다면 김민구는 유연하게 제치고 빠져나가는 느낌을 줬다. 큰 선수들이 가로막아도 재치 있게 플로터를 성공시켰다. 나이는 어리지만 '농구 도사'를 연상케 했다.


여기에 더해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은 넓은 시야와 뛰어난 패싱 센스였다. 원맨 리딩이 가능한 1번이 줄어들고 있는 현 추세에서 2번은 단순히 공격력만 좋아서는 안 된다. 1번을 도와 보조 리딩이 가능한 슈팅 가드가 각 팀마다 절실해지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해당 자원은 극히 드문게 사실이다.


부상 전 김민구는 단순히 보조 리딩을 잘하는 수준을 넘어서 경기 전체를 꿰뚫어 보는 눈썰미와 어지간한 정통 포인트 가드 뺨치는 넓은 시야를 과시했다. 달리는 동료에 맞춰 속도를 조절해가며 패스를 뿌릴 수 있을 정도로 손끝이 날카로웠다. 때문에 김민구는 루키시절부터 ‘재능의 차원이 다르다’는 극찬을 받으며 KCC 3차 왕조를 만들어낼 주역으로 기대받았다.


아쉽게도 김민구의 재능은 프로에서 발휘되지 못했다. 국가대표 소집기간 중 발생한 음주사고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을 입었고 복귀 후 어렵사리 커리어를 이어가다 이른 나이에 은퇴를 선택했다. 김민구를 키우기위해 강병현을 트레이드했던 소속팀 KCC는 물론 국가대표팀에도 두고두고 큰 손실로 남아있다.


이후 공석이 되었던 KCC의 2번 자리를 이어간 선수는 FA를 통해 팀에 합류한 ‘금강불괴’ 이정현(35‧190.3cm)이었다. 2017년 당시 기준 최고액인 5년 계약, 보수 9억 2,000만원의 파격적 조건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후 계약기간 내내 득점+패싱게임을 두루갖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의 모습으로 팀을 이끌었다. 빼어난 경기력에 더해 리더십까지 갖추고 있었던지라 안팎으로 평이 좋았으며 이를 입증하듯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FA에서 삼성의 러브콜을 받고 팀을 옮기게 됐다.


다음 시즌부터 KCC는 허웅이라는 새로운 2번과 함께 간다. 재능있는 슈터를 넘어 전천후 플레이어로 진화중이며 최근 들어 기량이 만개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조성원, 강병현, 이정현 등 걸출한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진 KCC표 명품 2번 계보를 허웅이 잘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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