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성적 거둔 상명대 고승진 감독, “최고의 한 해였다”

이재범 기자 / 기사승인 : 2020-11-26 06: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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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운이 저에게 맞춰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한 해였다.”

남자 1부 대학들은 지난 23일 열린 2020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를 끝으로 농구와 관련된 2020년 일정을 마쳤다. 이제부터는 2021년 대비에 들어간다. 대부분 팀들은 신입생들과 함께 빠르면 12월, 늦으면 1월부터 국내 각지로 동계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올해 대학농구리그는 코로나19 여파로 평소와 달리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1차와 2차 대회로 열렸다. 연세대가 1차와 2차 대회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만약 올해 역시 감독상을 시상했다면 누가 받았을까? 연세대 은희석 감독에게 돌아갔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은희석 감독과 감독상을 다툴 경쟁자는 아마도 두 대회 모두 준우승을 차지한 고려대 주희정 감독보다 상명대 고승진 감독일 것이다.

고승진 감독은 상명대가 2부 대학으로 창단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코치를 역임한 뒤 이상윤 감독에 이어 3번째 상명대 감독을 맡았다.

고승진 감독은 첫 해부터 고민 속에 빠졌다. 팀 전력의 핵심이자 3년 연속 대학농구리그 플레이오프 진출의 주역인 전성환(오리온)과 곽동기(KCC)가 졸업한데다 이들의 공백을 메울 신입생들이 보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승진 감독은 최약체 후보 중 하나였던 상명대를 1차 대회에선 4강 진출, 2차 대회에선 결선 토너먼트 진출로 이끌었다.

고승진 감독은 24일 전화통화에서 “정신없이 한 해를 보냈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만 겨울 동안 준비를 잘 했는데 대학농구리그가 연기되어 허탈했다. 선수들의 몸이 좋을 때 경기를 못 했기 때문이다. 대회가 열리지 않을 듯 했는데 운이 저에게 맞춰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며 “만약 1,2차 대회가 안 열렸다면 우리 선수들이 프로에 못 갔을 수 있다. 우리 선수층이 두터웠다면 2차 대회 때 이호준의 활약도 보지 못했을 거다. 모든 게 잘 맞았다. 팀 성적보다 4학년들의 기량을 선보이는데 초점을 맞추려고 했는데 성적도 나고, 선수들도 프로에 갔다.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신원철까지 잘 되었으면 더 좋았을 거지만, 개인적으론 최고의 한 해였다”고 감독 데뷔 첫 해였던 2020년을 돌아봤다.

곽정훈은 예상보다 조금 밀린 13순위로 전주 KCC, 이호준은 예상보다 조금 빠른 19순위로 부산 KT에 지명되었다. 슛이 약하다는 확실한 약점이 있었던 신원철은 조기 프로 진출을 선택한 선수들(10명)의 급증으로 드래프트에서 지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다.

상명대는 1차 대회에서 연세대, 단국대, 조선대와 함께 C조에 속했다. 고승진 감독은 대회 전만 해도 조선대에게 질 수도 있다며 걱정했다. 상명대는 연세대와 첫 경기에서 58-96으로 대패를 당한 뒤 조선대와 맞대결에서 걱정과 달리 86-67로 이겼다. 고승진 감독의 데뷔 첫 승이었다. 여기에 당연히 조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 단국대마저 94-80으로 제압했다.

연세대에 이어 조2위로 결선 토너먼트에 오른 상명대는 중앙대를 90-76으로 꺾고 4강까지 진출했다. 고려대와 4강에서도 좋은 내용 속에 75-83으로 아쉽게 패하며 1차 대회를 마무리했다.

고승진 감독은 1부 대학 승격 후 처음으로 4강까지 진출했다고 하자 “솔직하게 4강 진출이 확정되었을 때는 기분이 좋은 것보다 얼떨떨했다”며 “아내가 연세대와 경기 후 저에게 뭐라고 했다. 연세대와 경기는 저에게 감독 데뷔전이었지만, 선수들에게도 올해 첫 경기였다. 연세대에게 많이 지니까 제가 불안했다. 아내가 ‘왜 선수들에게 화를 내나? 감독이 그러면 선수들이 침착하겠나?’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돌아보니까 연세대를 이기려고 한 게 아닌데 제가 그랬던 거 같다”고 했다.

