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슈터, 데이원에서도 손끝 뜨거울까?

김종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2-05-28 00: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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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FA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끌었던 팀은 단연 전주 KCC다. KCC는 대어급으로 분류되던 선수를 둘이나 영입하며 타팀들의 경계대상이 됐다. 얇은 선수층, 포지션별 밸런스 등을 감안했을 때 당장 다음 시즌 우승을 노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차후 강팀으로서 꾸준하게 성적을 낼 수 있는 기본 틀을 확실히 구축했다는 평가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소리 없이 전력 강화에 성공한 팀도 있으니 다름 아닌 데이원자산운용 농구단(가칭)이다. KGC를 이끌며 우승 2번, 준우승 1번의 성과를 올린 명장 김승기 감독을 초대 사렵탑으로 선임한 것을 비롯 이번 FA(자유계약) 시장에서 대어급으로 꼽히던 전성현(30‧189cm)까지 전격 영입했다. 화제성에서 KCC에 조금 뒤졌을 뿐 파격적인 변신을 통해 다크호스로서의 입지를 차근차근 굳혀가는 모습이다.

계약 기간 4년, 첫해 보수는 7억 5,000만원에 데이원에 합류하게 된 전성현은 현 KBL 최고의 슈터이자 허웅과 함께 리그 최고 2번을 다투는 선수다. 허웅이 전천후 슈팅가드라면 전성현은 한동안 맥이 끊어졌다시피한 국가대표급 전문 슈터라는 점에서 다른 색깔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단순히 좋은 슈터를 넘어 역대급 레전드인 조성원, 문경은 등을 소환하고 있을 정도다.

전성현은 지난 시즌 51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61개(성공률 39.47%)의 3점슛을 적중시키며 주목을 받았으며 올 시즌은 한층 더 발전된 기량을 과시했다. 54경기에서 평균 3.28개(성공률 39.33%)를 적중시켰으며 평균 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 다른 기록에서도 성장을 가져갔다. 평균 3개 이상 3점슛 성공은 2008~2009시즌 이후 무려 13년만이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정규리그 베스트5에 뽑히기도 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역시 6강, 4강전 7경기에서 평균 3.4개의 3점슛을 터트린 것을 비롯 챔피언결정전에 들어서자 무려 경기당 4.4개의 3점슛을 터트리며 큰 경기에 강한 슈터임을 입증했다. 평균 득점 역시 정규시즌보다 훌쩍 올라갔다. 슛 이외에 특별한 강점이 없다는 부분은 이제 약점으로 꼽히지도 않는다. 다른 모든 부분을 덮어버릴 만큼 슈터로서 독보적인 기량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전들의 크고 작은 부상이 계속 이어졌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플레이오프에서의 KGC는 정상전력이 아니었다. 특히 1옵션 외국인선수 오마리 스펠맨이 부상으로 빠진 경기가 많았다는 점은 팀 입장에서 치명타였다. 2옵션 외국인선수 대릴 먼로가 패싱게임이라는 자신만의 특기로 팀에 공헌했지만 득점적인 측면에서는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문성곤, 양희종 역시 수비 특화형 선수들이다.

어찌보면 심각한 득점력 고갈이 예상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KGC는 득점 싸움에서 상대 팀들에게 크게 밀리지 않았다. 전성현 덕분이다. 전성현은 꾸준하고 기복 없는 모습으로 매 경기 고감도 외곽슛을 적중시키며 팀의 외곽 화력을 확실하게 책임졌다. 더욱 높은 점수를 줄만한 것은 각 팀의 집중견제를 받으면서도 시즌 종료 때까지 흔들리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KGC 득점분포에서 전성현의 비중이 크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지라 매경기 거센 수비가 들어왔다. 전성현은 챔피언결정전까지 마치는 동안 내내 강한 압박에 시달렸지만 이를 이겨낸 것을 비롯 수비수를 끌고 다니는 미끼 역할까지 훌륭히 해내며 팀에 공헌했다. 좋은 슈터 한명이 팀 경기력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김승기 감독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지라 새로운 팀에 가서도 제자인 전성현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새로운 팀 데이원에서도 전성현 효과가 계속 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전성현과 KGC는 이른바 윈윈관계였다. 전성현이 무서운 화력쇼로 KGC에서 토종 주포로 활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같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적절한 멤버들로 잘 구성된 KGC 팀 시스템의 영향도 컸다는 분석이다.

전문 슈터가 마음놓고 슛을 쏘기 위해서는 돌파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뒤흔들어줄 슬래셔, 수비에서의 부담을 덜어줄 믿음직한 디펜더, 스크린을 걸어주고 리바운드를 잡아줄 튼튼한 빅맨 등이 필요하다. 더불어 넓은 시야를 통해 질 좋은 패스를 해줄 수 있는 선수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이같은 조건을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2가지 요소 정도는 함께 해줘야 슈터가 살아날 수 있다.

