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슬램덩크>속 NBA 스타는 누구? (하)

김종수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11-29 2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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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치수는 로빈슨? 유잉?
 

듬직한 체격을 바탕으로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북산 센터 채치수에게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기둥이었던 '해군제독' 데이비드 로빈슨이 떠오른다는 이들이 많다. 로빈슨은 후계자 팀 던컨이 그랬던 것처럼 크게 개성을 부리거나 튀는 스타일은 아니다. 묵묵하게 농구에 집중하고 기복없는 플레이로 포스트를 사수하며 팀 동료들을 든든하게 해준다. 물론 로빈슨은 정통적인 센터면서도 빠른 스피드로 코트를 오가는 기동력에 퍼스트 스탭이 좋아 페이스업에 능했다. 거기에 중거리 슛도 빼어났다.


하지만 슬램덩크 대부분 캐릭터는 실제 모델보다 능력치가 하향평준화되어있다. 어찌보면 그렇기에 더 리얼리티한 고교농구만화로 팬들에게 생생함을 안겨줬는지도 모른다. 채치수가 로빈슨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페이스업까지 가능했다고치면 다른 캐릭터들도 덩달아 능력치를 상향조정해야된다. 특히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대표격인 윤대협은 레벨업이 너무 많이되어 전체적 현장감이 떨어졌을 공산도 크다.


강백호를 농구계에 입문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채치수는 자신이 에이스가 된다거나 인기스타로 발돋움하는 것에는 큰 욕심이 없다. 오직 팀 동료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랄 뿐이다.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자신의 열정을 강요하는 독불장군같은 행보로 농구부원 대부분을 떨어져 나가게 하기도 했는데 이후 운좋게도 농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서태웅, 정대만에 별 생각없는 단순한 강백호, 송태섭 등 뜻이 맞는 동료들과 만나 졸업반의 마지막 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다.


채치수가 지키는 골밑을 만만하게 보고 달려들다가는 큰코 다친다. 정통 센터답게 항상 포스트에 집중하고 있는지라 상대가 누구든 자신의 영역에 침범했다고 판단되면 거침없이 '파리채 블로킹'을 시전한다. 사실 초창기의 그는 로빈슨보다는 뉴욕닉스의 레전드 ’킹콩 센터‘ 페트릭 유잉을 더 닮았었다. 수시로 언급되는 고릴라 이미지, 덩크나 블록슛 모션 등 곳곳에서 유잉이 보인다.


실제로 그림도 그렇다. 작가는 한번씩 실제 NBA선수가 연상될만큼 진지하게 그려내는 컷을 보여주는데 채치수는 진지한 버전, 개그 버전 등을 통해 쉬임없이 ’유잉=채치수‘라는 이미지를 쌓아갔다. 물론 그렇다고 앞서 언급한 로빈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반을 넘어가면서 슬램덩크의 그림체도 변해가고 더불어 채치수 얼굴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다. 고릴라 이미지가 조금씩 흐려지더니 유잉보다 로빈슨을 닮은 얼굴로 진화(?)해간다. 어쩌면 당시 NBA 상황에 따른 작가의 변덕일수도 있는만큼 둘다 채치수의 모델이 되었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윤대협과 ’매직 존슨‘

3학년 이정환과 김수겸이 고교시절 내내 카나가와현을 대표했다면 이들의 뒤를 이을 선두주자는 단연 능남 2학년생 윤대협이다. 강백호의 롤모델이 로드맨으로 모아진다면 포워드임에도 어지간한 포인트가드 이상의 리딩능력과 패싱센스를 갖춘 윤대협은 쇼타임 레이커스의 전설 '코트의 마법사' 매직 존슨을 연상케 한다. ’윤대협=매직 존슨‘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편이다.


매직은 1번이면서도 어지간한 포워드보다도 큰 신장(206cm)을 갖춘 장신 포인트가드였다. 단순히 키만 큰 것이 아닌 최고 수준의 1번이면서도 필요하다 싶은 순간에는 여러 포지션도 문제없이 소화해냈던 만능 플레이어다. 심지어 파이널같은 큰 무대에서 센터까지 본적이 있다. 빅맨의 사이즈에 센스넘치는 테크니션이 합쳐진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윤대협도 그렇다. 그는 평소에는 이타적인 마인드로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를 즐기지만 승부처다 판단되면 직접 에이스가 되어 위기 상황을 뚫어나간다. 190cm의 신장은 슬램덩크 세계관에서는 충분히 장신 3번으로 볼 수 있는 사이즈이며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엄청난 재능을 선보이는 장난꾸러기 캐릭터는 여러모로 매직을 떠오르게하기에 충분하다. 후반기 전국대회 편을 통해 대영의 이현수, 지학의 마성지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노출신이 너무 적다. 슬램덩크 팬들에게 최고의 테크니션은 윤대협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던‘ 서태웅과 ’페니‘ 정우성

서태웅은 시카고 불스가 1차 3연패를 이루기 직전 시절 '블랙켓' 모드였던 마이클 조던과 닮았다는 의견이 많다. 당시 조던이 그랬듯 서태웅은 뛰어난 득점력을 갖추고 있지만 주로 개인기 위주이며 노련미가 부족하다. 윤대협(매직)-이정환(토마스) 등 노련한 플레이어들에게 밀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상대가 누구든 ’내가 최고다‘는 자기 주도적인 성격은 물론 붉은 유니폼을 입고 펼쳐 보이는 화려한 플레이 역시 조던이 자주 떠오른다.


