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대신 다른 진로 선택’ 효성여고 이혜빈의 마지막 바람

이재범 기자 / 기사승인 : 2020-08-24 11: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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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선수들이 힘든 상황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으니까 많은 분들께서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대회 개막 3일을 앞두고 2020 연맹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가 취소된 지난 18일, 대회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미리 약속을 했던 대구 효성여고를 방문했다. 효성여고는 효성중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진행했다.

효성여고는 3학년 2명(차은주, 이혜빈)과 1학년 3명(우수하, 윤수빈, 정한별)으로 딱 5명뿐이다. 여기서 한 명이라도 다치면 대회에 나가거나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기 힘들다.

남자 선수들은 대학 진학 후 프로(KBL)에 도전하는 것과 달리 여자 선수들은 고교 졸업과 함께 곧바로 프로(WKBL)에 가는 경우가 더 많다. 3학년인 차은주는 프로보다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또 다른 3학년인 이혜빈은 프로에서도, 대학에서도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럼에도 훈련을 하는 건 자신이 빠질 경우 효성여고가 대회에도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혜빈(157cm, G)은 “제 바로 위 언니가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멋있어서 자연스럽게 농구를 접하면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다”며 농구공을 잡은 계기를 들려준 뒤 “전 슛과 경기 흐름을 잘 읽는 게 장점이다. 신장이 작아서 키가 큰 선수 앞에서 아무리 모션을 취해도 득점하기 힘들다”고 자신의 장단점을 설명했다.

아무래도 대회 개막을 눈앞에 두고 연맹회장기가 취소되어 아쉬울 듯 하다. 이혜빈은 “처음 (대회 취소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가 오래 준비해서 기대가 컸는데 이렇게 취소되어 아쉬운 마음이 컸다”며 “9월 대회가 아직 남아 있으니까 우리의 단점이나 보완할 점을 다듬어서 더 좋은 경기를 보이도록 노력할 거다”고 남은 다른 대회인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를 신경 썼다.

효성여고는 현재 적은 인원으로 힘들게 팀을 꾸려가고 있지만, 연계학교인 효성중과 월배초에는 기량이 뛰어나고 많은 인원의 선수들이 농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혜빈은 “인원이 적으면 뛰어야 하는 시간이 길고, 한 명이 다치면 뛸 선수가 없으니까 각자 부담감이 크다”며 “다른 팀에 비해 신장이 작은데다 인원도 적으니까 위축이 되기도 한다”고 동료가 적은 걸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며칠 전에 초등학교 경기(하모니 농구리그 챔피언십)를 봤는데 초등학생이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다”며 “효성중과 같이 연습을 하는데 각자 보면 기량이 있는 선수들이라서 더 기대가 되는 후배들이다”고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들을 아꼈다.

이날은 효성여고와 효성중 선수들이 섞여 연습경기를 치렀다. 2쿼터부터 출전한 이혜빈은 경기 운영과 패스, 3점슛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혜빈은 “3점슛은 원래 자신감이 없었는데 던질 때마다 불안감이 있었다. 선생님께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시고, 연습도 많이 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던지니까 잘 들어갔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농구공을 잡은 이혜빈은 지난 10년 동안 농구와 늘 함께 했다. 이 길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혜빈은 “처음에는 고민도 많이 하고, 주위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지금까지 농구를 한 시간이 아깝지 않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10년 동안 농구하며 얻은 것도 되게 많다. 그걸 안고 간다면 아깝지 않고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끈기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도 운동을 하면서 배웠다”고 했다.

이혜빈의 동기인 차은주는 “농구를 한 세월이 긴데 다른 길을 선택하는 건 어려운 결정이다. 잘 생각해서 자기 길을 찾아가는 게 보기 좋다”고 격려했다.

이혜빈은 “어려서부터 운동을 해서 아픈 곳이 있을 때 물리치료 하는 같은 곳을 많이 다녔다. 그러면서 그쪽에 관심을 가졌기에 선수들을 치료하는 직업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향후 생각하고 있는 진로도 들려줬다.

이혜빈은 “코로나19 때문에 경기를 하기도 힘들고, 대회도 없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점점 더 팬들에게서 더 잊혀진다”며 “프로농구는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관심을 못 받는 종목이라고 들었다. 선수들이 힘든 상황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으니까 많은 분들께서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팬들이 좀 더 농구를 사랑해주길 바랐다.

이혜빈이 선수로서 출전 가능한 대회는 9월 13일부터 강원도 양구에서 열리는 협회장기만 남았다.

#사진_ 이재범 기자

점프볼 / 이재범 기자 sinae@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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