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 게리 페이튼 2세, 아버지 소환할까?

김종수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11-21 01: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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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NBA 전체 승률 1위를 달리고있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이른바 ’NBA 2세‘들이 돋보이는 팀으로 유명하다. '스플래쉬 브라더스‘로 명성을 떨치며 전성기를 이끌었던 간판스타 스테판 커리(33·190.5cm)와 클레이 탐슨(31·201cm)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2세가 아니다. ’스타의 2세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을 비웃듯 그들의 아버지를 훌쩍 뛰어넘었다.


커리의 아버지 델 커리는 NBA에서 16시즌을 뛰며 평균 11.7점, 2.4 리바운드, 1.8 어시스트, 0.9 스틸을 기록한 롱런 플레이어다. 특히 40.2%의 통산 3점슛 성공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교한 슈팅력이 빛났다. 1993~94 시즌 NBA 올해의 식스맨 상 수상자 출신으로 주전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출장시간을 가져갔던 핵심 벤치플레이어였다. 후보로 나선 경기에서 통산 11,147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9년 루 윌리엄스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 NBA 올 타임 벤치 출장 경기 통산 득점 1위의 성적이었다. 골든 스테이트 커리와 동생 세스 커리(31‧필라델피아)는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NBA를 호령하는 슈팅머신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국내팬들에게는 덜 알려져있는 편이지만 탐슨의 아버지 마이클 탐슨도 수준급 기량을 선보이며 나쁘지 않은 커리어를 보낸 선수다. 굵직한 개인 기록이나 수상은 없지만 꾸준한 경기력을 통해 팀에 공헌한 센터로 무려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 출신이다. 당초의 기대치에는 못미쳤을지 몰라도 여러 팀을 돌며 2개의 우승 반지를 챙기기도 했다.


커리어로만 따지면 최고의 아버지를 둔 선수는 따로 있다. 이름을 통해 바로 예상이 가능하겠지만 팀내 식스맨으로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게리 페이튼 2세(28‧191cm)의 아버지는 ’글러브‘ 게리 페이튼(53‧193cm)이다.


델 커리, 마이클 탐슨이 준수한 선수였다면 페이튼은 역대급 레전드 포인트 가드다. 1990년 NBA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시애틀 슈퍼소닉스에 지명된 이후 리그를 대표하는 1번 중 한명으로 맹활약했다. 한창때 위상은 제이슨 키드, 존 스탁턴 등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 우승 1회, 올림픽 금메달 2회, NBA 올스타 9회, 올 NBA 세컨드 팀 5회, 올 디펜시브 퍼스트 팀 9회, 스틸왕 1회 등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며 2013년 네이스미스 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역대 최고 1번 중 한명이다.


패스, 슛, 돌파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포인트 가드들은 각자 자신만의 무기가 있었다. 페이튼 역시 마찬가지다. 1번으로서 올해의 수비수 상을 수상한 업적 그리고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역대 포인트 가드 중 최고의 수비수로 꼽힌다. 특히 기량이 절정에 달했던 1995~96시즌에는 파워포워드 숀 캠프와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를 이루어 당시 72승 10패의 엄청난 성적을 거뒀던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와 맞붙어 2-4로 아쉽게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당시 기준으로 1번치고 큰 신장에 다소 마른 듯 보이지만 탄탄한 근육질의 파워를 자랑했던 페이튼은 빠르고 힘까지 좋았다. 거기에 근성까지 남달랐던지라 자신이 맡은 상대는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질식 수비를 펼쳤다. 저 정도 조건만으로도 최고의 수비수로 부족함이 없겠지만 원체 부지런하기까지 한지라 큰손을 끊임없이 움직여 스틸을 노렸고 마치 갱스터 래퍼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트래쉬 토크로 상대의 멘탈을 사정없이 흔들어버렸다.


상대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쉬지않고 괴롭혔으며 대인수비, 팀수비에 모두 능했다. 한창때 조던도 페이튼의 수비에 버거워했을 정도다. 거기에 공격력도 좋아 전성기 때는 평균 20득점, 8어시스트 이상을 어렵지 않게 이어나갔다. 수비로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공격력도 탑클래스 급이었던 선수다.


사실 페이튼 2세는 현재까지의 커리어만 놓고 보면 그의 부친과 비교조차 민망할 정도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이제 막 식스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지라 커리급으로 미친 듯이 활약하지 않는 이상 뛰어넘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장점을 살려 꾸준히 성장한다면 적어도 페이튼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는 않을 수는 있다.


페이튼 2세는 상당 부분 부친을 닮아있다. 일단 페이튼이 그랬던 것처럼 수비 실력이 뛰어나다. 스피드와 파워, 탄력을 두루 갖춘데다 스탭과 손놀림이 좋아 대인방어에서 강점을 보인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상대 핸들러를 미친 듯이 따라다니며 압박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사냥개가 연상될 정도다. 수비능력만 놓고 보면 비슷한 사이즈의 NBA선수 중에서도 상급에 속할만하다.


거기에 운동능력이 매우 탁월하다는 극찬을 학창시절부터 받아왔는데 순수하게 이 부분만 놓고 보면 부친을 능가한다는 평가다. 올 시즌 자신감을 얻기 시작한 페이튼 2세는 공수에서 자신의 운동능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크지 않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속공 상황에서 무지막지한 파워 덩크를 꽂아대는가 하면 앨리웁 덩크에, 인 유어 페이스까지 수시로 덩크슛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다. 호쾌한 덩크슛만 보면 부친이 아니라 동료였던 캠프가 떠오를 정도다. 거기에 리바운드, 블록슛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골든스테이트의 에너지 레밸을 올려주고 있다.


이같은 활약에 팬들 사이에서는 ’저런 선수가 왜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한건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는 페이튼 2세가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뚜렷한 이유가 컸다. 아무리 그가 운동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크지 않은 신장을 감안했을 때 맡을 수 있는 포지션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주로 포인트 가드로 뛸 수밖에 없는데 안타깝게도 볼 핸들링과 슈팅 능력이 좋지 못했다. 그렇게 되자 1번으로 늘 불안감을 주고 그로 인해 잘하는 다른 것까지 발휘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재 소속팀에서는 다르다. 역사상 최고의 슈터 스테판 커리가 이끄는 팀답게 골든스테이트는 슈팅이 좋은 선수가 많다. 패스, 볼 핸들링과 리딩능력이 빼어난 포인트포워드까지 여럿이다. 팀 자체적으로도 슈팅, 패싱게임이 아주 잘 돌아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페이튼 2세는 구태여 1번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2번 포지션 등도 같이 겸하며 자신이 잘하는 것 위주로 플레이하는게 가능해졌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생겨 기존에 약점으로 꼽히던 부분도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요새 핫하다고는 하지만 평균 6.4득점, 3.2리바운드, 1.4스틸을 기록 중인 페이튼 2세가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그러나 사실상 이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빼어난 잠재력을 감안한다면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쉽게 짐작하기 힘들다. 일단은 올 시즌을 모두 소화하며 경험치를 쌓는게 중요하다. 골든스테이트란 물을 만난 페이튼 2세가 대기만성형 플레이어의 선례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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