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1~3순위 휩쓴 경희대, 4년 연속 1라운더 없다

이재범 기자 / 기사승인 : 2020-11-25 05: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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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경희대는 2013년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 1~3순위를 배출했으나 7년 만에 단 한 명도 프로에 보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처음으로 4년 연속 1라운드와 인연이 없다.

23일 2020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가 열렸다. 48명의 선수 중 24명이 뽑혔다. 드래프트 참가자만 따지면 역대 가장 많았고, 선발인원은 역대 5번째다. 많은 선수들이 뽑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역대 최초로 고교 졸업 예정 선수가 1순위의 영광을 차지했음에도 드래프트 이후 이름이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선수는 김준환이다.

김준환은 대학농구리그 1차 대회에서 평균 33.7점(8.0리바운드 2.7어시스트 3P 54.2% 13/24)을 올리며 주목 받았다. 2차 대회에서 다소 부진했다고 해도 1차 대회보다 못했을 뿐 평균 19.8점(8.8리바운드 4.5어시스트 3P 30.8% 8/26)을 기록해 김준환의 가치를 확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10개 구단 어느 팀도 김준환을 호명하지 않았다. 올해 경희대 주장을 맡은 이용기도 마찬가지였다.

경희대는 1998년을 시작으로 24번째 열린 드래프트에서 처음으로 한 명도 프로에 보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경희대 출신이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인원은 총 49명이다. 1라운드에 25명, 2라운드에 17명, 3라운드 이후 7명이 뽑혔다.

경희대 출신 중 가장 먼저 드래프트를 통해 입문한 선수는 1998년 2순위에 지명된 윤영필이다. 1999년 드래프트에선 김성철, 강혁, 하상윤, 양은성 등 총 4명이 뽑혔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동안 1라운드와 인연이 없었지만, 2,3라운드에선 최소 한 명 이상 프로에 보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연속 최소 1명 이상 1라운드 지명 선수를 배출했던 경희대는 2012년 10월 열린 드래프트에서 다시 1라운드와 인연이 없었다.

그렇지만, 2013년 단숨에 만회했다. 대학농구리그 출범 후 경희대 전성시대를 열었던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이 1~3순위를 휩쓸었다. 2007년 연세대의 김태술과 이동준, 양희종, 2012년 10월 중앙대의 장재석과 임동섭, 유병훈에 이어 역대 3번째 사례였다. 더 나아가 김영현이 10순위로 모비스에 뽑혔다. 경희대 역사에서 한 해 1라운더 4명을 배출한 유일한 기록이다.

경희대는 다시 2017년부터 1라운드에서 뽑힌 선수를 내놓지 못했다. 2018년 권성진이 26순위로 전자랜드에 지명되어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아픔을 겨우 면했다. 지난 시즌에는 박찬호와 권혁준이 기대보다 낮은 12순위와 28순위에 뽑혔다. 이들이 경희대에 입학할 때를 감안하면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순위였다.

올해는 개인 기량만 따질 때 분명 뽑혀야 하는 김준환이 아예 지명조차 받지 못했다.