이어 “제가 흥분을 가라앉히니까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플레이를 했다. 그렇게 조선대와 단국대를 이겼다. 결선에서 만난 중앙대에게 이긴다는 보장이 없어도 우리 선수들이 하는 걸 보니까 못 이길 상대도 아니었다”며 “중앙대에게 이겼을 땐 몰랐지만, (중앙대에게 승리한 뒤 이천에서 이동해) 학교에 도착하니까 기분이 좋았다”고 숨겨진 일화를 들려줬다.

고승진 감독은 중앙대와 결선 토너먼트에서 이길 수 있었던 전략 하나도 공개했다.

“중앙대와 경기 때 선수들에게 공격 리바운드 가담을 안 시켰다. 곽정훈과 최진혁 정도만 가담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하프 라인으로 뺐다. 그래서 속공을 잘 하는 중앙대에게 속공을 많이 안 내줬다. 그런 게 잘 맞아떨어졌다.”

만약 정상적인 홈앤드어웨이 방식의 대회가 열렸다면 어땠을까? 단국대와 동국대, 중앙대 등은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 팀으로 꼽히며 상명대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들었을 것이다.

고승진 감독은 “정상적인 리그를 했다면 조선대에서 두 번 모두 이겼을 거라고 볼 수 없다. 우리는 승리보다 패배를 더 많이 다 했을 거다”며 “단기간으로 끝난 이번 대회처럼 성적을 내진 못했을 거다”고 동의했다.

더불어 상명대는 1차 대회도, 2차 대회도 예선 첫 경기 후 하루, 두 번째 경기 후 이틀의 휴식을 가졌다. 선수층이 얇은 상명대는 다른 팀보다는 체력을 회복할 여력이 있는 일정이었다. 단기간에 열린 대회 방식과 일정 등은 고승진 감독에게 운까지 따른 한 해였다는 걸 보여준다.

상명대는 최근 템포바스켓을 했다. 확실한 속공 기회가 아니면 24초 공격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농구였다. 이 때문에 다른 대학과 달리 상명대 경기에선 득점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고승진 감독은 팀 색깔에 변화를 줬다. 여전히 수비를 강조하면서도 빠른 농구를 추구했다.

상명대는 올해 1,2차 대회 9경기에서 평균 77.0점을 올리고 79.1점을 내줬다. 77.0점은 팀 최고 평균 득점 기록이다. 기존 기록은 지난해의 74.7점이었다. 특히, 1차 대회 평균 득점은 80.6점이었다.

고승진 감독은 “우리는 확실한 공격 루트가 없다. 곽정훈이 공격에서 제1옵션이었다. 요즘은 1대1 수비를 잘 하고 도움수비도 온다. 그럼 픽앤롤을 해야 하는데 센터가 없었다”며 “우리는 얼리오펜스로 득점 기회이면 과감하게 슛을 던지고, 안 들어가면 다시 수비를 해서 잘 막으려고 했다. 공격횟수를 많이 가져가고, 수비를 열심히 해서 많이 막는 농구를 추구했다”고 올해 상명대의 팀 색깔을 전했다.

이제는 2021년을 준비해야 한다. 고승진 감독은 “내년에도 센터가 없을 거라고 봐야 한다. 장신 선수를 뽑기 쉽지 않다. 또 4학년들도 없다. 기존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잘하고, 신입생은 패기 있는 플레이를 해줘야 좋은 팀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팀의 주축이 되어야 하는 최진혁에게 주문할 게 많다”며 “다부지고, 더 빠른 공격을 해야 한다. 상명대는 인성도 좋고, 열심히 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이런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 선수들의 칭찬보다 팀 자체가 열심히 한다는 칭찬이 더 기분 좋았다. 질 때 지더라도 열심히 한다는 말을 듣는 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상명대는 곽정훈과 이호준, 신원철마저 졸업하면 신입생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2021년에는 전력이 더 약해진다. 고승진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전하는 상명대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다.

#사진_ 점프볼 DB(한필상 기자)

점프볼 / 이재범 기자 sinae@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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