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슈터 잔혹사, 언제쯤 끊어질까?

김종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12-21 20: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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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리그, 어떤 팀이든지 마찬가지겠지만 확실하게 외곽을 책임져줄 수 있는 전문슈터의 유무는 팀전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골밑을 지키는 빅맨에게는 수비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동료들의 돌파도 더 활발하게 만드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동료들에게는 든든함을, 상대팀에게는 부담감을 안겨주며 다양한 형태로 팀 승패에 관여한다.

 

90년대 초반 무적 행진을 벌이던 연세대학교는 센터 서장훈의 존재가 매우 위력적이었으나 그가 골밑에 집중할 수 있게 외곽에서 3점슛을 펑펑 꽂아주던 문경은, 우지원, 김훈의 이른바 양궁부대 역할도 컸다. 프로원년 나래 블루버드(현 DB) 또한 약체라는 평가를 뒤집고 준우승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던데에는 칼레이 해리스, 제이슨 윌리포드라는 강력한 외국인 듀오를 도와 외곽에서 3점슛을 책임지던 정인교의 존재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이후 나래는 TG삼보로 팀명을 바꾼 후 첫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는데 당시 외국인 슈터로 활약하던 데이비드 잭슨의 활약이 엄청났다. 양경민이라는 걸출한 공수겸장 토종 슈터가 있는 상태에서 잭슨까지 폭발적으로 외곽슛을 쏟아내자 상대 수비는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게 됐고 골밑의 김주성, 리온 데릭스까지 다채로운 플레이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전주 KCC 또한 슈터 덕을 단단히 본 팀 중 하나다. ‘캥거루 슈터’ 조성원(현 LG 감독)은 당시 KCC의 가장 날카로운 병기 중 하나였다. 이상민, 추승균과 함께 1차 왕조의 주역이었던 그는 신장(180cm)은 작았지만 폭발적인 외곽슛을 바탕으로 KCC 간판 궁수로 활약했다.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상대 수비진을 괴롭혔고 슛 타이밍이 워낙 빨라 공을 잡는 순간 수비수가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림을 갈라버리기 일쑤였다.


왼발을 앞에 놓고도 슛을 성공시키는 일명 ‘짝발스텝’은 물론 속공 시에도 쉬운 레이업슛 대신 3점으로 마무리 짓는 등 그야말로 전천후 슈터였다. 속공 상황에서 조성원의 3점슛이 터지면 KCC의 분위기는 한껏 올라갔고 상대팀 수비수들은 허탈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안정감과 폭발력 양쪽에서 기량을 과시했다.


여기에 빠른 발과 높은 탄력으로 조금의 틈만 있으면 골밑으로 파고들어 속공 레이업슛이나 더블 클러치를 성공시켰다. 수비하는 입장에서 조성원의 작은 움직임 하나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조니 맥도웰만 신경쓰다가 조성원을 놓쳐 경기를 내주는 팀들도 부지기수였다. 첫 우승을 차지했던 기아와의 챔피언결정전 당시 허재의 미친 퍼포먼스에 KCC는 적지않은 고전을 했다. 이때 3점슛을 통해 맞불을 놓으며 분위기를 대등하게 가져갔던 조성원이 없었다면 우승팀은 바뀔 수도 있었다는 평가다.


아쉽게도 총 3번의 우승을 이끈 조성원 이후 KCC는 슈터와 인연을 맺지못했다. 주전급은 커녕 키식스맨 조차 없었다. 구단 역시 노력을 안한 것은 아니다. 신인드래프트 지명은 물론 타팀에서 어느정도 검증된 슈터를 영입하는 등 외곽 화력 업그레이드를 위한 고심은 계속됐다.


조성원과 트레이드 되었던 양희승, 대형 외국인선수 코트니 심스를 내주면서까지 데려온 김효범 등은 빼어난 슈터로 이름을 떨쳤던 선수들이지만 KCC에 올 당시에는 전성기가 지나있었다. 부상과 그로 인한 기량 저하로 하락세를 밟았다. 2군 신화의 최지훈이나 윤호성 등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으며 잠시 기대를 모았었던 이동준, 정선규는 말 그대로 슛만 좋았다. 수비나 패싱게임 등은 그렇다치더라도 볼없는 움직임, 팀플레이 등에서도 약점을 보이며 출장시간 자체를 제대로 가져가지 못했다.

 


2014년 드래프트는 KCC팬들 입장에서 두고두고 흑역사로 회자되고 있다. 당시 KCC는 4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허재 감독의 아들 허웅 지명이 유력했다. 감독의 아들이라는 이유를 떠나 기량, 명성 등을 감안했을 때 허웅을 뽑는게 맞았다. 하지만 대반전이 일어났다. 허 감독은 허웅 대신 이승현, 이종현, 문성곤 등과 함께 고려대 전성시대를 이끈 슈터 김지후를 지명했다.


의외의 지명에 대해 각 언론에서 ‘아들을 뽑기가 부담스러웠느냐’는 질문이 쏟아졌고, 허재 감독은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하면서도 “현재 팀에 더 필요한 선수는 김지후다”고 잘라 말했다. 이때만해도 허웅이 낫기는 했지만 둘다 완성된 선수가 아니다는 점에서 큰 격차는 없었다. 외려 슛 하나만 놓고보면 김지후가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아쉽게도 김지후는 고질적 수비불안 등을 고치지 못한 채 들쭉날쭉한 출장 시간 속에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결국 딱히 보여준 것 없이 트레이드를 통해 타팀으로 떠나버렸다. 스포츠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다지만 당시 허감독이 개인적인 감정없이 순리대로 허웅을 뽑았다면 KCC는 송교창과 더불어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젊은 원투펀치를 보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전창진 감독 체제에서도 3점슛은 꼭 필요한 옵션이다. 전감독이 추구하는 모션오펜스, 스페이싱 농구에서 빼어난 저격수는 활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전문 슈터가 외곽에서 안정적으로 3점슛을 넣어줄 수 있다면 이정현-송교창(현재 부상중)에 대한 집중수비는 한결 얇아질 것이 분명하다. 이정현의 투맨게임, 송교창의 빠른 돌파가 더욱 위력을 떨칠 수 있게된다.


지난 시즌 KCC는 다수의 볼 핸들러와 기동력 넘치는 선수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외곽 지원이 시원치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이전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검증된 베테랑 슈터 전준범(30·194㎝)을 트레이드로 데려온 것도 그러한 이유다. KCC의 슈터 보강에 대한 의지는 거기서 끝나지않았다. 2020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8순위로 지명한 '몽골 독수리' 이근휘(히시게 벌드수흐·23·187cm)는 전문 슈터 스타일이다. 슛하나 만큼은 대학시절부터 인정받았다. 전감독은 이근휘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고 성장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근휘는 최근에서야 겨우 기회를 받았다. 슛하나는 당장 1군에서 통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고질적 수비 불안이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이유가 크다. 기회를 받은 이근휘는 장기인 슛을 앞세워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6경기에서 평균 8.2득점, 1.7리바운드, 1어시스트. 1.2스틸로 준수한 성적을 남기고있는 모습이다. 특히 54.2%에 달하는 3점슛 성공률이 눈에 띈다. 신인급 벤치멤버로서 충분히 좋은 기록이다. 조성원 이후 잔혹사가 되어버린 KCC 슈터 역사에 이근휘가 새로운 희망이 되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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