하지만 앙숙이자 콤비(?)인 강백호가 그랬던 것처럼 연이어 강적들과 겨루면서 성장을 거듭하는데 전국대회에서 산왕공고 에이스 정우성과 혈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팀 플레이에도 눈을 떠간다. 서태웅은 개인 공격 밖에 없다는 판단을 가지고 막아서는 정우성의 머릿속에 패싱능력도 있다는 것을 각인시켜버린다. 벅찬 상대와의 실전 속에서 서태웅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순간이다.


현실의 NBA에서 조던은 농구 황제였고 페니 하더웨이는 뒤를 이어 리그를 이끌어갈 슈퍼스타 후보였다. 비록 부상으로인해 왕좌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지만 당시 NBA팬들 사이에서 페니는 차세대 조던 0순위였다. 슬램덩크 만화상에서는 조던과 페니의 위상이 반대다.
 

서태웅(조던)은 이정환, 윤대협 등 쟁쟁한 선배들도 인정할 정도로 자질은 차고 넘치지만 카나가와현에서도 아직 최고가 아닐 정도로 갈길이 멀다. 반면 최강팀 산왕공고의 정우성은 모두가 인정하는 전국구 에이스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여러 플레이 모습에서 앤퍼니 '페니' 하더웨이가 오버랩된다. 현실에서 페니가 이루지못한 꿈을 정우성은 고교무대에서 이미 이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페니의 팬이라고 밝히기도한 작가의 팬심이 들어간 부분이 아닐까싶다.
 

'올라주원' 신현철

외모(?)만 보면 상상이 안갈수도 있겠지만 산왕공고의 주전 센터 신현철은 휴스턴 로키츠의 레전드로 유명한 ’흑표범‘ 하킴 올라주원을 연상케 한다. 한 인터뷰에서 조던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현 시대 가장 뛰어난 센터가 누구냐?‘고 물어보자 돌아온 대답은 ’유잉이다‘였다. 그러자 ”올라주원은?“이라는 반문이 이어졌고 이에 조던은 ‘그는 스몰포워드다’고 답한 일화가 있다. 그만큼 올라주원은 최고의 테크닉을 갖춘 빅맨이었다. 센터로서 갖춰야할 것들은 두루 겸비한 상태에서 스몰포워드를 연상케하는 기술과 스피드까지 과시했다. 주무기인 '드림 쉐이크(Dream Shake)'는 카림 압둘자바의 스카이 훅슛 등과 더불어 NBA 역대급 필살기로 꼽힐 정도다.


북산과 만난 신현철 역시 그랬다. 전국 최고의 센터답게 엄청난 제공권 장악 능력을 선보이면서도 어지간한 포워드 못지 않은 유연한 몸놀림과 테크닉으로 채치수를 농락했다. 거기에 3점슛까지 작렬시키며 경기장을 침묵의 도가니에 빠트려버렸다. 신현철은 처음 농구를 시작하던 무렵에는 키가 크지 않았다. 때문에 가드, 포워드를 모두 경험했고 센터가 된 이후에는 타 포지션의 기술까지 겸비할 수 있었다. 기본기와 각종 테크닉은 물론 풍부한 경험까지, 채치수가 당해낼 수 없는 레벨이었다.


여기서 채치수의 라이벌 변덕규의 명대사가 나온다. 채치수를 응원하러온 변덕규는 요리사 복장을 한 채 칼로 무우를 깎으며 ‘너는 화려한 도미가 아니다. 가자미다. 진흙투성이가 돼라’고 충고한다. 이에 채치수는 경기중 각성하며 ‘겨울은 끝났다’는 마음의 외침과 함께 팀플레이와 허슬로 신현철과 맞선다.
 


김판석은 ‘샤킬 오닐‘

작품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는 바람에 자주 등장하지는 못했지만 명정공업의 김판석은 팬들에게 짧고 큰 임팩트를 남긴 캐릭터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아직 부족하지만 키 199cm, 체중 100kg의 압도적 피지컬을 바탕으로 파워를 통해 골밑을 지배했던 이른바 ‘힘캐(힘 센 캐릭터)’다. 잠깐 등장했을 뿐인데도 작품속 끝판왕 같은 이미지를 남겼을 정도다.


그는 단순히 어깨를 툭 부딪힌 것만으로도 힘 좋은 강백호를 튕겨져 나가게 했다. 덩크슛 폼, 괴력 그리고 강해보이는 외모까지, 많은 팬들은 김판석이 등장하자마자 한 선수를 떠올렸다. 다름 아닌 거구와 괴력으로 당시 NBA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던 올랜도 매직 시절의 '공룡센터' 샤킬 오닐이다. 만약 작품이 산왕공고전을 마지막으로 끝나지 않았다면 최후의 명승부는 북산과 명정공업의 대결이 되었을 공산이 크다. 팬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이기도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대원씨아이, 나이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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