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여덟 한채진'의 시간은 올해도 거꾸로 흐른다

서호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10-28 13:15:51
  • -
  • +
  • 인쇄

대체불가 철의 여인, 한채진(38, 174cm)의 시계는 거꾸로 흐르고 있다.

신한은행 한채진은 현역 최고령이다. 1984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서른 여덟살이다. 18년 전인 200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현대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에 데뷔했다. 양지희 전 BNK 썸 코치가 동기다.

하지만 코트에 들어선 그의 모습은 나이를 잊게한다. 지난 2019-2020시즌 신한은행으로 이적한 이후 2시즌 동안 1015분, 1073분을 뛰며 전체 선수 가운데 가장 긴 출전 시간을 가져갔다. 어디 출전 시간뿐이랴. 팀을 위해 허슬플레이, 리바운드 가담 등 궂은일을 도맡고 있고, 또 필요로 할 때 알토란 같은 3점슛도 꼬박꼬박 넣어주고 있다. 그야말로 철의 여인이라는 자신의 닉네임에 걸맞는 활약상이다. 이러한 한채진의 에너자이저같은 면모는 올 시즌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인천 신한은행은 27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21-2022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와의 홈 개막전에서 78-68로 이겼다.

사실 신한은행은 불안하게 올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우선 지난 시즌 주축 센터로 활약했던 한엄지가 무릎 부상이 악화돼 전반기 경기 출전이 어렵게 됐다. 가뜩이나 센터 김연희의 몸 상태가 아직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 골밑 기둥 하나가 더 빠져버린 것이다.

 

여기에 에이스 김단비도 부상 재활로 당분간 출전하기 힘들다. 전체적으로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신한은행은 주전 의존도가 높다. 그런데 주축 선수들 중에 부상자가 속출하니, 구나단 대행으로선 고민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농구가 신장 아닌 심장으로 하는 스포츠라고 하지만 신한은행에게 가혹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골밑에 뚜렷한 대안이 없었던 구나단 대행은 결국 개막전부터 신인 변소정을 주전 라인업에 파격기용했다. 김단비가 없는 가운데 팀의 중심은 한채진이 맡게 됐다. 구나단 감독대행은 "김단비가 없지만 (한)채진이가 중심을 잡아줄 것이다. 수비는 WKBL에서 탑 클래스다. 팀 내 맏언니로서 우리 팀이 어떤 농구를 해나가야 하는지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팀의 사정이 최고령 선수인 한채진에게 어느 정도 부담이 될 법도 한 일.

하지만 한채진이 이를 꿋꿋이 해냈다. 이날 한채진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한채진은 득점보다는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돋보였다. 자신보다 신장이 큰 진안, 강아정과 골밑에서 자리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또 자신이 리바운드를 잡지 못할 때에도 몸을 날리는 투지를 발휘했다. 화려함보다 궂은일에 집중한 그는 마치 ‘인천의 채치수’와 같았다.

한채진은 이날 풀 타임을 소화하며 9점 16리바운드 4어시스트 5스틸 1블록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기록지에서 주목이 가는 스탯은 리바운드 수치. 한채진이 이날 잡아낸 리바운드는 총 16개.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이날 전까지 한채진이 기록한 개인 최다 리바운드는 10개다. 그는 BNK 전에서 3쿼터에만 이미 12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보통 빅맨 포지션의 선수들도 한 경기에서 리바운드 10개 잡는 것이 쉽지 않은데, 가드 포지션의 선수가 그것도 리바운드 15개 이상 잡아내는 진귀한 기록을 세운 것이다.

신한은행 이날 한채진의 활약 덕분에 대등한 리바운드 싸움(41-43)을 펼칠 수 있었고, 이는 승리로 직결됐다. 경기종료 후 구나단 감독 대행은 "(한)채진이에게 너무 고맙다. 사실 오늘 같은 기록은 빅맨도 쉽게 하기 힘든 기록 아닌가. 선수들에게 공격의 시작 그리고 수비의 끝은 리바운드라고 강조했다. 채진이가 그 역할을 잘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한채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한채진이 보여준 에너지레벨은 베테랑 만이 할 수 있는 노련미, 개인의 욕심이 아닌 오로지 팀의 득점과 승리를 위한 팀 플레이였다.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리더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팀의 중심을 다잡았다.  

 

이렇듯 서른 여덟, 은퇴를 앞둔 나이임에도 한채진의 선수 시계는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그의 전성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진_WKBL 제공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JUMPBALL TV

오늘의 이슈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JUMPBALL 매거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