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표 전주비빔밥, 언제쯤 완성될까?

김종수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11-24 01: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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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KCC는 신인드래프트에서 포인트가드 지명건으로 크게 한번 울고 크게 한번 웃은적이 있다. 운 사례는 역시 양동근과 관련된 드래프트 지명권 양도다. KCC는 2003-04 시즌 도중 모비스(현 현대모비스) 센터 R.F. 바셋을 임대 영입하는 과정에서 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드래프트 지명권을 모비스에게 양도했다. 결국 2004년 전체 1순위로 뽑은 양동근은 모비스의 품에 안기게됐고 그로인해 양팀은 물론 프로농구 전체의 역사가 바뀌게되었다.


당시 모비스는 이정석을 염두에 두고있었는데 KCC 신선우 감독의 추천으로 인해 양동근을 뽑았다고 알려져있다. KCC는 바셋을 데려와 퍼즐을 맞추며 이전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양동근이 모비스에 안겨준 우승은 무려 6회였다. 이전까지 최다우승팀은 KCC였지만 양동근의 모비스에 의해 금새 따라잡혔고 현재는 2위로 내려앉았다.


아무리 당시 바셋 영입으로 우승을 했다지만 이후 양동근의 커리어가 커질수록 KCC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양팀의 운명을 바꾼 역대급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웃게 된 적도 있었으니 다름아닌 2017 신인드래프트에서 유현준(24‧178㎝)을 지명했을 때다. 이전 모비스에게는 양동근이라는 대어를 뽑아놓고도 눈물을 머금고 보내야했다면 유현준은 거꾸로 삼성에서 받는 입장이 되었다. KCC는 두 번의 행운이 따른 끝에 유현준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사실 드래프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현준은 드래프트 후보군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한양대학교에 재학 중인 관계로 차후 드래프트에서나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뜻밖의 조기진출을 선언하면서 삽시간에 드래프트를 뜨겁게 달구는 주인공 중 한명으로 떠올랐다.


더 큰 진짜 행운은 지명 순위에서 나왔다. KCC는 몸값 높은 김태술을 이현민과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1라운드 지명권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직전 시즌 삼성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면서 1.5%의 확률만을 부여받게 됨에 따라 큰 메리트는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바로 그 1.5%가 3순위에서 터져 나왔고 환호성을 내지를 수 있었다. 무려 2번의 행운이 겹친 끝에 당시 팀 내에 꼭 필요한 차세대 주전급 젊은 1번을 수혈할 수 있게됐던 것이다. KCC팬들은 쾌재를 부르며 '운명적 만남'을 한껏 기뻐했다. 대학리그 최고의 슈터중 한명인 김국찬도 5순위로 지명했던지라 기존 송교창과 함께 미래의 빅3를 이룰것으로 기대가 높았다.


오랜만에 나온 어린 퓨어가드 유망주라는 점에서 유현준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후했다. 대학농구리그에서 평균 14.1득점, 5리바운드, 4.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양대를 플레이오프에 올려놓는 동시에 신인상까지 수상했던지라 인지도에서 밀릴뿐 1,2순위로 부산 kt에 지명된 허훈, 양홍석 부럽지않다는 말까지 있었다. 사이즈는 작지만 두둑한 배짱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KCC팬들 사이에서는 ’제2의 김승현‘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5시즌째에 접어든 현재 유현준은 팬들 사이에서 ’애증의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1, 2순위 허훈, 양홍석은 물론 유현준보다 늦게 지명받은 안영준(4순위), 김낙현(6순위)까지 앞뒤로 뽑힌 선수들이 하나같이 KBL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를 굳혀가고있는 가운데 성장세가 너무 더디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점이었던 나이도 시즌이 거듭될수록 메리트를 잃어가고 있다.


제대로 출장시간을 가져가기 시작한 지난 시즌부터 유현준은 팬들로부터 상당한 비난을 받고 있다.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조금씩 성장하는 중이다. 특히 약점으로 꼽혔던 슈팅력에서 24일 현재 3점슛 성공률 전체 3위(45.95%), 자유투 성공률 2위(91.30%)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문제는 수비다. 갈수록 선수들의 사이즈가 커지고있는 상황에서 유현준같은 단신가드는 수비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같은 요소를 커버하기 위해서라도 단신의 최대 무기인 스피드는 기본이거니와 자신보다 큰 상대와의 몸싸움도 어느정도 버틸 수 있는 힘은 필수다. 안타깝게도 유현준은 두가지에서 모두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단신인데다 빠르지도 않고 설상가상으로 상대 스크린 플레이에 번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노출하며 ‘수비 센스까지 떨어진다’는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스피드는 어느 정도 타고난 것인지라 불가피한 부분도 있겠지만 전혀 늘지 않고 있는 스크린 수비 등에 대해서는 심각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공격기여도로 수비 약점을 털어버릴 정도도 아니다.


물론 KCC의 취약한 수비를 전부 유현준 탓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다. 정창영 등 극히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 KCC 멤버들은 전체적으로 수비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하지만 많은 출장시간을 가져가면서 대놓고 전창진 감독의 푸시를 받고있는 유현준인지라 결과로 말해야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책임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유현준에 대한 KCC팬들의 감정은 애증에 가깝다. 다소 안쓰러울 정도로 비난을 받고있지만 거기에는 그에 대한 높은 기대치도 깔려있다. 기대의 크기만큼 실망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팬들은 유현준이 이지스함의 일등요리사로서 연고지 전주의 대표음식인 전주비빔밥을 멋들어지게 비벼주는 것을 기대했다. 큰 대접에 각종 재료를 넣고 매운 맛이 필요할때는 고추장을 듬뿍 넣어서 비비고, 짠맛이 필요할 때는 양념간장을 휘저어가며 맛있는 비빔밥을 제공해주는게 당초 유현준에게 바랬던 그림이다. 전주비빔밥의 주재료인 콩나물처럼 큰 선수들을 손끝으로 들었다 놓았다하며 지휘하는 모습을 원했다.


송교창 등의 부상으로 전력에 치명타를 입기는했지만 아직은 시즌초이다. 유현준은 여전히 젊고 성장가능성이 풍부한 선수다. 아쉬운 모습을 딛고 휴식기에 스스로를 재정비해 더욱 솜씨좋은 요리사로 돌아온다면 현재까지의 원성은 언제든지 함성으로 바뀔수 있다. 팬들은 완성된 유현준표 전주비빔밥을 먹고싶어한다.

#글 / 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 /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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