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슬램덩크>속 NBA 스타는 누구? (상)

김종수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11-23 19: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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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흐름을 탄다. 폭넓은 인기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식어버리는게 바로 유행이다. 그런 가운데 간혹 특별한 유행이 존재하기도 한다. 당시에도 인기가 높았지만 어느 정도 식어버린 후에도 꾸준하게 잊혀지지 않는…, 어쩌면 가장 많은 이들이 원하는 인기와 유행일 것이다.


이런 류의 유행은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열성 팬을 중심으로 꾸준히 회자되고 그로 인해 새로운 팬층이 또다시 유입된다. 국내기준으로 본다면 중국이 낳은 밀리언셀러 작가 김용(金庸)의 무협 소설이 대표적이다. 작품이 나온지 50년 이상이 지났고 작가마저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무협 팬들 사이에서는 ’김용 세계관 최강자는 누구?‘, ’작품속 숨은 이야기 찾기‘ 등 수많은 논쟁과 토론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슬램덩크도 빠질 수 없다. 이노우에 다케히코 원작의 인기 만화 ’슬램덩크(SLAM DUNK)‘는 농구 팬들 사이에서 잊혀지지 않는 밀리언셀러다. 1996년에 연재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캐릭터 대다수가 고정 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비롯해 '난 바스켓맨이니까', '왼손은 그저 거들 뿐',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난 지금입니다‘ 등의 대사가 두고두고 패러디 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현지에서의 인기도 여전한지라 내년 가을 개봉을 목표로 영화 역시 제작에 들어갔다고 공식 웹사이트에서 밝힌바 있다.


슬램덩크는 전 세계적으로 NBA 인기가 불타오르기 시작할 무렵 연재됐다. 그런 만큼 만화 속 리얼한 캐릭터들은 여러 가지 부분에서 당시 NBA 스타들과 흡사한 면을 보이고 있다. 그로인해 팬들 사이에서 실제 인물과의 비교 논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작가인 이노우에가 확실하게 콕 집어 말을 해줬으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누가 누구를 모델로 했다더라‘에서 마무리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작가는 극히 일부 캐릭터에 대해서만 모티브로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머지는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인물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외려 논쟁에 불을 붙였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상당수 캐릭터들이 흡사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외모나 스타일 면에서 NBA 스타들과 닮은 캐릭터들이 원체 많았다. 어쩌면 작가의 ’큰 그림(?)‘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오랜 시간 동안 만화속 인물과 실제 모델의 비교는 꾸준히 계속되어왔다. 이에 작품의 열성 팬이었던 기자 역시 거기에 한번 동참해보았다. 확실한 답이 없는 논쟁인지라 기자 개인의 주관적 의견도 일부 들어갈 수 있음을 미리 밝혀 둔다.
 


강백호와 ’데니스 로드맨‘

작가의 말을 떠나 대다수 농구 팬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는 캐릭터다. 다른 선수들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하지만 강백호만큼은 특정 선수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주인공 강백호는 고등학생 신분으로서는 파격적인 빨강 머리에, 아니다 싶을 때는 누구 말도 듣지 않는 고집불통, 거기에 자신만의 세계까지…, 개성이 철철 넘치는 인물이다. 성격도 단순한지라 상대를 볼 때도 나에게 좋은 사람, 나에게 나쁜 사람 혹은 잘해주고 싶은 놈, 미운 놈 등 1차원적으로 느끼고 상대한다. 다루기 힘든 야생마같다.


하지만 한번 꽂히면 누구보다도 뜨겁게 불타오르는 의지를 가진 열혈남아이기도하다. 그러한 강백호의 롤모델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은 '코트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이다. ’리바운드 원툴‘ 플레이 하나만으로 NBA 명예의 전당에 오른 리바운드의 대가다. 득점력은 떨어지지만 빼어난 수비력과 무시무시한 리바운드 능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작품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명언이 딱 들어맞는 선수다.


강백호 역시 마찬가지다. 농구 경력은 짧지만 탁월한 운동신경을 갖추고 있던 그는 리바운드에 재미를 붙인 이후 소속팀 북산 골밑의 키 플레이어로 거듭난다. 상대 빅맨들에게 겹겹이 둘러쌓인 상태에서 몇번의 연속 점프로 결국 리바운드를 낚아채는 것을 비롯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루즈볼을 향해 몸을 날리는 투혼은 딱 판박이다.

이정환과 ’아이재이아 토마스‘

'카나가와 넘버원'을 상징하는 남자는 윤대협도, 김수겸도, 채지수도 아닌 이정환이다. 왕자 해남의 에이스로 작품 속에서 주 무대가 되는 카나가와현 최고의 플레이어라 할 수 있다. 이정환은 과거 디트로이트 '배드보이스 1기'의 캡틴 아이재이아 토마스를 쏙 빼닮았다. 토마스는 186cm의 크지 않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돌파와 클러치 샷을 자랑했으며 자신보다 훨씬 큰 상대들과의 몸싸움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특유의 근성을 바탕으로 엄청난 투지와 리더십까지 함께 가지고 있었던지라 빌 레임비어, 조 듀마스, 데니스 로드맨 등 터프가이들의 대장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도 완전히 각성하기 전까지는 중요한 순간 번번이 토마스의 디트로이트에 막히기 일쑤였을 정도다. 토마스는 동료들과 함께 자신들만의 거친 스타일로 팀에 2번의 파이널 우승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정환도 마찬가지다. 그는 어설픈 패싱게임으로 경기를 풀어가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선두에 서서 상대팀의 수비진을 허무는 돌격형 듀얼가드다. 순간적인 스피드가 워낙 좋아 동선이 간파당해도 어렵지 않게 뚫어버린다. 한발 앞서 잽싸게 막아서는 상대는 몸싸움으로 밀어낸다. 그야말로 한 마리 흑표범같다.