♦ 역대 드래프트 경희대 출신 지명선수
1998 윤영필(SBS, 2순위)
1999 김성철(SBS, 4순위), 강혁(삼성, 5순위), 하상윤(기아, 9순위), 양은성(삼성, 16순위)
2000 윤훈원(골드뱅크, 18순위)
2001 박성훈(SK, 12순위), 김중길(삼보 14순위), 손인보(골드뱅크, 22순위)
2002 김세중(SK빅스, 15순위)
2003 박종천(삼성, 3순위), 이동준(TG, 4순위)
2004 김도수(전자랜드, 4순위), 박진열(8순위, 삼성), 한상민(TG삼보, 15순위), 천일환(전자랜드, 17순위)
2005 정재호(전자랜드, 5순위), 정세영(모비스, 22순위)
2006 이현민(LG, 3순위), 김종훈(동부, 30순위)
2007 신명호(KCC, 6순위), 우승연(삼성, 9순위), 강우형(모비스, 31순위)
2008 김민수(SK, 2순위), 김재영(SK, 22순위)
2009 김명훈(동부, 5순위)
2010 박찬희(KT&G, 1순위), 박병규(KCC, 14순위), 정재철(KT&G, 19순위)
2011 이지원(모비스, 10순위)
2012_01 박래훈(LG, 5순위)
2012_10 배병준(LG, 15순위)
2013 김종규(LG, 1순위), 김민구(KCC, 2순위), 두경민(동부, 3순위), 김영현(모비스, 10순위)
2014 배수용(모비스, 10순위), 한성원(KCC, 17순위)
2015 한희원(전자랜드, 2순위), 최창진(KT, 4순위), 성건주(오리온, 13순위), 이종구(삼성, 16순위)
2016 김철욱(KGC, 8순위), 최승욱(KCC, 12순위), 맹상훈(동부, 14순위)
2017 이건희(LG, 19순위)
2018 권성진(전자랜드, 26순위)
2019 박찬호(전자랜드, 12순위), 권혁준(KCC, 28순위)
2020 없음

결과는 나왔다. 되돌릴 수 없다. 이제는 김준환을 뽑지 않은 구단을 원망하기보다는 경희대 졸업 예정 선수들이 드래프트에서 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경희대는 최근 4년 동안 1라운드 지명 선수를 한 명도 내놓지 못했다.

경희대는 2017년부터 대학농구리그에서 뒷심 부족에 빠졌다. 2017년에는 4승 3패, 승률 5할 이상 기록했음에도 마지막 4경기를 모두 패하며 유일하게 플레이오프에 탈락했다. 2018년에는 개막 4연승 등 6승 1패로 선두 싸움을 펼쳤으나 최종 6위로 떨어졌다. 2019년에는 개막 6연승 등 7승 1패로 출발한 것과 달리 남은 8경기에서 3승 5패로 부진했다.

올해는 반대 행보를 보이는 듯 했다. 1차 대회에선 3전패를 당했다. 2차 대회에선 3전승으로 1차 대회 아쉬움을 만회하더니 4강에서 고려대를 만나 63-95로 대패를 당했다. 경희대가 대학농구리그에서 30점 이상 패배를 기록한 건 2018년 9월 19일 연세대와 경기에서 61-97로 패한 이후 두 번째다. 1차 대회에선 고려대에게 75-76으로 아쉽게 졌던 걸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경희대는 결국 2020년마저도 좋은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각 구단 스카우트들이 현장을 찾아 경기를 지켜보는 이유는 경기 외적인 모든 부분들까지 세세하게 살펴보기 위해서다. 부상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고 해도 시즌 초반과 후반의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경기 내용이나 승부와 상관없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 벤치에서의 행동 하나하나가 프로 관계자들이 볼 때 비슷한 수준의 선수보다 평가를 낮게 보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김준환의 미지명은 경희대에게도 충격일 것이다. 위기에 빠진 경희대가 팀을 잘 추슬러 다시 반등하기를 기대한다.

※ 김준환이 개인 기량과 달리 경기 중 태도 등에 문제가 있다는 걸 함축하는 내용은 전혀 아닙니다. 고려대 주희정 감독은 “김준환이 빅맨이 없는 상황에서 팀을 잘 이끌고 나갔다. 후배들을 격려하고 이끌어주는 리더 역할이 굉장히 보기 좋았다. 4강 맞대결에서는 득점에서 부진했지만, 선수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자’고 이야기를 하더라. 그 점을 굉장히 높이 평가했다. 득점을 못해도 힘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 프로에서도 좋게 볼 수 있다. 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 선수를 높이 평가한다. 시종일관 변함없는 리더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MVP감이다”고 했습니다.

#사진_ 점프볼 DB(한필상 기자)

점프볼 / 이재범 기자 sinae@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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