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커리, 신바람 농구 이끈다

김종수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11-12 21: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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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는 세계 최고의 리그답게 각 포지션에 걸쳐 빼어난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는 1번 포지션 역시 마찬가지다. 포인트 가드는 팀원 모두를 이끄는 위치에 있는 포지션답게 볼 소유 시간을 많이 가져가며 팀원들을 진두지휘한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팀에는 언제나 유능한 포인트 가드가 필수적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팀 색깔도 달라진다.


유타 재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존 스탁턴은 포인트 가드의 교과서로 불린다. 키가 크지도 그렇다고 운동능력이 탁월하게 좋았던 것도 아니었으나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승부 근성 거기에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롱런에 성공하며 엄청난 누적기록을 남겼다.


작은 사이즈, 백인 가드, 평범한 운동능력 등 커리어 초창기만 해도 다수의 운동능력 좋은 흑인 가드들과 비교당하며 과소평가를 받았으나 모든 것을 성적으로 이겨냈다. 특히 알고도 못 막는다는 평가를 받았던 칼 말론과의 '픽 앤 롤'은 은퇴한 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NBA 역사상 가장 위협적인 투맨 게임 옵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플레이로 선수 시절 내내 유타를 강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쇼타임' LA 레이커스 시절의 리더 매직 존슨은 역사상 최고의 사기유닛 중 한명으로 불린다. 어지간한 포워드보다도 큰 사이즈(206cm)를 가지고 단신 테크니션 1번처럼 플레이했다. '노룩패스'로 대표되는 환상적인 패싱 센스를 갖췄으며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날렵하게 코트를 오가며 동료들의 찬스를 봐줬다. 무엇보다 워낙 하드웨어가 좋은지라 어지간한 2~3번을 맞아서도 자유자재로 포스트업 공격을 성공시키고, 상황에 따라 센터나 파워포워드 역할까지도 가능했다.


그 외, 데니스 로드맨, 조 듀마스, 비니 존슨, 릭 마흔, 빌 레임비어 등 거칠기로 소문난 '배드 보이즈'의 리더로 소속팀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에 두 번의 우승을 안긴 캡틴형 1번 아이제이아 토마스, 무시무시한 수비 실력을 앞세워 매치업 상대를 앞 선에서부터 압살시켜버리는 최고의 디펜더 스타일 포인트 가드 게리 페이튼 등 시대별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걸출한 포인트 가드가 리그를 호령했다.


현 리그에도 정통파, 공격형, 올라운드형 등 다양한 유형의 포인트가드가 활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역 최고 1번을 논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다름 아닌 왕조의 전설을 만들었고 다시금 재건축을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간판스타 스테판 커리(33·190.5cm)가 그 주인공이다.


커리는 이제까지 나왔던 그 어떤 포인트가드와도 차별화가 확실하다. 3점슛을 주무기로 하는 신개념 ’슈터형 1번‘이다. 만약 포인트 가드가 전문 슈터보다도 더 많은 3점슛을 던지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마치 난사에 가깝듯 마구 슛을 쏘아대면 일반적으로는 비난을 받을게 뻔하다. 누구도 1번 포지션을 맡고 있는 선수가 그렇게 플레이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커리가 하면 다르다. 성공률이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저 타이밍, 저 거리에서 그렇게 던지면 안 될 텐데...'라는 말이 나올 만큼 거리, 타이밍을 무시한 채 겁 없이 슛을 던지기 일쑤지만 거침없이 림을 가를 때가 많다. 상대 팀은 물론 지켜보는 이들마저 헛웃음을 짓게 한다. 그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팀원들은 믿음을 가지게 되고,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이른바 멘탈 붕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한 시즌 최다 3점 슛, 최소 경기 누적 3점 슛 등 3점 슛 관련 기록 역시 차근차근 깨어져 나가고 있다. 특별한 부상만 없다면 통산 3점슛 기록 역시 커리의 손에 의해 다시 쓰여질 것이 유력하다. 3점 슛이라는 엄청난 무기로 상대에게 공포를 안겨주다 보니 커리가 돌파를 시도하면 상대의 머릿속은 어지러워진다. 3점 슛이 워낙 괴물 같아서 그렇지, 다른 능력치 역시 상당한 수준이라 전천후로 데미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커리는 패스를 주는 척하면서 수비의 시선을 순간적으로 분산시키고 찰나의 틈을 이용해 성공시키는 공격에 능하다. 포인트 가드가 골 밑으로 돌파해서 들어가면 수비진 입장에서는 패스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상당수 1번들이 돌파 중 동료를 찾아 골 밑 혹은 외곽으로 어시스트를 건네는 경우가 많다.


