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AA 도전 중이었던 양재민이 B.리그로 향한 진짜 이유는?

민준구 기자 / 기사승인 : 2020-07-16 10: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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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양재민이 B.리그로 향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현중(201cm, F)과 함께 한국농구의 유망주로 꼽히는 양재민(199cm, F)이 일본프로농구(B.리그)를 선택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오래 전, 스페인에서 유학 생활을 마친 양재민은 연세대에서 잠시 학업을 이어간 뒤 곧바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떠났다. 현실은 막막했지만 만화책의 주인공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고 NJCAA 소속 니오쇼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2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양재민은 NCAA 디비전Ⅰ에서도 조금씩 주목하는 인재로 성장했다. 모두가 다 아는 대학은 아니지만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에서 정식 제의를 받을 정도로 인지도를 쌓았다. 그런 그가 이제는 미국이 아닌 B.리그로 향한다. 그 안에는 남모를 속사정이 있다.

양재민의 앞을 가로막은 건 다름 아닌 코로나19였다. 편입 제의만 받았을 뿐 아직 공식 절차를 밟지 못한 그에게 있어 좋아지지 않는 미국 상황은 조바심으로 돌아왔다.

“3월 1일, 2019-2020시즌이 끝난 뒤 여러 대학에서 편입 제의를 받았고 이에 대한 일정이 잡히기 시작했다. 캠퍼스 방문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는 조건 아래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렸고 그렇게 꿈이 이뤄진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줄은 몰랐다. 이미 편입 절차를 마친 상황이었다면 끝까지 기다릴 수 있었지만 나 같은 경우는 언제 어떻게 틀어질지 모르는 만큼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막연히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러던 와중에 호주, 일본 등 다양한 곳에서 관심을 보였다. 시간을 더 지체하면 이곳도 저곳도 갈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결국 B.리그에서 일단 선수로서의 생활을 이어가는 것에 무게 중심을 뒀다.” 양재민의 말이다.

B.리그 진출을 결심한 순간, NCAA 도전에 대한 꿈은 사실상 접은 것과 같았다. 그러나 백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마음으로 양재민은 잠시 가로 막힌 길을 돌아서 갈 생각이었다.

결국 신슈 브레이브 썬더스와 계약한 양재민은 2년간 B.리그에서 뛸 예정이다. 여기서도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했지만 2부에서 막 승격한 신슈를 선택한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양재민은 “신슈와 계약한 가장 큰 이유는 마이클 카즈히사 감독님이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니신 분으로 혼혈이라 하더라. 일본어를 아직 잘못하기 때문에 서로 영어가 통한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B.리그는 아시아 쿼터제를 통해 영입하는 과정에서 필수 조건으로 영어를 두고 있다. 아무래도 영어를 하지 못하면 통역 등 기타 비용이 발생하는 것에 부담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저런 조건에서 나와 맞았던 만큼 신슈를 선택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양재민과 신슈의 협상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꼼꼼한 카즈히사 감독은 여러 측면에서 양재민을 평가했고 진정 자신의 팀에 어울릴 수 있는지 수차례 계산기를 두드렸다.

“굉장히 섬세한 분이셨다. 사실 협상 과정이 그리 길어지지 않아도 될 부분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꽤 긴 시간이 흘렀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청소년 대표 시절의 영상을 모두 달라고 할 정도로 나에 대해 세심하게 파악하려 한 것이다. 또 U16, U17 당시 지도자셨던 오세일 감독님과의 삼자 대화를 무려 30분 넘게 하실 정도로 여러 측면에서 살폈다. 아마추어 무대와 프로 무대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신슈는 당장 B.리그에서 강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 평가되는 구단은 아니다. 2부에서 막 승격된 팀이며 다른 경쟁 팀들에 비해 자본력 역시 강한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양재민이 신슈를 선택한 이유는 카즈히사 감독 외에도 또 하나가 존재한다.

양재민은 “에이전트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세 가지 선택지를 두고 판단하자 하더라. 돈을 많이 주는 곳과 살기 좋은 곳, 그리고 정말 뛸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그중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었다. 당장 큰 돈이 필요한 건 아니었고 또 살기 좋은 곳에 가서 편하게 농구하는 건 바라지도 않았다. 1분이라도 더 많이 뛰고 싶었고 그런 환경이 갖춰진 건 신슈였다. 여기에 카즈히사 감독의 세심함까지 더해지니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재민과 신슈의 계약은 아직 마무리 단계가 남아 있었다. 카즈히사 감독이 양재민의 영어 실력을 마지막으로 시험해 본 것이다. 자신의 전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 그 이유. 다행히 양재민은 10분 정도의 통화를 끝으로 카즈히사 감독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

“1~2분 정도는 조금 떨려서 말이 잘 안 나왔는데 어느 순간 괜찮아지면서 막힘 없이 대화할 수 있었다. 10분 정도가 지난 뒤에 카즈히사 감독이 ‘통과!’라고 하더라(웃음). 1번부터 3번까지의 포지션을 소화할 준비를 하라고 하셨고 자신 있다고 답했다. 외국선수가 있는 4, 5번에 대한 경쟁은 생각도 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여러 대화를 하다 보니 오히려 더 신뢰가 쌓이는 느낌도 들었다.”

양재민의 아시아 쿼터제를 통한 B.리그 진출은 새로운 역사의 시작과도 같다. 그동안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선수들은 적지 않았지만 양재민과는 상황이 달랐다. 또 B.리그를 발판으로 다시 한 번 미국으로 향하려는 선수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양재민에게 있어 B.리그는 마지막 역이 아닌 미국으로의 환승을 위한 지름길이다.

양재민은 “조금 오해가 있는 부분이 있다. 언론에서 신슈가 미국 진출을 도와준다는 내용을 많이 강조하셨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은 해외 진출에 관대한 만큼 계약 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도전에 대한 자유도가 높다. 에이전트도 미국 진출에 대한 내용을 계약서에 넣을 필요가 없다고 할 정도로 자유롭다. 대신 내가 잘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만약 부진하다면 미국에 가는 게 의미가 없다. 서머리그, G리그 등 어떤 곳이든 미국으로 향하고 싶은 마음은 크다. 다만 보장된 부분은 아니다. 답은 쉽다. 내가 잘하면 언제라도 도전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 사진_점프볼 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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