KGC는 이같은 조건이 모두 가능했다. 변준형은 적극적인 돌파를 통해 전성현이 슛을 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었으며 양희종, 문성곤이라는 리그 탑 디펜더의 존재는 수비 부담을 확실하게 덜어줬다. 오세근은 설명이 필요 없는 영리하고 노련한 파워포워드다. 거기에 지난 시즌에는 자레드 설린저, 올 시즌에는 대릴 먼로라는 BQ좋은 외국인 선수가 적재적소에서 패스를 잘 뿌려줬다. 전성현이 잘 성장한 것도 있지만 팀 KGC가 전성현을 제대로 뒷받침해준 부분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데이원에서는 어떨까? 차후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지만 현재 데이원에는 이전 소속팀의 양희종, 문성곤처럼 전방위로 수비 부담을 덜어줄 강력한 전문 디펜더는 없다. 설상가상으로 오세근 역할이 가능한 토종 빅맨 이승현은 FA를 통해 KCC로 둥지를 옮겼다. 현재의 데이원은 포워드 왕국이라는 옛 명성이 무색하게도 장신 포워드, 빅맨자원이 양과 질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그렇다고 기대해 볼 만한 부분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전성현의 이적으로 데이원은 가드진이 더욱 두터워졌다. 기존 이대성, 한호빈, 이정현, 김강선 등에 전성현이 더해진 것인지라 가드 포지션 만큼은 어떤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문제는 중첩이다. 한호빈을 제외하고는 모두 2번이 어울리는 선수들이며 이대성, 이정현은 주전으로 경기를 뛰어야 될 선수들이다. 3가드 시스템도 생각해볼 수 있겠으나 그럴 경우 상대팀에 따라 매치업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팀 내에서 이름값이 가장 높은 이대성같은 경우 본인이 워낙 포인트가드를 선호해 1번으로 나서는 경우도 많지만 동료의 찬스를 살려주기보다는 본인의 공격을 먼저 보는 스타일이다. 공수에서 에너지 레벨은 높으나 시야가 좁고 BQ가 좋지 못해 전성현과 함께 코트에 설 경우 얼마나 시너지가 날지는 미지수다. 한호빈이 나설 경우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좀 더 전성현을 살려줄지 모르지만 수비나 활동량 등에서 마이너스가 될 공산이 크다.

그나마 기대가 되는 것은 2년차에 접어드는 이정현이다. 이정현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차세대 2번이다. 공수밸런스가 안정되어있고 보조리딩, 볼핸들링, 시야 등에서 꾸준한 성장이 가능한 재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포인트가드로서는 제대로 검증된 바가 없는지라 전성현과의 궁합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현재 가드진이 그대로 간다는 가정하에 전성현, 이대성, 이정현 등은 주전급으로 중용될 수밖에 없는 선수들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 외국인 2인 출장제에서 조우현을 활용하던 오리온, LG의 사례가 떠오른다. 조우현이 전체 2순위로 오리온에 입단한 시절 팀내 주전 슈팅가드는 김병철, 스몰포워드는 전희철이었다. 2~3번을 오가던 조우현과는 포지션이 겹쳤다.

그렇다고 오리온에서는 대형루키를 안 쓸 수가 없었고 김병철이 포인트가드로 가고 조우현이 슈팅가드를 맡는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김병철은 신장만 작을 뿐 시야나 센스 등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고려대 시절에도 이미 1번 전향에 실패한 바 있다. 결국 김병철, 조우현으로 앞선을 꾸리려던 오리온의 구상은 실패하고 만다.

이후 조우현은 LG로 트레이드되었는데 당시 김태환 감독은 특별한 라인업을 통해 포지션 중첩문제를 해결하는데 성공한다. 기존 조성원, 송영진이 있는 상태에서 조우현을 1번으로 파격기용한다. 전형적인 포인트가드와는 거리가 멀지만 볼 핸들링이 나쁘지 않고 작전수행능력도 좋은 조우현의 다재다능함을 믿은 것이다.

여기에 대해 조우현은 ‘농구人터뷰’와의 인터뷰 당시 “학창 시절 포인트가드 경험은 잠깐 있었지만 주 포지션이 아닌지라 일반적인 1번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당시 팀의 주 공격루트는 속공과 적극적인 외곽슛 시도였다. 때문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볼을 운반하되 이후에는 빨리빨리 볼을 돌렸다. 많은 부분을 욕심내지 않고 최대한 간결하게 플레이했다. 그러다 보니 1번으로서 다소 어설픈 부분들이 많이 감춰지지 않았나 싶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데이원의 이정현, 이대성은 당시 조우현의 역할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정리가 필요할 때는 한호빈이 나와서 풀어주면 된다. 이정현, 이대성 모두 활동량을 바탕으로한 수비가 좋으며 벤치에 있는 김강선까지 잘 활용하게 되면 KGC때 만큼은 아닐지라도 전성현의 수비 부담도 일정 부분 덜어질 수 있을 것이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현 사령탑이 전성현을 성장시킨 김승기 감독이라는 점도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된 전성현이 데이원에서도 최고 슈터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 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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