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경기 연속’ 이정현, KCC 지키는 '최고의 캡틴'

김종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12-25 21: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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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짝패’를 보면 “강한 놈이 오래 가는 게 아니고 오래 가는 놈이 강한 거더라”는 대사가 나온다.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비쳐주는 말로 딱 어울린다. 하지만 스포츠로 범위를 좁혀보면 이말은 맞으면서도 틀리다. 스포츠라는 무대는 강하지않고서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재능을 인정받아온 인물들이 피나는 훈련과 경험 속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거기서 살아남은 최고의 선수들이 다시 경쟁하는 총성없는 전쟁터가 바로 스포츠의 세계다. 조금만 방심하면 경쟁자에게 자리를 빼앗길 수 있는 것은 물론 기량을 유지한다해도 부상이라는 돌발변수까지 도사리고 있다.


그런 점을 감안했을때 롱런 특히 연속 경기 출장에서 의미있는 기록을 남긴 스포츠 스타들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고해도 무리가 아니다. 미국프로야구(MLB) 레전드 중 한명인 '철인' 칼 립켄 주니어의 연속 경기 출장이 지금까지도 위대한 기록으로 회자되는 이유다. 무대를 KBL로 옮겨보면 이러한 연속 출장 기록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게 된 이름이 있다. 전주 KCC 소속 베테랑 이정현(34·191㎝)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정현은 지난 25일 있었던 KGC와의 경기에서 정규리그 500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세웠다. 이전까지 정규리그 통산 500경기를 넘어선 선수는 41명이 있었지만 이정현의 기록은 다르다. 총 500경기 출장 자체도 쉽지않거늘 거기에 ‘연속’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성실함의 대명사로 불리던 추승균의 384경기를 훌쩍 뛰어넘는 KBL 역대 최다 연속 출전기록이다. 2010∼2011시즌 데뷔한 이후 무려 11시즌 동안 한 경기도 빠지지않고 출전해서 만들어낸 기록인데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니만큼 앞으로도 깨지기 쉽지않아보인다.


신체적 충돌이 잦은 종목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이정현의 연속 출장 경기 기록은 그야말로 엄청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같은 기록을 세우려면 일단 부상이 없어야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계속해서 기량을 유지해야한다. 두가지 중 하나만 어긋나도 달성이 불가능한 기록이다. 이번 이정현의 기록에 대해 ‘위대하다’는 극찬까지 쏟아지는 이유다.

끊임없는 성장, 후배들의 롤모델

이정현은 끊임없이 성장하는 유형의 선수다. 신인 시절만 하더라도 과감성은 인상적이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 다소 투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그러한 자신감있는 플레이만으로도 ‘될성부른 떡잎’으로 분류됐다. 상당수 신인이 프로라는 큰 무대에서 긴장하고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비해 이정현은 아마 시절의 에이스 마인드를 그대로 재현했다. 신인드래프트 2순위로 지명될 당시만해도 ‘다소 지명 순위가 높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샀으나 출장기회를 받기 무섭게 코트에서 펄펄 날아다니며 순위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물론 당시에는 잘하기는 했지만 드래프트 동기인 1순위 박찬희(34·190㎝)에 비해서는 다소 밀렸던 것이 사실이다. 장신 퓨어가드 타입에 가까웠던 박찬희는 첫해부터 공수에서 펄펄날며 주전으로 뛰었다. 반면 이정현은 박찬희의 존재로 인해 주전과 식스맨을 오갔다. 물론 연속 출장경기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팀에 꼭 필요한 선수로서 꾸준히 코트에서 제 역할을 해줬다.
 

상무 입대 이후에는 입지가 달라졌다. 박찬희와 팀내의 위치가 문제가 아닌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2번으로서 자리를 굳히게됐다. 상무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연속 우승에 기여한 것을 비롯 당시 소속팀 KGC가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한 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엄청난 빅샷을 성공시키며 홈팬들을 웃게 했다. 승부처에서 양희종은 계속해서 이정현을 언급했고 김승기 감독 역시 이정현에게 마지막 슛을 맡겼다. 이정현 역시 기대에 부응하며 KGC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 만들어졌다.

