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귀’ 웨스트브룩 "변해야 산다"

김종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12-31 01: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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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웨스트브룩(33‧191cm)은 NBA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선수로 불린다. 현역 선수는 물론 역대로 따져도 손가락 안에 들어갈만한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전문가,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전천후 멀티플레이어라는 칭찬과 더불어 한가지도 확실히 못하는 선수라는 혹평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른바 개인 성적만 놓고보면 그보다 더 다재다능한 선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화려하다. 득점왕 2회, 어시스트왕 3회를 비롯 NBA 통산 최다 트리플더블을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3시즌 연속 평균 트리플더블이라는 엄청난 위업까지 달성했다. 스테판 커리하면 3점슛이 떠오르듯 웨스트브룩하면 트리플더블을 언급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2016~17시즌 정규리그 MVP, 올스타전 MVP 2회, 올-NBA 퍼스트 팀 2회, 올스타 9회,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 등 그외 업적도 상당하다. 단순한 개인기록, 수상내역 등만 놓고보면 현 NBA 어떤 선수와도 비교할만한 커리어를 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스트브룩은 늘 호불호가 갈린다.


본인이 에이스가 되어 팀을 우승으로 이끈 적도, 팀 리더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며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스테판 커리, 르브론 제임스 등과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볼소유 시간이 지나치게 많고 그로인해 2차 스탯 등에서 공헌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트리플더블 기록도 역대급이지만 경기 출장 대비 실책 숫자 또한 역대급이다. 트리플더블 횟수에서는 넘어섰음에도 매직 존슨, 오스카 로버트슨 등을 소환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그의 트리플더블 작성 능력(?) 하나 만큼은 인정해야 된다. 볼을 엄청 많이 소유하면서 플레이를 펼치는 유형이라고 하지만 괴물들의 리그 NBA에서 단순히 몰아준다고 트리플더블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시즌 트리플더블 등은 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 전부분에 걸쳐 활약해야되는 영역인지라 충분히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선수 중에는 자신이 에이스 역할을 맡았을 때 더욱 불타오르는 타입이 있고 묵묵하게 퍼즐의 한 조각으로 역량을 발휘하는 쪽을 편하게 생각하는 유형이 있다. 웨스트브룩은 철저하게 전자다. 자신이 중심에 서서 ‘북치고 장구치고’ 모든 것을 다할 때 능력 발휘가 더 잘된다. 에이스 중에서 에이스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역할을 많이 가져가는 것을 즐기는 타입임은 분명하다.


웨스트브룩의 포지션은 포인트가드다. 갈수록 포지션별 사이즈가 커지는 추세에서 신장 자체는 대단할 것 없지만 골격이 크고 근육이 탄탄한지라 어지간한 1번은 힘과 운동능력으로 압살해버린다. 스피드와 파워, 탄력 등에서 강점이 많은지라 그가 골밑으로 달려들어가 돌파를 시도하면 가드 외 포지션의 선수들까지 힘겨워한다.


어지간한 충돌 정도는 개의치 않고 덩크나 레이업 슛으로 마무리하거나 포스트에 수비가 몰려있으면 순간적으로 멈춰서서 빠른 슛 릴리즈와 점프능력을 앞세운 풀업점퍼로 득점을 성공시킨다. 워낙 공격적인지라 웨스트브룩이 림어택에 들어가게 되면 동료들에게 빈공간이 생기게되는데 그런 과정에서 어시스트를 많이 만들어낸다.


거기에 워낙 체력이 좋은지라 그같은 패턴을 경기내내 반복하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웨스트브룩의 개인기록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자신감이 좋다못해 넘치는 수준인지라 컨디션이 좋지않을 때도 고집스럽게 돌파를 시도하거나 슛을 난사하며 경기를 망치는 경우도 적지않다. 어지간한 스타플레이어의 경우에도 아니다 싶은 날은 자제를 하거나 동료들을 활용하는 빈도가 많아질 수밖에 없지만 웨스트브룩은 ‘내가 한다’는 마인드가 강하다. 한창 경기력이 좋았을 때도 ‘양날의 검’으로 불렸던 이유다.

 


최근 웨스트브룩은 LA 레이커스에서 골칫덩어리로 불리고 있다. 전성기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록 자체는 준수하다. 언제나 그랬듯이 문제는 개인 성적이 아니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력에 기복이 심하며 출장시간대비 실책이 많은데 베테랑답지않게 중요한 순간에 저지르는 경우가 잦아 소속팀 팬들을 뒷목잡게 하고 있다.


우승을 노리는 팀이 기량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을 알면서도 베테랑을 영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노련미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레이커스 역시 그러한 부분을 바라고 웨스트브룩을 데려왔다. 르브론 제임스, 앤서니 데이비스 등 팀의 중심을 잡아줄 에이스급은 충분하니 결정적인 상황에서의 활약을 기대했다. 예전 소속팀에서처럼 이것저것 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쉽게도 웨스트브룩은 팀의 바램과는 정반대로 나가며 이른바 ‘역귀 짓’을 하고 있다. 더욱이 자신이 베테랑으로서 무엇을 해야할지도 제대로 모르는 모습이다. 자신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사람들은 내가 매일 25득점, 15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는 지속적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는 생뚱맞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현재 레이커스는 당초 기대에 비해 한참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웨스트브룩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겠지만 팀이 원하는 부분,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에서 동떨어져있는 것만은 확실해보인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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