신장은 184cm에 불과하지만 워낙 빠르고 힘이 좋아 복잡한 잔기술 따위는 필요 없다. 같은 1번 포지션은 물론 어지간한 포워드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북산 센터 채치수의 골밑 수비를 돌파로 뚫고 능남 포워드 윤대협을 상대로 블록슛을 하는 등 탈 가드급 플레이를 수시로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 과시한 기량과 플레이만 보면 말이 1번이지 전 포지션 소화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여겨질 정도다. 북산 안감독이 무려 4명이서 이정환을 둘러쌓아 막는 수비를 지시하면서 중얼거린 말이 있다. "그만한 가치가 있네. 저 이정환이라는 플레이어는…“
 


'스탁스' 정대만과 '밀러' 신준섭

슬램덩크 속 최고 슈터는 단연 북산 정대만과 해남 신준섭이다. 외곽슛을 통해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위력적인 한방을 갖고 있는 이들은 뛰어난 슈터라는 점은 같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천양지차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 '불꽃 남자'라는 애칭으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던 정대만은 1990년대 뉴욕 닉스의 대표 슛쟁이 존 스탁스를 연상시킨다. 어릴 때 스탁스는 운동은 잘했지만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수시로 나쁜 짓을 저질렀다. ’너는 나의 유일한 희망이란다. 내 희망이 무너지면 나는 더 이상 살지 못할 거야.‘ 그러다가 어머님의 애정 어린 설득에 마음을 잡고 농구를 시작하게 된다.


정대만 역시 마찬가지다. 농구 유망주였다가 부상으로 방황하던 시절 불량한 친구들과 함께 헛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북산에서 폭력사건을 일으키던 중 마음속 깊은 속에 잠재되어있던 농구에 대한 열정을 다시금 토해낸다. 북산 안감독에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농구가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농구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간절한지가 느껴진다.


스탁스는 이른바 몰아치기에 강했다. 안정적으로 외곽슛을 꽂아 넣는 타입이라기보다는 한번 터질 때 미친 듯이 쏟아붓는 스타일이었다. 좋게 말하면 분위기를 잘 탄다고 할 수 있는데 학창 시절 방황으로 인해 한동안 농구공을 잡지 못해 기복 심한 슈터가 된 정대만도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을 보인다. 한번 터지면 무섭지만 꾸준함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거기에 스탁스는 ’싸움닭‘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비에도 능했는데 정대만 역시 슈터 포지션, 오랜 공백 등을 감안했을 때 준수한 디펜스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작품 속 슈터로서의 완성도만 놓고 따진다면 정대만보다는 신준섭이다. 한동안 농구를 하지 못(안)했던 정대만과 달리 신준섭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500개의 3점슛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이정환과 더불어 해남의 화력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었으며 서태웅, 윤대협을 제치고 카나가와현 지역 예선 득점왕에 등극하기도 했다.


오픈 찬스는 거의 놓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안정적인 슈터로 그가 외곽에 버티고 있기에 이정환, 전호장 등이 마음 놓고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작가는 본인 작품은 NBA 플레이어와 큰 관계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캐릭터의 움직임, 외모 등을 보면 특정 선수가 대놓고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깡마른 체구에 깔끔한 슛폼 거기에 높은 포물선까지…, NBA팬이라면 누구나 신준섭에게서 당시 인디애나 페이서스 소속의 에이스 슈터 레지 밀러를 연상하고는 했다. 점점 비슷하다 싶더니 나중에는 둥근 모양의 귀까지 닮게 그렸다.

김수겸은 래리 버드? 마크 프라이스?

북산과 같은 지역 내에서 오랜 시간 동안 최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던 두팀은 해남과 상양이다. 해남에 이정환이 있다면 상양에는 김수겸이 있다. 이들은 외모와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각각 뛰어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지라 팀 동료들이 믿음을 갖고 따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단순히 유니폼 색깔이나 디자인만 놓고본다면 북산은 시카고 불스를 연상케한다. 상양유니폼에서는 보스턴 셀틱스가 떠오른다. 때문에 포지션은 다르지만 김수겸을 보스턴의 전설 래리 버드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지 않느냐는 의견도 많다. 모든 동료가 믿고 따르는 솔선수범하는 리더, 빼어난 슈팅력 등 닮은 점도 적지 않다.


1번 포지션이나 플레이 스타일까지 따져본다면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레전드 중 한명인 마크 프라이스와도 비슷하다. 프라이스는 사이즈는 크지 않았지만 특유의 리더십과 정교한 슈팅을 앞세워 당시 클리블랜드를 진두지휘했다. 비록 중요한 순간 번번이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조던의 시카고와 맞붙어도 치열하게 경쟁하며 접전을 벌였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아우라가 있었던지라 조던이 동료들에게 수시로 ’저 남자를 상대로 미리 겁먹지 말라‘고 독려했을 정도다. 해당 모델들이 그렇듯 김수겸은 센스와 전체 경기를 읽는 눈이 매우 좋다. 동료들 움직임에 맞춰 반 박자 빨리 패스를 건네는 것은 물론 슛을 던지는 타이밍 또한 상당히 빨라 매치업 상대를 힘들게 만드는 테크니션이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NBA아시아, 대원씨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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