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 브루클린, 회자되는 조던의 위엄

김종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2-04-29 01: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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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라는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력’이다. 아무리 강력한 에이스가 이끈다 해도 팀원간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 조직력이 탄탄한 팀을 상대로 이기기는 쉽지 않다. 일부 경기를 개인 능력으로 하드캐리한다해도 긴 정규리그에서의 순위싸움에서는 밀릴 공산이 크다. 갈수록 전략 전술이 발달하고 포지션별 밸런스를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더불어 직접적으로 데이터화 시킬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팀분위기 또한 강팀으로 가기위한 중요한 요소다. ‘심신일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몸과 마음은 따로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아무리 육체적으로 준비가 잘되어있어도 의욕이 꺾이거나 동기부여가 떨어져있으면 제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힘들다. 코트에서 뛰는 스타팅 멤버는 물론 벤치에 있는 선수들까지 끊임없이 파이팅을 외치며 투지를 공유하는 이유다. 전력에서 떨어지는 팀이 분위기를 타고 흐름을 잡아서 업셋을 만드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 점에서 올시즌 브루클린 네츠의 행보는 많은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시즌 개막전 브루클린은 강력한 우승후보중 한팀이었다. 제임스 하든과 케빈 듀란트에 더해 카이리 어빙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하든과 듀란트는 한팀의 에이스급을 떠나 역대급으로 명성을 떨치던 득점머신이었으며 어빙 역시 그 뒤를 이을 자질을 가진 선수로 평가받고 있었다.


에이스만 셋이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왔지만 하나같이 리그 탑급 기량을 가진 슈퍼 플레이어들인지라 우승을 위해서라면 각자가 알아서 잘할 것이다는 긍정론이 많았다. 성향은 다소 안맞을지 몰라도 승부욕 하나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빅3만 제대로 가동된다면 어지간한 삐걱거림 정도는 힘으로 눌러버리는 것도 가능할 듯 싶었다. 그만큼 이들 슈퍼 트리오에 대한 기대치는 높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이전 소속팀에서도 트러블 메이커로 악명높았던 어빙은 브루클린에서도 그러한 성향을 버리지 않았다. 이런저런 크고 작은 부상에 더해 코로나 백신 미접종 등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행보로 팀에 많은 피해를 안겼다. 정규시즌에서 불과 29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해할 수 있는 이유로 어빙이 경기를 못뛰었다면 하든과 듀란트가 어느 정도 빈자리를 메워가면서 팀을 추스렸을 것이다. 하지만 어빙이 결장한 상당수 경기는 본인이 자초한 부분이 많았다. 당연히 동료들 입장에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하든은 갈등을 견디다못해 시즌 중간에 트레이드를 요청하고 아예 팀을 떠나버렸다.


브루클린은 하든과의 트레이드로 데려온 벤 시몬스를 통해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다잡으려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몬스 역시 어빙 못지않은 민폐 캐릭터였고 이는 브루클린에 와서도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브루클린은 현재 치러지고 있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변변한 힘 한번 써보지못하고 보스턴 셀틱스에 맥없이 무너졌다.


그 과정에서 시몬스는 허리부상으로 1경기도 뛰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몸상태가 좋지못하다고는 하지만 팀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의지 자체가 보이지 않았던지라 곳곳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브루클린은 어빙에 더해 시몬스까지 폭탄을 두 개나 안고있는 상황인지라 다음 시즌도 희망적으로 보기 쉽지 않아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듀란트마저 트레이드 시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일지 모를 일이다.


브루클린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량이 좋은 선수가 많다고 꼭 좋은 팀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선수들이 화합하고 팀을 위해 함께 뛰어줄 때 비로소 강팀이 되는 것이다. 찰스 바클리, 하킴 올라주원, 스카티 피펜의 휴스턴 로케츠, LA 레이커스의 전당포 라인업 등 네임밸류에 비해 기대했던 성적이 나오지 않았던 팀들은 하나같이 그러한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다. 오히려 멤버는 덜 화려해도 리더를 중심으로 나머지 팀원들이 조금씩 맞춰주고 양보하면서 나가는 팀들이 성적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시카고 불스 왕조 시절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행보는 다시금 회자해봐도 감탄을 자아낼만하다. 본인 혼자만 잘한 것이 아닌 동료들 전체를 업그레이드시켜주며 강한 리더의 표본을 보여준 사내이기 때문이다. 지금에서야 대단했던 멤버로 평가받고 있지만 조던이 3연패를 두 번하는 과정에서 함께 했던 그의 동료들은 커리어 초반에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첫 번째 3연패 당시 조던은 리더 역할을 하면서 스카티 피펜과 호레이스 그랜트를 성장시켰다. 2차 3연패 시절 그랜트의 빈자리를 메워줬던 데니스 로드맨같은 경우 수비와 리바운드에 특화된 반쪽짜리 선수인데다 이전, 이후의 행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지간한 베테랑 감독 조차 다루기 힘든 사고뭉치였다.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확실했고 무엇보다 통제가 어려웠던지라 활용법이 너무 어려웠다. 어빙, 시몬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않은 4차원 캐릭터였다.


피펜은 조던의 사이드킥 느낌이 강해 늘 희생하고 팀과 동료에 맞추는 선수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후 휴스턴에서의 행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런 캐릭터만은 아니었다. 로드맨도, 피펜도 시카고에서 헌신할 수 있었던데에는 조던의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강한 이유로 작용했다. 더불어 2차 3연패 시절 주전 센터로 뛰었던 룩 롱리는 타팀 5번들과 비교해 기량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었다.


이렇듯 개성과 능력치가 각각인 선수들을 데리고 조던은 쉬지않고 앞으로 나아가며 전설을 썼다. 그런 과정에서 과한 훈련량과 전투적인 분위기 등을 이유로 독선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자신이 그 이상으로 실천(훈련량+성적)을 해버리니 동료들도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였다.


거기에 마냥 강성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상황에 따라서는 어리고 달래면서 동료의 능력치를 끌어올리는데도 능했다. 현재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 감독은 당시 식스맨으로 뛰었었는데 조던의 강압적인 훈련방식에 항의하다가 서로 주먹질까지 벌인적이 있다. 하지만 둘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서로를 믿어주며 큰일을 만들어냈다.


유타 재즈와의 1997년 NBA 파이널 6차전이 대표적 예다. 86대 86으로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던 경기종료 28초전 작전타임이 불렸고 언제나처럼 필 잭슨 감독은 조던에게 마지막 공격을 맡긴다. 그때 커가 조던에게 소리쳤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을테니 나에게 패스를 줘”


최고의 선수였지만 조던은 동료들을 믿었다. 어쩌면 식스맨 커의 그런 자신감이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과적으로 커는 조던과 팀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 유타 수비는 당연스레 조던에게 잔뜩 달라붙었고 이에 외곽 빈공간에서 기다리고있던 커의 손에 패스가 날아든다. 커는 지체하지 않았다. 자신감있게 슛을 쐈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림을 갈랐다.


은퇴 이후 동료들의 회고를 보면 모두가 조던을 좋아한 것은 아니다. 외려 안티가 더 많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승부 앞에서는 모두가 하나가 됐다. 조던과 함께라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향도 색깔도 달랐지만 목표를 향한 서로간 신뢰가 두터웠다. 그런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 조던이라는 점에서 더욱 위엄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조던의 당시 행보는 갈수록 리더가 사라져가는 최근 추세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1984, 나이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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