커리는 이같은 허점을 잘 찌른다. 패스를 줄 듯하다가 그대로 돌파해 드라이브인을 성공시키거나 미들 라인에서 점프 슛을 작렬시킨다. 혹은 미들 슛을 쏠듯하다가 다시 가속을 붙여 성공률 높은 플루터 슛을 던진다. 수시로 타이밍을 흔들어대는 패턴에 대다수 수비수는 이른바 '눈 뜨고 당하기' 일쑤다. 그렇다고 커리의 공격에만 수비를 집중하다 보면 이번에는 주는 척이 아니라 진짜로 준다. 공격할 듯하다가 질 좋은 패스를 여기저기 뿌려댄다.


해가 지지 않을 듯 했던 골든스테이트는 최근 2년간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2018~19시즌 서부 컨퍼런스 1위에 빛났던 성적이 무색할 만큼 다음 시즌 꼴찌로 급추락했고 지난 시즌 8위까지 올라서기는 했지만 예전 명성에 비하면 많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었다. 우승에 공헌했던 여러 선수들이 빠져나가면서 전력이 확 떨어진게 이유였다.


무엇보다 커리와 함께 '스플래쉬 브라더스‘로 명성을 떨쳤던 클레이 탐슨(31·201cm)이 부상으로 빠져 있던 탓이 컸다. 팀내 화력이 떨어지다 보니 패스와 수비에 재능이 넘치는 드레이먼드 그린(31·201cm)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골든스테이트의 분위기는 확 바뀌어 가고 있다. 아직 시즌 초이기는 하지만 11경기에서 10승 1패(승률 0.909)로 강호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동서부 컨퍼런스 통틀어 전체 1위의 성적이다. 아직 탐슨이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새로운 얼굴 혹은 기대주들이 성장하며 돌아가면서 활약해주고 있다.


올 시즌 들어 공격력이 만개하기 시작한 조던 풀(22‧193cm), 세르비아 국가대표 출신 포인트 포워드 네만야 비엘리차(33‧208cm), 블루워커 성향의 케번 루니(25‧206cm), 다재다능한 베테랑 안드레 이궈달라(37·198cm), 빼어난 운동능력과 폭발력이 돋보이는 앤드루 위긴스(26‧201cm), 레전드 가드의 아들로 유명한 게리 페이튼 2세(28‧191cm) 등 선수층이 부쩍 넓어졌다.
 

곧 돌아올 제임스 와이즈먼(20‧213cm)에 복귀 예정인 탐슨까지 건강한 몸으로 가세할 경우 우승도 욕심낼만한 전력이 완성된다. 그 바람에 커리도 날개를 단 듯 펄펄 날고 있다. 평균 27.4득점, 6.5어시스트, 6.5리바운드, 1.6스틸, 게임당 3점슛 5개로 좋았을 때의 위용을 되찾은 모습이다. 

 

되살아난 커리를 중심으로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이 살아난 골든스테이트는 특유의 신바람 농구를 시즌 내내 재현할 수 있을까. 왕조 부활을 외치고 있는 황금전사 군단 행보에 NBA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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