 


이정현의 최대 장점은 어떤 식으로든지 팀에 공헌한다는 점이다. 일단 내외곽을 두루 갖췄다는 점이 크다. 받아먹는 슈터같은 경우 슛감이 좋지 않은 날은 투명인간 모드가 되기도하고 돌파에 강점이 있는 선수는 상대 수비에 막힐 경우 어려움을 겪기도한다. 볼 핸들링과 스탭이 좋고 슛까지 가지고있는 이정현은 양쪽이 다된다.


슛감이 좋은 날은 외곽에서 슛을 펑펑 터트리고 그렇지않은 경우에는 과감하게 돌파를 감행해 득점을 올리거나 자유투를 얻어낸다. 골밑으로 들어갈 듯하다가 순간적으로 멈춰 서서 쏘는 미들슛, 뱅크슛도 일품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포스트업까지 가능하다. 내외곽플레이가 모두 잘되는 날은 그야말로 언터처블이다.


이정현은 볼을 많이 만지는 타입이기는 하지만 팀 동료들과도 융화가 잘된다.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에이스로서 공격을 이끄는 것은 물론 ‘오프 더 볼 무브’가 워낙 좋아 받아먹는 플레이에도 능하다. 자신이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슈터 혹은 속공수의 역할도 잘해준다. 그날 동료의 컨디션이 좋으면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얼마든지 밀어준다. 에이스이면서도 제 2, 3공격수로 변경이 가능한 기량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이정현이 경험을 쌓아가면서 얻게된 또 다른 무기는 패싱능력이다. 신인 시절의 이정현은 워낙에 공격적이었던지라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무모할 정도로 우당퉁탕 들이박았다. 그러한 점이 때로는 ‘양날의 검’처럼 보여지기도했다. 시즌이 거듭되면서 이정현은 달라졌다. 워낙 BQ가 좋은 선수인지라 자신이 무엇을 해야 더 가치를 인정받고 팀에 도움이 되는지를 잘 알고있었다.


외곽이 잘 안될 때는 돌파, 돌파가 막힐 때는 슈팅을 통해 풀어나가는 단계를 넘어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에도 완전히 눈을 뜨게 된다. 완숙의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2대 2 플레이는 물론 순간 순간 재치가 번뜩이는 창의적인 패스는 어지간한 포인트가드 못지않다. 이정현이 볼을 잡으면 수비수의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는 이유다.


신기성 SPOTV 해설위원은 “이정현처럼 센스가 좋고 기술적으로 완성된 테크니션은 신체적인 능력치가 떨어지는 시기가 와도 다른 부분을 통해 보강할 줄 아는 경지를 보여준다. 본래 잘했던 선수인지라 지금와서 잘한다고 칭찬한다는 자체가 무색할 정도지만 나이로 인해 다소 감소한 운동능력 등을 수비수의 타이밍을 뺏는다든가하는 노련미로 커버하는 빼어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의 또 다른 가치는 리더십이다. 그는 뛰어난 기량에 더해 경기장 안팎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인해 감독, 코치 및 동료들의 신뢰가 두텁다. 인터뷰 등을 통해 팀 후배들이 “정현이형이 우리를 끌어주는한 언제든지 우승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 돌아가면서 말할 정도다. 이정현에 대한 팀내 믿음과 존경심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KCC는 송교창 등 주축 선수들의 크고 작은 줄부상으로 인해 9위까지 순위가 추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약한 전력, 얇은 선수층에도 불구하고 선전을 거듭하기도 했지만 경기가 거듭될수록 체력난까지오며 고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KCC 선수들은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않았다. 여기에는 든든하게 팀원들을 끌어주는 캡틴 이정현의 역할이 크다는 분석이다. 팬들은 이정현이 있는한 KCC발 반격의 순간은 반드시 올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홍기웅 기자,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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